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6> 患不知人

bindol 2021. 6. 7. 05:41

걱정할 환(心-7)아닐 불(一-3)알아볼 지(矢-3)남 인(人-0)

 

예나 이제나 제 능력만으로 성공하고 위업을 이룬 이는 없었다. 때를 잘 만나야 했고, 특히 앞에서 끌어주거나 뒤에서 밀어주는 이가 있어야만 했다. 관중은 포숙이 밀어주었다. 환공도 앞에서 끌어주었으니, 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통치를 맡은 군주뿐만 아니라 벼슬살이를 하려는 이라면 누구든지 갖추어야 할 것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다. 군주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 벼슬아치는 자신의 길을 떳떳하게 가기 위해서 그런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군주든 관리든 대부분은 남이 알아주기를 바랄뿐, 그 자신이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거나 자각하지 못했고 또 여전히 못 하고 있다. 이것이 수많은 군주들과 관리들이 태평성대를 이루어 명군이 되거나 부귀영화를 바라고 승승장구하기 바라면서도 도리어 나락에 떨어진 이유다.

‘논어’ ‘學而(학이)’편에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곧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 걱정하라”고 가르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을 알아볼 줄 안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뜻이다. 아니, 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잘 아는 이라야 남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자신조차 모르면서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자신을 모르면서 남을 알아본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행여 자신을 모르는 자가 남을 알아보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요행수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모르면 남을 올바로 또는 알맞게 대하지 못한다. 그러면 요행이 좋은 사람을 만나 가까워졌더라도 이내 사이가 멀어지거나 틀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포숙은 자신을 잘 알고 남을 알아볼 줄 알았던 인물이다.

‘관자’의 ‘소광(小匡)’에는 처음 환공이 즉위한 뒤에 포숙을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말이 나온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환공이 망명하기 전부터 그림자처럼 그를 따르며 보좌한 인물이 포숙이니. 게다가 포숙은 현명한 인물이었으므로 환공으로서는 당연히 포숙을 재상으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포숙은 사양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