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우주작물 제1호
한동안 유행했던 '칠갑산'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라는 대목을 듣던 노모가 하던 혼잣말이
생각난다. '그 아낙네 무척 부지런하구만ㅡ' 하는. 왜 콩밭 매면
부지런하냐고 물었더니 콩밭은 풀 속에서도 잘 자라기에 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논둑 콩이 풀더미 속에서도 잘 자란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풀을 매주면 콩이 더 잘 자라기는 하지만, 그보다 밭에 풀이
있으면 아낙이 게으르다고 소문날까봐 콩밭을 매긴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마다 그 풍토에 알맞은 작물이 있어 그 작물로 농사를 지으면
잡초도 잘 자라지 않고 품도 적게 들어 수월하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풍토에 가장 적합한 작물이 뭣일까. 옛 고구려
영토까지 포괄한 한반도의 그것은 콩이다. 지금은 주 생산국을 미국에
빼앗겼지만 종주국은 한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콩은 돌투성이의 묵정밭에
아무런 거름을 하지 않고 심기만 하면 품 하나 들이지 않아도 잘도 자라
거두기만 하면 되는 작물이다.
그래선지 대두문화가 가장 발달한 문화권이기도 하다. 중국
고대문헌들에 고구려 사람들 장(醬)을 잘 담근다(善醬釀)했음이며, 딴
나라들에는 육장(肉醬)·어장(魚醬)이 발달했지만 한국에서는
두장(豆醬)이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옛 부녀자들 서른여섯 가지 장을
못 담그면 시집갈 조건을 못 갖추었다 했음이며, 건장한 근육을 된장 살,
별난 끈기를 된장 힘, 한국사람의 체취를 고려취(高麗臭)라 했을 만큼
한국 내셔널리즘의 상징인 것도 콩이 한국적 작물이기 때문이다. 실학자
이익(李瀷)이 대두국력론을 폈을 만큼 콩은 국력이기도 했다.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온도·공기·수분을 조절하여 콩을 땅에서 기르는
것과 똑같이 길러 우주공간에서의 식량조달에 성공했다는 NASA의 발표가
보도되었다. 우주공간에서 재배한 작물 제1호요, 우주라는 무한공간을
콩밭으로 만든 셈이며, 좁고 가난했던 한국 영토의 생산성을 무한 확대한
것이 되어 배가 부르다. 이것은 한국 풍토가 우주 공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증명이기도 하며, 간장·된장·두부 하는 한국음식의
우주식화를 예고해 준 것이 되기도 한다. 이제 칠갑산 아낙 한 품고 콩밭
매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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