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0> 分身之君

bindol 2021. 6. 7. 05:31

- 나눌 분(刀-2)몸 신(身-0)의 지(丿-3)임금 군(口-4)

 

“나라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라가 강하고 튼튼해지는 일과 군주의 영예와 치욕은 재상을 얻는 데 달렸다. 군주 자신이 능력 있고 재상도 능력이 있다면, 왕자가 된다. 군주 자신은 능력이 없으나 두려워할 줄 알아서 유능한 사람을 구한다면, 강자가 된다. 군주 자신도 능력이 없으면서 두려워할 줄도 모르고 유능한 사람을 구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아양 떨면서 가까이에서 친근하게 구는 자를 기용한다면, 나라는 위태로워지고 땅도 깎여나갈 것이며 결국에는 망할 것이다.”

군주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으나, 과연 홀로 다스릴 수 있을까? 게다가 덕과 능력을 갖춘 군주가 늘 즉위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뛰어난 인재들이 반드시 그리고 언제나 필요하다. 그런 인재들 가운데서 덕과 지혜가 가장 뛰어난 이가 군주 가까이서 보좌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을 宰相(재상) 또는 丞相(승상)이라 한다. 일찍부터 관료 제도가 발달한 동아시아에서는 예부터 재상을 발탁하는 일이 군주에게 가장 긴요하고 우선되는 일이었다.

재상을 뜻하는 글자 相(상)은 서로, 꼴, 보다, 가리다, 다스리다, 돕다는 뜻을 갖는 글자다. 이 한 글자에 군주가 재상을 왜 두어야 하며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뜻이 두루 담겨 있다. 요컨대 군주는 자신과 함께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인물을 그 꼴을 잘 살펴보고 가려내서 뽑아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은 ‘明夷待訪錄(명이대방록)’의 ‘置相(치상)’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有明之無善治, 自高皇帝罷丞相始也. 原夫作君之意, 所以治天下也. 天下不能一人而治, 則設官以治之. 是官者, 分身之君也.”(유명지무선치, 자고황제파승상시야. 원부작군지의, 소이치천하야. 천하불능일인이치, 칙설관이치지. 시관자, 분신지군야)

“명나라에 좋은 정치가 없었던 것은 고황제가 재상 제도를 폐지한 데서 비롯되었다. 원래 군주를 세운 뜻은 천하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다. 천하는 한 사람이 잘 다스릴 수 없기 때문에 관리들을 두어서 다스린다. 따라서 관리란 군주의 분신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