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58> 봄잠에 취해 날 밝은 줄 몰랐던 맹호연의 시 ‘춘효(春曉)’
꽃잎이 제법 떨어졌으리라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花落知多少 · 화락지다소
봄잠 자느라 날 밝은 줄 몰랐는데(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 / 여기저기서 새소리 들려오네.(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 밤에 비바람 소리 들렸는데(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 / 꽃잎이 제법 떨어졌으리라.(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689-740)의 시 ‘春曉(춘효·봄날 이른 아침에)’로, 그의 문집인 ‘맹호연집(孟浩然集)’에 있다. 그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출생하여 공부를 하였으나 과거와는 인연이 없었다. 봄잠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날이 밝았는데도 모르고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겨우 깨었다. 지난 밤 잠자리에 들 때 비바람 치는 소리를 들었는데, 뜰에는 떨어진 꽃잎으로 뒤덮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운자는 曉·鳥·少로, 첫 구에서도 압운했다.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화개동에도 온갖 꽃이 다 피고 있다. 영춘화·매화·배꽃·사과꽃·목련꽃·개나리꽃·삼지닥나무꽃·물앵두꽃·돌복숭아꽃·벚꽃 등 봄 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고 있다. 맹호연의 위 시가 오늘날까지 애송되는 이유는 미사여구를 쓰지 않았어도 봄날의 정감을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편하게 묘사하면서도 3, 4행에서 슬픔을 담고 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보니 뜰에 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구나’고 표현해도 될 것을 굳이 ‘밤에 비바람 소리 들렸는데 / 꽃잎이 제법 떨어졌으리라’고 한 점이다. 시인이 정치적 사건을 많이 겪지는 않았지만, 이런 표현은 그의 삶이 원하는 대로 평탄하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깔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한 때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시로 이름을 떨치며 왕유(王維) 등과 사귀었다. 왕유의 도움으로 당 현종을 뵈었을 때 ‘歲暮歸南山(세모귀남산)’ 제목의 시를 올렸다가 그중 ‘不才明主棄(부재명주기·재주 없어 현명한 군주에게 버림받고)’라는 구절 탓에 현종의 노여움을 사 벼슬길을 놓쳤다는 일화가 전한다. 맹호연은 벼슬에 대한 희망이 간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 ‘有別王維(유별왕유·왕유와 헤어지며)’에서도 ‘어떤 권세가가 내게 힘을 빌려 줄 것인가(當路誰相假·당로수상가) / 나를 알아주는 이 세상에 드물고 드물구나.(知音世所稀·지음세소희)’라며, 벗과의 이별시에도 그런 마음을 담았다.
봄잠 자느라 날 밝은 줄 몰랐는데(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 / 여기저기서 새소리 들려오네.(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 / 밤에 비바람 소리 들렸는데(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 / 꽃잎이 제법 떨어졌으리라.(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689-740)의 시 ‘春曉(춘효·봄날 이른 아침에)’로, 그의 문집인 ‘맹호연집(孟浩然集)’에 있다. 그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출생하여 공부를 하였으나 과거와는 인연이 없었다. 봄잠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날이 밝았는데도 모르고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겨우 깨었다. 지난 밤 잠자리에 들 때 비바람 치는 소리를 들었는데, 뜰에는 떨어진 꽃잎으로 뒤덮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났다. 운자는 曉·鳥·少로, 첫 구에서도 압운했다.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화개동에도 온갖 꽃이 다 피고 있다. 영춘화·매화·배꽃·사과꽃·목련꽃·개나리꽃·삼지닥나무꽃·물앵두꽃·돌복숭아꽃·벚꽃 등 봄 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고 있다. 맹호연의 위 시가 오늘날까지 애송되는 이유는 미사여구를 쓰지 않았어도 봄날의 정감을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편하게 묘사하면서도 3, 4행에서 슬픔을 담고 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보니 뜰에 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구나’고 표현해도 될 것을 굳이 ‘밤에 비바람 소리 들렸는데 / 꽃잎이 제법 떨어졌으리라’고 한 점이다. 시인이 정치적 사건을 많이 겪지는 않았지만, 이런 표현은 그의 삶이 원하는 대로 평탄하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깔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한 때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시로 이름을 떨치며 왕유(王維) 등과 사귀었다. 왕유의 도움으로 당 현종을 뵈었을 때 ‘歲暮歸南山(세모귀남산)’ 제목의 시를 올렸다가 그중 ‘不才明主棄(부재명주기·재주 없어 현명한 군주에게 버림받고)’라는 구절 탓에 현종의 노여움을 사 벼슬길을 놓쳤다는 일화가 전한다. 맹호연은 벼슬에 대한 희망이 간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 ‘有別王維(유별왕유·왕유와 헤어지며)’에서도 ‘어떤 권세가가 내게 힘을 빌려 줄 것인가(當路誰相假·당로수상가) / 나를 알아주는 이 세상에 드물고 드물구나.(知音世所稀·지음세소희)’라며, 벗과의 이별시에도 그런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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