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부처님표 신발
전 국민의 95%가 불교신도인 불교국가 태국에서 부처님 모습을 로고로 담은 스포츠화의 시장 상륙을 두고 발칵하고 있다는 외신이다. 한 호주 신발업체가 유럽형 디자인에 동양의 가치를 접목시킨 것이라는 미명으로 판촉에 나선 데 대해 부처님을 짓밟는 신성모독이라 하여 발칵한 것이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일 때 아래 하(下)를 써 존대한다. 그 상대가 임금이면 임금이 정사를 보는 전당(殿堂) 아래라 하여 전하(殿下)로, 부모면 무릎 아래라 하여 슬하(膝下)로 높여 불렀다. 존경하는 이의 호칭으로 말루하(抹樓下) 또는 족하(足下)라는 말도 자주 썼는데 이 모두 스스로를 낮추는 같은 맥락의 존칭이다. 형제의 아래항렬의 호칭인 조카의 어원은 나를 발 아래 낮추는 존칭이었다.
진나라 문공(文公)이 숨어 지낼 때 허벅지살을 베어먹이면서까지 받들었던 개자추(介子推)를 집권 후에 몰라주자 산속에 들어가 불을 질러 나무 한 그루 끌어안고 타 죽었다. 그런 후에야 뉘우친 문공이 끌어안고 죽은 그 나무로 나막신을 만들어 신고 ‘족하(足下)! 족하!’ 하고 평생을 받든 데서 족하가 존칭이 됐다기도 한다. 하물며 발 아래에서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발 아래로 짓밟는 신발임에랴.
인도 불교성지를 돌아보면 부처님의 행적이 닿은 곳들에 부처님 발자국인 불족석(佛足石)을 볼 수 있다. 지상 4치를 떠서 걷는 데도 발자국이 나는데 일천 폭의 동그라미가 겹치고 열 발가락에 꽃과 고기무늬가 나 있다 하여 그대로 조각한 이 불족석 둘레에는 꽃이 현란하게 받쳐지고 순례자들은 오체투지(五體投地)로 몸을 그 아래 낮추는 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존경하는 사람에게도 족하(足下)로 나를 낮추는데 하물며 성인의 발임에랴.
일본 에도시대 천주교박해 때 후미에(踏 )라 하여 크리스천 여부를 가리는 수단으로 그리스도의 성상(聖像)이 그려진 화상을 땅에 놓고 밟게 하여 밟는가 밟지 않는가로 신도 여부를 가렸었다. 그만큼 발 아래로 낮추는 것과 발로 밟는 것은 하늘과 땅만한 차이다. 부처님 상표의 신발은 신성침범을 아랑곳하지 않은 실용주의 횡포의 위상을 보는 것 같아 개운찮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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