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1> 民具爾瞻

bindol 2021. 6. 6. 04:55

백성 민(氏-1)모두 구(八-6)너 이(爻-10)우러러볼 첨(目-13)

 

다음은 12-3이다. “詩云: ‘樂只君子, 民之父母.’ 民之所好好之, 民之所惡惡之, 此之謂民之父母. 詩云: ‘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시운: ‘낙지군자, 민지부모.’ 민지소호호지, 민지소오오지, 차지위민지부모. 시운: ‘절피남산, 유석암암. 혁혁사윤, 민구이첨.’ 유국자불가이불신, 벽즉위천하륙의)

“시에서 ‘즐겁구나 군자여, 백성의 어버이로다’라고 노래하였다.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것을 ‘백성의 어버이’라고 한다. 시에서 ‘높이 솟은 저 남산이여, 바위가 겹겹이로다! 눈부시네 사윤이여! 백성 모두 그대 쳐다보네’라고 노래하였다. 나라를 차지한 자는 삼가지 않을 수 없으니, 치우치면 천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앞의 시는 ‘시경’ ‘소아’의 <南山有臺(남산유대)>에 나오는 구절이다. 只(지)는 어조사다. 뒤의 시는 ‘시경’ ‘소아’의 <節彼南山(절피남산)>에 나오는 구절이다. 節(절)은 높이 솟다는 뜻이다. 巖巖(암암)은 돌이 거듭 포개져 있는 모양이다. 赫赫(혁혁)은 대단히 빛나는 모양이다. 師(사)는 太師(태사)를 가리키는데, 태사는 주 왕조 때 三公(삼공) 가운데 하나였다. 삼공은 태사·太傅(태부)·太保(태보)를 가리킨다. 尹(윤)은 흔히 尹氏(윤씨)로 풀이하는데, 윤씨를 관직명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성씨로 보는 경우도 있다. 고대에는 관직명이 바로 성씨가 되는 경우도 흔했으므로 둘 다 가능하다. 具(구)는 모두를 뜻한다. 瞻(첨)은 쳐다보다, 우러러보다는 뜻이다. 辟(벽)은 僻(벽)과 같으며,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뜻한다. 僇(륙)은 戮(륙)과 같으며, 죽이다는 뜻이다.

백성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군주나 귀족들과 다를 바 없다. 예쁜 여자나 멋진 남자를 좋아하는 것, 푸짐하게 차린 맛 난 음식을 좋아하는 것,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며 향기로운 술을 마시는 것,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가 정자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 등등. 백성은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즐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