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 앞에서 죄를 지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장로 조시마를 통해 이 말을 우리에게 전한다.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 앞에서 죄를 지었다.”
‘악령’에서 스테판이 임종 직전에 되뇐 말도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그러니 모두 무죄로 해주어야겠다고.
그는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혁명사상가 페트라?스키 사건에 연루돼 8개월 동안 감금되고 영하 22도의 추운 날, 세묘노프광장 처형대 앞에 세워졌었다. 손발은 말뚝에 묶이고 두 눈은 가려졌다. 다행히 처형 5분 전에 황제 니콜라이 1세의 특사가 나타나 극적으로 사형을 면하게 되지만, 대신 시베리아의 옴스크감옥으로 떠나야 했다.
당시의 심정을 그는 ‘백치’의 주인공 미시킨의 입을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형선고가 낭독되고 이 고통을 맛보게 한 뒤 ‘자, 너는 사면됐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 그렇게 당해 본 자는 아마 알 것이다. 이러한 고통, 이러한 공포에 대해 그리스도는 말했다. ‘인간을 그렇게 취급한다는 것은 위법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죽기 직전까지 집필한 ‘작가일기’에서도 “우리들이 저 사람과 똑같은 입장에 놓인다면 아마도 우리는 저 사람보다 더 나쁜 짓을 했을 것이다. - 그러니 무죄로 해주어야겠어”라고 말한다.
“모두가 서로를 용서하고 무죄로 판결했다… 그것은 아무도 죄가 없음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그리하여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 같은 인물은 자신의 죄를 통해, 또 속죄하기 위해 받아들인 엄청난 고통을 통해 스스로 구원의 면류관을 획득해 나간 것은 아닐까. 결국에는 모든 인간은 무죄다. 작가 D H 로런스는 그를 가리켜 ‘죄를 거쳐 예수로’라고 평가했다.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