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들·인간이 된 곰 사이에 태어나 고조선 세워 1908세까지 다스린 단군
단군은 제사장·왕검은 통치자 뜻해… 1908년간 왕조가 이어졌다고 해석해요
여러분, 이번 주 금요일(10월 3일)이 무슨 날인지 아나요? 바로 '개천절(開天節)'이에요. '하늘(天)이 열린(開) 날'이라는 뜻으로, 우리 민족 최초로 국가가 세워진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지요. 먼 옛날 하늘이 열리자 누군가가 지상으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지혜를 가르치며 세상을 다스렸고, 또 누군가가 그 뒤를 이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를 세웠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은 과연 누구이며, 또 나라를 세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신비로운 단군의 탄생 신화
옛날 하느님(天神)에게 '환웅'이라는 아들이 있었어요. 어느 날 환웅은 하느님에게 인간이 사는 세상에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인간 세상에 내려가 인간을 이롭게 하며 그들을 바른길로 이끌고 싶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환웅에게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며 지상으로 내려가게 하였어요. 천부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환웅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짐작해요. 환웅은 무리 3000명을 이끌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도읍을 세웠지요. 비·구름·바람을 다스리는 관리를 거느리고, 곡식·수명·질병·형벌·선악 등에 관련된 지혜를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세상을 다스렸다고 해요. 하늘에서 내려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고 했던 존재는 바로 '환웅'이었던 거예요.
▲ 그림=이창우
그러던 어느 날, 그 주변에 살던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에게 찾아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환웅은 이들에게 쑥 한 줌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말했어요.
"이것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되게 해주겠노라."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받아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살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호랑이는 답답한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만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려워 그만 뛰쳐나오고 말았어요. 호랑이와 달리 곰은 꿋꿋하게 참아 삼칠일(三七日·21일) 만에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자가 되어 '웅녀'라는 이름으로 불렸지요.
하지만 웅녀는 그와 혼인하려는 사람이 없어 아이를 가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웅녀의 기도를 들은 환웅은 이를 딱하게 여겨 잠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하였다고 해요. 얼마 후 웅녀가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단군왕검(檀君王儉)'이에요.
◇단군,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를 세우다
단군왕검은 자라서 평양성에 새로 도읍을 정하고,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를 세웠어요. 나라 이름은 '조선'이라고 했고요. 그 후 백악산 아사달로 도읍을 옮겨 1500여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가 산신이 되었는데, 그때 나이가 1908세였다고 해요.
위 이야기는 '삼국유사(三國遺事)'라는 역사책에 실린 단군왕검의 이야기예요.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은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이라는 나라를, 그보다 한참 뒤에 위만이라는 인물이 세운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앞에 '옛 고(古)'라는 한자를 붙여 '고조선'이라고 불렀어요. 그 뒤로는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세운 왕조인 조선과 구별하고자, 우리 민족이 처음 세운 나라를 '고조선'이라고 널리 부르게 되었지요.
단군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 말고도 '제왕운기(帝王韻紀)' '동국통감(東國通鑑)'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등 여러 역사책에도 전해요. 그중 '삼국유사'가 가장 오래된 책으로, 여기에 실린 내용이 우리 역사책에 등장하는 단군왕검에 대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역사가 재미난 신화로 전해지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 이상하지요? 어떻게 곰이 사람으로 변해 하느님의 아들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을 수 있으며, 또 단군은 어떻게 1908세까지 살 수 있었을까요? 생각할수록 고개를 갸웃할 거예요. 단군왕검의 이야기는 신화(神話)이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볼 때는 조금 황당하고 과장된 부분이 있어요. 신화란 고대의 신이나 영웅, 어떤 민족이나 국가의 기원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를 말하거든요. 그렇지만 그 바탕에는 역사가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단군왕검의 이야기를 역사적인 내용이 신화의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일례로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 이야기에서 하느님의 아들 환웅은 다른 지역에서 온 부족을, 곰과 호랑이는 각각 곰과 호랑이를 숭배하던 부족을 가리킨다고 해석하기도 해요. 환웅과 웅녀의 혼인은 서로 다른 부족 사이의 연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요. 또한 단군왕검이라는 이름에서 '단군'은 제사장을, '왕검'은 통치자를 뜻하는 이름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어요. 그래서 단군왕검이 1908세까지 살았다는 내용은 단군 한 사람의 수명이 아니라 고조선을 세운 인물과 그 후손이 다스리며 이어간 왕조의 햇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짐작하기도 한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나라에는 단군신화 말고도 건국 시조와 관련된 탄생 신화가 많아요.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고구려 주몽, 신라 박혁거세, 가야 김수로의 신화가 대표적이지요. 건국 시조나 영웅에 관련된 탄생 신화를 찾아보고, 각 신화에는 어떤 역사가 숨어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세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감수=서영대 | 인하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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