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죽으면서 사라져 버리지만,
본질 자체는 종말을 맞은 것이 아니므로
우리가 죽음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쇼펜하우어가 ‘본질불멸론’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죽어서도 우리의 본질이 불멸함에 관한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이것은 사후 영혼이 존속한다는 ‘영혼불멸론’과는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다.
영혼불멸론의 오류를 이렇게 지적한다.
첫째,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대립시킨 것이 잘못이고
둘째, 인격성으로서의 영혼을 물자체(物自體)의 지경까지 끌어올린 것이 잘못이다.
그러므로 영혼불멸론은 우리의 본질이 불멸하다는 참된 인식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현상계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성이라는 주관적 인식형식에 의존한 것이고,
본체계는 이러한 주관적 인식형성과는 무관하게 있는 것이다.
개인은 죽으면서 사라져 버리지만 그럼에도 죽음에서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죽음을 통해 생명을 빼앗기게 되더라도 본질 자체가 종말을 맞는 것은 아니요,
한 인간의 죽음을 보고서 이들 ‘물자체’가 무(無)가 됐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
이는 오히려 어떤 현상이 그의 형식인 시간 속에서 종말을 맞게 된 것이지
그로 인해 물자체가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눈앞의 세계만을 실재하는 것으로 볼 때, 죽음은 무화(無化)이고 출생은 새로운 생성이다.
그러나 현상의 한계를 넘어서면 죽음이나 출생이나 다른 것이 없다.
죽는 것은 생(生)이 나온 곳으로 되돌아감이요, 생의 근원과 죽어서 가는 곳은 같다.
그러므로 생과 사는 둘이 아니다.
현상학적으로는 생사(生死)가 오고 가지만 본체계로 보면 출생도 죽음도
무엇을 오게 하거나 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은 생성과 소멸의 지배를 받고 있으나 자연의 근저에 놓여 있는 본질(도·道)은
그것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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