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소수림왕의 율령, 광개토대왕 정복 활동에 도움 줬대요

bindol 2021. 11. 6. 05:19

전투 벌이다 목숨 잃은 고국원왕… 아들 소수림왕이 나라 이어받아
국립 교육기관 태학 세우고 관습·규칙 등을 법으로 정해
왕 중심으로 나라를 다스렸대요

17일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 선포된 것을 기념하는 제헌절이었어요. 헌법은 나라의 질서를 정하는 가장 뿌리가 되는 최고법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과 국가기관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헌법을 살펴보면 그 나라가 어떤 이상을 품고 국가를 운영하는지를 잘 알 수 있지요. 우리 역사에서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언제일까요?

◇고조선의 8조법, 부여의 1책12법

우리 역사에서 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바로 고조선 때였어요. 중국의 역사책인 '한서'의 지리지에 보면 고조선이 조항 8개로 된 '8조법'을 갖고 있었다고 나와 있어요. 고조선 이후 생겨난 부여에서는 법에 '남의 물건을 훔쳤을 때 물건값의 12배로 갚아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1책12법(1責12法)'이라 불러요.

그러나 8조법이나 1책12법은 부족국가나 연맹왕국 시절의 아주 단순한 법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헌법처럼 한 국가를 대표하는 체계적인 법이라고는 볼 수 없어요.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법률을 만들어 정하고 이를 백성들에게 널리 알린 때는 삼국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고구려는 나라가 가장 위기에 놓였을 때 '율령'을 정하고 널리 알린 것이 위기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최고의 강대국으로 성장해나가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답니다.

◇고구려에 찾아온 위기

고구려는 다섯 부족이 힘을 합쳐 세운 나라예요. 그래서 건국 초기에는 왕이 강력한 힘을 갖고 나라 전체를 다스리지 못했어요. 6대 태조왕이 동옥저를 정복하고 요동 지방을 공격하여 서북쪽으로 영토를 넓힌 것을 계기로 고구려를 이루는 5부족 중 '계루부'에서만 왕위를 이어나가게 되었어요. 왕의 힘이 조금 더 강해진 것이죠.

부족장과 왕이 서로를 견제하던 고구려는 16대 고국원왕 때 강대국으로 성장한 주변 두 나라의 공격을 받으며 큰 위기를 맞게 돼요. 고구려를 위기에 빠뜨렸던 두 나라는 고구려 서북쪽에서 선비족의 일파인 모용황이 세운 전연, 그리고 근초고왕이 이끄는 백제였어요. 371년 고국원왕은 평양성까지 쳐들어온 백제군과 전투를 벌이다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고 말아요. 고국원왕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인 구부가 왕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소수림왕이에요.

◇소수림왕이 율령을 반포하다

"나라가 안정되어야 힘을 모아 주변의 적들을 물리치고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라가 안정되려면 왕을 중심으로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귀족과 백성들이 한데 뭉쳐야 돼." 소수림왕은 이런 생각을 한 모양이에요.

왕이 된 다음 해인 372년, 소수림왕은 불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고 태학이라는 국립 교육기관을 세웠어요. 불교라는 종교를 통해서는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 백성들이 왕을 부처님을 섬기듯 대해주기를 바랐어요. 태학을 통해서는 귀족과 지방 세력을 대신해 왕의 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릴 관리들을 키워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림=이병익

그다음 해인 373년 소수림왕은 드디어 '율령'이란 것을 나라 곳곳에 널리 알렸어요. 율령은 형벌에 관한 법인 '율(律)'과 국가 제도에 관한 법인 '영(令)'을 합친 말이에요. 율령을 정해 널리 알렸다는 것은 그전까지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해 내려오던 관습이나 규칙, 왕과 신하와의 관계, 국가 조직 등을 법으로 정한 것이에요. 율령의 내용을 문자로 기록하여 나라 안의 모든 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지키도록 한 것이죠.

◇율령 반포 이후 전성기를 맞은 삼국

율령이 반포되면서 고구려는 여러 부족의 연합체가 아닌, 통일된 한 나라로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어요. 왕의 말을 듣지 않던 일부 지방 귀족 세력이 율령을 따르게 되면서 왕을 중심으로 나라가 다스려지게 됐어요. 율령으로 범죄를 엄히 다스리면서 사회 질서도 바로잡혔고요.

역사가들은 소수림왕의 뒤를 이은 광개토대왕이 영토를 크게 넓히며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룰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율령이 있었다고 말해요. 소수림왕이 율령을 통해 나라의 힘을 키운 덕분에 광개토대왕이 마음껏 병사들을 이끌고 정복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신라와 백제도 전성기 직전에 율령이 반포되었어요. 신라의 전성기는 제24대 진흥왕 때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앞서 제23대 법흥왕이 율령을 반포하고 불교를 수용하였어요. 백제는 제8대 고이왕 시절인 260년 전후로 율령을 반포한 것으로 추정되어요. 백제는 그로부터 약 100년 뒤인 근초고왕 때 전성기를 맞이하였고요. 이렇게 삼국시대 율령의 반포는 곧 나라가 성장하는 밑거름 역할을 하였답니다.

지호진·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