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군(口-4)의 지(丿-3)사내종 복(人-12)계집종 첩(女-5)
“군주가 자신을 위해 죽거나 자기를 위하다 망할 때 우리(신하)들이 그를 따라서 죽거나 망한다면, 이는 사사로이 총애를 받는 자가 하는 일이다. 이야말로 참된 신하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기준이다. 세상에 신하 된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르고서 신하는 군주를 위해 존재한다고 여긴다. … 군주와 신하라는 명칭은 천하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나에게는 천하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나와 군주는 길가는 사람이 될 뿐이다. 나아가 군주에게 벼슬을 하면서 천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그는 군주의 노예일 뿐이며, 천하를 위해 일한다면 그는 군주의 스승이요 벗이다.”(263회의 ‘명이대방록’ 인용문 뜻풀이)
황종희는 군주도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신하 또한 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했다. 군주와 신하는 모두 천하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군주와 신하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천하나 백성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군주나 신하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모두 천하와 백성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와 신하는 마땅히 천하에 대해 책임이 있다. 책임을 방기했을 때는 천하로부터 버림받는다.
만약 천하를 위해 정치를 하지 않고 특정 인물을 떠받드는 자가 있다면, 진정한 정치가가 아니다. 저 옛날에도 그런 자를 ‘君之僕妾(군지복첩)’ 곧 군주의 노예라고 했는데, 하물며 직접 투표로 뽑힌 자가 시민들이나 나라가 아닌 ‘다른 정치가’를 섬긴다면 과연 제정신이라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퇴행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태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君之師友(군지사우)’의 한 본보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관중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는데, 그만큼 관중이 탁월한 정치가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관중이 일찍부터 남다른 행적을 보여주었던 것은 아니다. 환공을 만나 발탁되어 신임을 얻기 전에는 거듭 실패하고 위기를 겪었다. 특히 자신이 모시던 공자 糾(규)와 鮑叔(포숙)이 모시던 공자 小白(소백)이 제나라의 왕위에 오르기 위해서 경쟁한 끝에 소백이 이기고 규는 죽었을 때, 관중 또한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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