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於)자는 한문구문(漢文文句)에서 가장 광법(廣範)하게 쓰이는 관계사(關係詞)이다. 우리는 '以', '爲, '與', '自'등 관계사(關係詞)가 부적당(不適當)한 자리에 대부분 어(於)자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이상의 다른 관계사(關係詞)가 모두 동사(動詞) 앞에 위치(位置)하는데 비(比)하여 어(於)자는 주(主)로 동사(動詞) 뒤에 위치(位置)하는 점이 다르다. 이제 어(於)자의 광법(廣範)한 용법(用法)을 대개 아래와 같이 나누어 설명(說明)할 수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는 처소보충어(處所補充語) 앞에 어(於)자가 쓰이는 경우이다. 이것은 英語의 'at, on, in'과 같이 전치사(前置詞)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예로,
예1) 過之於塗。
이를 길에서 만났다.
예2) 雜植竹木於庭。
들에 대나무를 섞어 심었다.
예3) 努力於此, 畢生不懈。
여기에 노력(努力)하여 평생토록 게을르지 않았다.
예4) 君請擇於斯二者。
그대는 이 두 가지 것 중에서 고르기를 바란다.
한문구문(漢文句文)에서 처소보충어(處所補充語)는 대개 뒤에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사(動詞) 앞에 오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특히 처소보충어(處所補充語)를 강조(强調)하기 위함이다.
예5) 於傳有之。
경전(經傳)에 이것이 있다.
예6) 於廠中附設小學以敎育之。
공장(工場) 안에 소학교(小學敎)를 부설(附設)하여서 교육한다.
예7) 於各科之中尤嗜算學。
각 학과 가운데서 더욱 수학을 좋아 한다,
예8) 此非可於道路言也。
이것은 도로(道路)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 어(於)자는 또 시간보충어(時間補充語) 앞에서도 처소보충어(處所補充語) 때와 똑같이 쓰인다. 이때 시간보충어(時間補充語)의 위치(位置)는 구문(句文)의 전후(前後)에 올 수 있다. 예로,
예8) 君生於一九四五年, 長余三歲。
그대는 1945년에 태어났으니, 다 보다 세 살 위이다.
예9) 余於五十一年春, 避亂入釜, 始見南海群島。
내가 51년 봄에 난(亂)을 피하여 釜山에 갔을 때, 비로소 남해(南海)의 여러 섬을 보았다.
예10) 子於是日哭則, 不歌。
공자(孔子)는 이날에 곡(哭)을 하면, 노래를 부르지 안했다.
예10) 於今閭巷小童皆知此事。
이제 골목의 어린이들도 이 일을 다 안다.
3. 본래(本來) 처소보충어(處所補充語)에서부터 변화(變化)된 것으로 어느방향(方面)을 표시(表示)할 때 어(於)자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대체로 형용사(形容詞) 뒤에 어(於)자가 온다. 이것은 어떤 일에 있어서 어떠한 면(面)에서 어떠하다 함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예10) 長於記誦而短於理解。
외우는 데는 뛰어나나 이해하는 데는 부족하다.
예11) 明於學理而眛於實際。
학리(學理)에는 밝으나 실제(實際)에는 어둡다.
예12) 今寇衆我寡, 難於於久。
이제 도적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지구전(持久戰)에는 곤란하다.
예13) 巧於爲人者, 往往拙於爲己。
다른 사람을 위하는 데에 교묘한 사람은, 왕왕 자기를 위하는 데에는 졸렬하다.
4. 이상(以上) 1~3항에서 어(於)자는 모두 정적(靜的)인 상태(狀態)를 표시(表示)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於)자는 동적(動的)인 관계(關係)도 표시(表示)할 수 있다. 이때에는 주로 어(於)자가 동사(動詞)뒤에 오게 된다. 영어(英語)로 친다던, 'to, ,till, untill'과 같은전치사(前置詞)처럼 쓰인다고 하겠다. 예로,
예14) 不自責而委過於人。
스스로 책임(責任)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미룬다.
예15) 世世秘其術, 不傳於外。
대대(代代)로 그 기술을 비장(秘藏)하여 외부(外部)로 범(傳)하지 않는다.
예16) 聲威遠播, 至於海外。
명성(名聲)과 위세(威勢)가 멀리 퍼져서 해외(海外)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약한 몸으로 그 사이를 오르내리기 이제 2년이로다.
위의 예14),예15),예16),예17)는 보충어(補充語)가 동사(動詞)의 뒤에 있는 경우이다. 마지막 예17)만이 앞에 도치(位置)하고 있다. 상례(上例)와 비슷한 경우로 어(於)자가 형용사(形容詞)와 어울려 이 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거리감(距離感)을 표시(表示)하는 것이다. 예로,
죽은 것과 가까운 적이 여러번이었지만, 결국 죽지는 아니하였다.
예19) 是不亦近於以五十步笑百步乎?
이것 또한 오십보(五十步)로 백보(百步)를 비웃는 것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예20) 貧民就石窟營土屋而居者, 幾於鱗次櫛比。
빈민(貧民)들이 석굴로 가서 흙집을 짓고 사는 것이 거의 물고기 비늘이 즐비한 것과 비슷하였다.
5. 어(於)자는 또 '自', '從'과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이것 역시동적(動的)인 관계(關係)를 나타내는 경우이다 4항의 경우와는 달리 그 위치(位置)가 대부분 동사(動詞) 의 뒤에 온다. 영어(英語)로 말하면 'from'이라는 전치사(前置詞)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예로,
예21) 家貧無書,每假借於藏書之家。
집이 가난하여 책이 없으므로, 늘 장서가(藏書家)로부터 빌렸다.
어렸을 때 시골 스승으로부터 공부하여 '之', '無'를 대강 알 뿐이다.
예23) 文辭拙劣, 殆出於無識者之手。
문사(文辭)가 졸열(拙劣)하니 아마도 무식(無識)한 사람의 손에서 나왔으리라.
예24) 體之感覺何自起? 曰起於方遠近之比例, 明暗之掩映。
육체의 감각은 어디로부터 일어나는가? 대답하되, 원근(遠近)의 비례(比例)와 명암(明暗)이 가리워지고 비치는데서 일어난다.
6. 구문(句文)을 피동형(被動形)으로 만들 때에도 어(於)자가 쓰인다. 여기서 어(於)자는 영어(英語)의 'by'와 같다. 그러나 영어(英語)의 피동형(被動形)은 'be+PP(過去分詞)'가 수행(秀行)되는데, 한문(漢文)에 있어서는 피동(被動)의 형식(形式)이 앞에 나타나는 것이 원칙(原則)이지만, 능동(能動)의 형식(形式)에 어(於)자만을 뒤에 씀으로 해도 피동형(被動形)을 이를 수 있다함을 유의(留意)해야 한다. 예로,
예24) 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마음을 쓰는 자는 사람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자는 사람에게 다스림을 받는다.
예24) 善戰者致人, 不致於人。
잘 싸우는 사람은 사람을 이르게 하고, 사람에 의하여 이룸을 당하지 않는다.
예24) 文人不拘細節, 遂見譏於俗士。
문인(文人)들은 자잘한 절차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마침내 속사(俗士)에게 비방을 받는다.
예24) 志者發諸己而非可見奪於人者也。
뜻이라는 것은 자기(自己)로부터 출발하며,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 질 수 있는 것 이 아니다.
위의 예문(例文)은 다른 헝(項)과는 별 관계(關係)가 없는 듯이 보이나, 실은 5항과 상통(相通)하는 경우라 하겠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受命於天(하늘로부터 명령을 받는다)', '受制於人(사람들로부터 제압(制壓)을 받는다)'라는 말은 다같이 5항의 어(於)자(from)와 같은 용법(用法)이다. 그러나 제(制)자를 명사(名詞)로 보지 않 고 동사(動詞)로 볼 경우는 달라진다. 이것은 6항의句文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람들에 의하여 제압을 당한다'라는 뜻이다. 즉 어(於)자가「by」의 뜻을 나타낸다.
7. 어(於)자는 또 '대어(對於)'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때의 어(於)자 밑에는 대부분 명사(名詞)가 온다. 예로,
예25) 仰不愧於天, 俯不作於地。
우러러 하늘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고, 굽어 땅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다.
예26) 有損於人而無益於己。
다른 사람에 대하여 손해는 있으나, 자기에 대하여 이익은 없다.
예27) 於書無所不窺。
책에 대하여는 보지 않은 것이 없다.
예28) 先生於某爲先輩, 而不耻下問若此。
선생(先生)은 모(某)에 대하여 선배(先輩)이지만,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이와 같이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한다.
또한, 어(於)자 밑에 오는 보충어(補充語 ; 名詞)와 주어(主語)가 결합(結合)되어 사조(詞組)의 형식(形式)을 이루어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도 어(於)자는 '…에 대하여'의 뜻이다. 이것은 지(之)자의 용법(用法) 6항을 참고하기 바란다. 예로,
예29) 口之於味也, 有同嗜焉。
입 [口]이 맛[味]에 대하여는 같은 기호(嗜好)가 있다.
예30)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처음 나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 말을 듣고 그 행동을 믿었으나,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대하여 그 말을 듣고 그 행동을 관찰한다.
예31) 我之於茶, 亦猶君之於酒, 皆不可須臾離者也。
내가 차(茶)에 대한 것은 역시 그대가 술에 대한 것과 같아서, 모두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성인(聖人)이 백성에 대한 것은 마치 기린이 침승에 대한 것과 같다.
8. 어(於)자는 또 형용사(形容詞)밑에 쓰여서 비교(比較)를 나타내는 관계사(關係詞)로서 '~ 보다(than)'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예로,
가혹한 경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예34)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는 단풍앞이 봄꽃보다 붉다。
예35) 蜀道之難, 難於上靑天。
촉도(蜀道)의 위험(險難)함은 푸른 하늘을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이것이 이른바 가지가 줄기보다 크고 정강이가 다리보다 크다는 것이다.
比較를 나다내는 어(於)자는 따지고 보던 7항의 어(於)자. 즉 '…에 대하여[對於]'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9. 어(於)자는 그밖에 다른 많은 한자(漢字)와 결합(結合)하여 쓰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어시(於是)', '지어(至於)'가 있다. 이들은 너무 자주 쓰이기 때문에 하나의 숙어(熟語)와 같이 생각되고. 그 의미(意味)도 본래(本來)의 의미(意味)와는 달리 변화(變化)된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 '於是'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예37) 我則異於是。
나는 이것과는 다르다.
예38) 吾祖死於是, 吾父死於是。
나의 할아버지도 이에 죽고, 나의 아버지도 이에 죽었다.
위 예문(例文)에거 '於是'는 어(於)자와 대명사(代名詞) 시(是)자가 결합(結合)된 관계(關係)로 이것을 숙어(熟語)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於是'가 하나의 시간보충어(時間補充語) 널리 통용(通用)될 경우가 있다.
예39 ) 於是飮酒樂甚。
이때 술을 마시고 즐거움이 대단하였다.
예40) 於是約車治裝, 載券契以行。
이때에 차(車)를 맞추고 장비를 갖추어 문서文書)를 싣고서 떠났다.
예41) 然後知吾嚮之未始遊, 遊於是乎始。
그런 뒤에 내가 전에는 비로소 놀기 못했고, 이때에 비로소 놀았다함을 알았다.
위의 예41)에서 보는 바와 같이 '於是'는 '於是乎'라고 쓰이기도 한 다. 이들은 시간(時間)을 나타내는 경우에 널리 쓰이기 때문에 숙어(熟語)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은 '於'와 '是'가 결합(結合)된 경우에 불과(不過)한 것이다.
10. 이제 '至於'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는 '對於', '關於', '由於' 등과 같이 '至'와 '於'가 결합(結合)된 것이다. 예로.
예42) 至於深夜, 雷聲振動。
깊은 밥에 이르자 우뢰소리가 진동하였다.
天子로부터 선인(庶人)에 이르기까지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至於' 역시 약간 다른 용법(用法)으로 쓰이는 경우가 않다. 즉 어떤 일의 정도(程度)를 표시(表示)하는데 쓰이는 경우가 그것이다, 예로.
예44) 人之無良, 至於認賊作父,不亦大可哀取!
사람들이 양심(良心)이 잃어, 적을 아비로 인식하게까지 되니. 역시 대단히 가엾다 하지 않으리요!
예45) 君臣相顧, 不知所歸. 至於誓天斷髮, 泣下沾襟。
군신(君巨)들이 서로 돌아보며 돌아갈 줄을 모르고, 하늘에 맹서하고 머리를 깍기에 이르자, 눈물이 흘러 옷깃을 적셨다.
11. 끝으로, 어(於)자와 같이 쓰이는 관계사(關係詞) '于', '乎', '諸'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들은 어(於)자로 대체(代替)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의 용법(用法)을 어(於)자와 구별(區別)하기는 대단히 곤란하지만, 대개 '于'는 처소보충어(處所補充語) 앞에 많이 쓰이고, 인명(人名)이나 인칭대명사(人稱代名詞) 앞에서는 어(於)자만이 쓰인다. 또한 '乎'가 어(於)자를 대신하는 경우는 동사(動詞)의 뒤에서 주(主)로 그러하다. '諸'는 '之'와 어(於)자가 연합(連合)된 형태(形態)인 것이다. 예로,
燕人死于此樹之下。
연인(燕人)이 이 나무의 아래에서 죽었다.
其機動於救人, 其效極乎博愛。
그 동기는 사람을 구하는데에서 일어났고, 그 효과는박애(博愛)에 대한 극치를 이루었다.
然則所重者, 在乎珠玉, 而所輕者, 在乎人民也。
그러한즉,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주옥(珠玉)에 있고, 가볍게 여기는 것은 인민(人民)에 있다.
我不欲人之加諸我也,吾亦欲無加諸人。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영향을 가(加)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나 또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사(加)함이 없기를 바란다.
출처 : 신아사출판 홍인표저 한문문법(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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