歡樂極兮 哀情多
기쁨과 즐거움이 극진함이여, 슬픈 생각이 많도다
한무제(漢武帝·BC 156∼BC 87)의 ‘추풍사(秋風辭)’ 결미 부분이다.
그는 하동에 나아가 토지신께 제사 지내고 오는 도중,
산시(山西)성 펀허(汾河)에 배를 띄워 군신들과 연회를 즐기는데
마침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물결은 허옇게 치솟는다.
15세에 등극한 한무제는 50여 년을 재위하면서 국운을 융성시켰다.
그간의 노고를 돌아보며 어찌 감회가 없었겠는가?
나는 고등학교 때, 시인 김구용 선생에게서 이 시를 배웠다.
운율이 아름다운 아홉 줄의 시는 쉽게 입에 붙었다.
‘추풍기혜(秋風起兮)여 백운비(白雲飛)로다.’ 가을바람이 일어남이여, 흰 구름이 날리도다.
‘초목황락혜(草木黃落兮)여 안남귀(雁南歸)로다.’ 초목이 누렇게 떨어짐이여, 기러기가 남으로 돌아가도다.
‘난유수혜(蘭有秀兮)여 국유방(菊有芳)이로다.’ 난초는 빼어남이 있음이여, 국화는 꽃다움이 있도다.
‘회가인혜(懷佳人兮)여 불능망(不能忘)이로다.’ 아름다운 사람을 생각함이여, 잊을 수가 없도다.(하략)
가을이면 기혜(起兮)여!
낙혜(落兮)여! 수혜(秀兮)여!
인혜(人兮)여! …
환락극혜(極兮)여!
그 어조사들이 기러기 떼처럼 내 마음 밭에 점을 찍고 지나갔다.
아홉 개의 ‘혜(兮)’ 가운데 여덟 번째는 ‘歡樂極兮 哀情多’이다.
환락의 끝,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슬픈 정(情)이 많도다.’
감상(感傷)이 아니더라도 인생이란 극(極)에 달해 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일이 많다.
연암(박지원)이 혼자 망망무제의 요동벌판에 서서 ‘곡(哭)할 만한 장소라고 했다’는
그것도 심극(心極)의 일단을 표현한 것이리라.
선인들은 일찍이 ‘극’을 경계했다. 그러나 경계(極)를 넘어봐야 그다음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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