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며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무릇 하늘과 땅은 만물의 주막집이며 시간은 백대의 지나가는 나그네일러라.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의 서두다.
복숭아와 자두꽃이 핀 봄밤, 정원에 모여 시회(詩會)하는 자리에서 그는 말한다.
“거품 같은 인생이 꿈과 같으니 그 기뻐함이 얼마나 되겠는가? 옛사람이 촛불을 잡고 밤에 논 것은 참으로 까닭이 있음이다”라고. 천지와 광음은 우주와 시간이다. 역려(逆旅)와 과객(過客)은 주막집과 나그네. 삿갓 쓰고 평생을 방랑하던 김병연은 ‘천지자만물지역려’(天地者萬物之逆旅)라는 제목으로 시를 남겼다.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신비한 무대에 말을 달려서 지나는 손(客)은 다 이러하도다. … 아득한 우주의 영원함을 생각해보면 길을 아는 선생이 어젯밤에 자고 간 곳이로다.(하략)”
우리도 그곳을 말(시간)을 달려 지나간다. 선생이 자고 간 곳은 어디일까? 1500년 전,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은 ‘자제문’(自祭文)에서 말한다. “도(陶) 아무개는 임시로 몸담았던 객사(客舍)에서 물러나 바야흐로 영원한 본연의 집(永歸於 本宅)으로 되돌아가고자 한다”고. 사람은 무에서 와서 현상세계인 유(有)의 세계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무로 돌아간다. 따라서 무의 세계를 영원한 본연으로 보고, 이승의 삶을 잠시 기우(寄寓)한 객사로 본 것이다. ‘잡시’(雜詩7)에서 그는 다시 말한다.
“가위역려사(家爲逆旅舍) 아여당거객(我如當去客)거거욕하지( 去去欲何之) 남산유구택(南山有舊宅)”(집이란 한때 묵는 여관 같거늘, 나는 결국은 떠나야 할 나그네. 길 떠나되 어디로 갈 것이냐? 남산 기슭 옛집인 무덤이니라). 남산은 그가 태어난 여산이다. 옛집이란 태어나기 전의 무의 세계, 한 줌 흙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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