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난자의 한줄로 고전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bindol 2021. 9. 21. 08:08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

내 가슴은 뛰노라 /

나 어렸을 때도 그랬고 /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다/

늙어서도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리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바라노니 내 생애 하루하루가 자연에의 경건함으로 가득 차기를

(‘무지개’ 전문)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의 시 ‘무지개’의 일구다.


60여 년 전, 교실에서 암송한 이 시는 내 나이 50 중반까지는 입에 남아 있었던 같다.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상원사 적멸보궁 참배에 동참했는데 때는 바야흐로 신록이 아름다운 초여름 밤이었다. 눈과 맞닿은 광활한 하늘에선 금강석 같은 별들이 반짝이고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었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시의 첫 구절을 외우니 영문과를 나온 그 친구가 곧바로 받아 우린 이중창을 했다. 그날 밤, 한껏 격앙된 나는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늙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or let me die!(그렇지 않으면 죽는 것만 못하리)”에 힘을 주어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친구는 얼마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세월이 흐른 뒤에 나는 홀로 “Or let me die”를 되뇌며 뛰지 않는 가슴을 돌아보고 있다.

 


오월은 신록의 달. 새잎이 돋아나는 아름다운 때, 나는 걸어서 안국동 길을 가고 있었다. 가로수에 아기 귀만큼 삐져나온 고깃고깃한 이파리들이 충만한 햇볕 아래서 은비늘처럼 반짝거렸다. 솜털 같던 프레시맨 시절이었다. 돌돌 말린 잎이 펴지면 비로소 무슨 나뭇잎인 줄 알게 돼 반갑고 기뻤다. 언제부터 이렇게 무감동하게 되었을까?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어린아이의 뛰는 가슴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푸르른 오월, 저 연둣빛을 닮고 싶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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