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대한제국]
영국, 조선과 강제로 통상조약 맺고 남해의 섬 불법 점령하기도
런던의 신문 특파원 '어니스트 베델'
러일전쟁 비판하다가 한국에 남아 대한매일신보 차려 독립운동했죠
최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이를 영국(Britain)과 탈퇴(exit)를 합쳐 브렉시트(Brexit)라고 불러요. 이 국민투표 결과는 세계적으로 큰 논쟁 거리가 되었고, 영국은 국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어요.
영국은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친 나라이기도 해요. 역사 속에서 영국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볼까요?
◇강대국인 영국에 유리했던 외교 관계
1876년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으며 외국에 항구를 개방하게 돼요. 1882년에는 미국이 조선과 서방 강대국으로서는 최초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고요. 그러자 영국도 청나라에 조선과 조약을 맺을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 요청했어요.
청나라의 주선으로 영국에서 파견한 사람들과 당시 조선 정부의 대신이었던 조영하, 민영목이 인천 등지에서 만나 여러 번 회담을 하게 됐어요. 그 결과 1883년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조영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되었지요. 조약 내용은 강대국 영국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작성되었어요.
'영국 외교 대표들과 영사들은 조선 국내를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고, 조선 정부는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영국 군함은 부산·원산·인천 세 개의 항구 외에 조선 국내 어디서나 정박할 수 있으며 선원을 상륙할 수 있게 한다.' '연안 바다를 측량하고 바다 지도를 작성할 수 있게 한다.'
거문도 점령 사건(1885~1887) 때에는 영국군 함대가 조선 영토의 남쪽 끝부분에 있는 섬 거문도를 2년이나 불법 점거하기도 했어요. 영국과 힘겨루기 중이던 러시아가 우리나라 동해와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로 함대를 집결시켰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어요. 영국은 러시아가 조선 영토를 점령할 예정이라고 생각해, 남해의 거문도에 불법 주둔한 뒤 영국기를 게양하고 병사들이 지낼 병영을 쌓아 섬 전체를 요새화했어요. 긴장 상태가 계속되자 1887년 청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조선의 영토를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어요. 그때서야 영국 함대는 거문도에서 물러났지요. 이렇듯 영국과 우리나라와의 첫 외교 관계는 철저히 영국의 이익 중심이었답니다.
◇대한매일신보의 베델, 독립운동 도와
그런데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쓴 영국인도 있었어요. 바로 어니스트 베델(1872~1909)이라는 영국 언론인이에요. 베델은 런던에서 발행되던 '런던 데일리 크로니클' 신문의 특파원으로 러일전쟁(1904)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러일전쟁을 보도하며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던 베델은 다니던 신문사를 사직하고 한국에 남아요.
▲ 그림=이병익
베델은 1904년 7월부터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 영문판 신문 '코리아 데일리 뉴스'를 발행하였어요. 1905년에는 일본이 대한제국으로부터 외교권을 빼앗는 을사조약이 체결되었어요. 이 때 대한매일신보는 "일본의 강요로 맺은 불평등한 을사조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을 강하게 비판했어요. 또한 여러 지역에서 잇따른 항일 의병들의 활동을 보도했어요.
대한제국이 일본으로부터 빌린 돈 1300만원을 조선 국민 손으로 갚자는 국채보상운동(1907)을 대한매일신보가 벌이자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어요. 대한매일신보사 총무 양기탁이 국채 보상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으로 조사를 받지만 결백했던 양기탁은 무죄 판결을 받았죠. 그러자 일본은 압력을 가하여 베델과 양기탁 두 사람을 대한매일신보사에서 물러나게 하였어요. 1909년 베델은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심장병에 걸려 숨을 거두었는데, 그가 마지막 남긴 유언은 "나는 죽을지라도 (대한매일)신보는 영생케 하여 한국 민족을 구하라"였다고 해요.
▲ 영국인 눈으로 본 조선 풍경 - ‘달빛 아래의 흥인지문’(1919)은 영국인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우리나라 풍경화 중 가장 작품성이 높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풍습을 글과 그림으로 남겨 세계에 널리 알린 영국인 여성들도 있었어요. 1894년부터 1897년까지 네 차례나 조선을 방문했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을 써 동학운동, 청일전쟁, 갑오개혁,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을미의병 등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했어요. 1919년부터 수십 년간 한국을 방문하며 수채화와 판화 작품을 남긴 영국인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도 있답니다. 두 영국인 여성이 남긴 작품은 우리에게 당시 풍속을 알게 해주는 무척 고마운 선물이랍니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
'뉴스 속의 한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 속의 한국사] 소수림왕의 율령, 광개토대왕 정복 활동에 도움 줬대요 (0) | 2021.11.06 |
---|---|
[뉴스 속의 한국사] 수나라 발목 잡은 장마, 고구려에겐 '방패'였죠 (0) | 2021.11.06 |
[뉴스 속의 한국사] 산 높낮이까지 표시… 현대 지도만큼 정확하대요 (0) | 2021.11.06 |
[뉴스 속의 한국사] 삼국시대 뛰어난 화장품 기술, 일본에 수출했대요 (0) | 2021.11.06 |
[뉴스 속의 한국사] 고구려 역사 담긴 비석… 훼손하고 왜곡했대요 (0) | 2021.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