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과(宀-11)사람 인(人-0)좋아할 호(女-3)재화 화(貝-4)
아무리 중요한 공간이라 해도 쓸 주인이 없으니, 그냥 둘 필요가 있겠는가? 명당을 헐어버리자는 의견이 나올 법도 하다. 다만, 그런 의견을 낸 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꼭 주 왕실에서만 천자가 나오란 법이 있는가? 주나라가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천자의 나라가 되었던 것처럼 또 다른 제후가 천자가 되어 주나라를 代替(대체)하면 되지 않는가? 천자란 왕도를 구현하여 천하 백성을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시대는 그런 천자를 필요로 하는 때다. 백성들도 가뭄에 단비를 바라듯이 목을 내빼고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선왕 당신이 왕도를 펴서 천자가 되어 그 명당에서 제후들의 조회를 받고 정령을 반포하면 될 것을, 왜 굳이 헐어버리려 하는가? 이게 맹자의 대답에 담긴 깊은 뜻이다. 다음과 같이 물은 것을 보면, 선왕도 그런 낌새를 알아챈 것 같기도 하다.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왕도정치에 대해 들어볼 수 있겠소?”
맹자가 대답했다.
“옛날에 문왕이 岐(기) 땅을 다스릴 때, 밭 가는 자에게는 9분의 1을 거두었고, 벼슬아치에게는 대대로 녹봉을 주었으며, 관문과 저자에서는 살피기만 하고 세금은 거두지 않았고, 못에 통발 치는 것을 막지 않았으며, 죄인의 가족에게까지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이를 홀아비라 하고, 늙어서 지아비가 없는 이를 홀어미라 하며,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를 홀몸이라 하고, 어려서 어버이가 없는 이를 고아라 합니다. 이 네 부류는 천하에서 가장 궁색한 백성으로 어디 알릴 데가 없습니다. 문왕은 정치를 행하고 어짊을 베풀 때 반드시 이 네 부류를 먼저 챙겼습니다. ‘시경’ ‘小雅(소아)’의 <正月(정월)>에서는, ‘훌륭하도다, 가멸한 이여! 불쌍하구나, 외로운 이내 몸!’이라 했습니다.”
“참 좋은 말씀이시오!”
“왕께서는 좋게 여기시면서 어찌 행하지 않으십니까?”
이에 선왕은 “寡人有疾, 寡人好貨”(과인유질, 과인호화) 즉 “과인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있으니, 과인은 재화를 좋아하오”라고 대답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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