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정(支-5)의 지(丿-3)일어날 흥(臼-9)부서질 폐(广-12)
군주나 관리들은 백성들을 생산과 부역으로 닦달할 뿐, 그들 또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부국강병을 지향한다는 것은 곧 백성들을 더욱더 생산에 몰두하도록 다그치는 일이기도 하다. 생산이 증가한 만큼 백성에게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라 생산한 만큼 세금으로 거두어 간다면 백성의 삶은 더욱 고단해질 뿐이다.
부국강병을 이룩하고자 한 까닭이 무엇인지를 잊은 탓이다. ‘관자’의 ‘목민(牧民)’에 나온다.
“政之所興, 在順民心; 政之所廢, 在逆民心. 民惡憂勞, 我佚樂之; 民惡貧賤, 我富貴之; 民惡危墜, 我存安之; 民惡滅絶, 我生育之.”(정지소흥, 재순민심; 정지소폐, 재역민심. 민오우로, 아일락지; 민오빈천, 아부귀지; 민오위추, 아존안지; 민오멸절, 아생육지)
“정치가 흥하는 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무너지는 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거스르는 데 있다. 백성들은 걱정과 힘듦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어야 하고, 백성들은 가난과 미천함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가멸고 귀하게 해주어야 하며, 백성들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잘 지켜 안전하게 해주어야 하고, 백성들은 후사가 끊기는 것을 싫어하므로 군주는 그들을 잘 살도록 해주어야 한다.”
관중이 환공을 도와서 제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룩한 것은 환공을 覇者(패자)로 만들려는 데에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백성이 잘 살아야 그 나라도 부유해지고 강성해질 수 있으며, 그런 뒤에야 군주도 영화를 누리고 제후들 사이에서 명성을 드날릴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이치다. 그럼에도 수많은 군주들이 그 이치를 잊거나 소홀히 한 까닭에 하극상의 빌미를 제공했다가 망명길에 오르거나 심한 경우에는 자신과 그 일족이 목숨을 잃었다.
무엇보다도 관중이 활동하면서 강력한 제후국이 되었던 제나라가 왜 서쪽 진나라에 멸망당했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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