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절 콘테스트조선일보

bindol 2022. 11. 4. 16:19

[이규태 코너] 절 콘테스트

조선일보
입력 2003.04.25 19:27
 
 
 
 


사람이 만나면 반가워서건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건 인사를 한다. 이 세상
사람들 인사하는 동작이 같지 않은데, 크게 횡적(橫的) 거리를 좁히는
X축 인사문화권과 종적(縱的) 높낮이를 좁히는 Y축 인사문화권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해먹고 사는 생업이 수렵이나 유목·상업 등 이동성
민족은 X축 인사를 하고, 농경 등 붙박이로 살아온 정착 민족은 Y축
인사를 한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슬라브족이나 게르만민족 등
고위도의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체온이 아쉬어 밀착하는 X축 인사를
하고, 다습 고온의 저위도 지방에서는 접근하면 불쾌하기에 거리를 두고
자세를 낮추는 Y축 인사를 한다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만나면 접근해 악수를 하고, 친근하면 키스를 하고, 좀더
친근하면 부둥켜안고 번갈아 볼 대기를 한다. 티베트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붙잡고 얼굴에 접근해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뉴기니 사람들은
서로의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었다 빼는 것으로 인사를 한다. 콧등을 서로
비비는 것은 폴리네시아 사람들이요, 두 눈을 부라리며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것은 통가 사람의 X축 인사다. 힌두문화권에서는 보다 옷을
많이 벗는 것으로 공경도를 높인다던데 이 역시 거리감을 좁히는 X축
인사랄 수 있다.

이에 비해 Y축 동양문화권에서는 신체의 높이를 얼마나 많이 낮추느냐로
공경도가 심화된다. 중국 황제 앞에서의 고두례(叩頭禮)는 머리를 바닥에
조아려 찧는 배례요, 우리나라의 절이란 말의 뿌리는 허리를 꺾는
절(折)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으나 다리를 저는 절다(跛)에서 비롯됐을
확률이 크다. 고구려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면 달려가 공경의 예를 하는데
한 다리를 뒤로 뻗어 꿇는 궤배( 拜)를 한다 했으니 바로 자세를 낮추는
Y축 인사인 것이다. 또 두 손을 맞쥐고 쳐드는 읍(揖)을 했는데 이 역시
Y축 인사다. 읍은 그 쳐드는 고저로 공경도를 달리했는데 천읍(天揖),
시읍(時揖), 토읍(土揖) 순이었다.

이렇게 자세를 낮추다 보니 그 자세의 근엄도와 우아함이 천차만별이요,
그래서 절 잘하기가 어려워 시집갈 때 절 공부는 양가의 필수였으며
고을에 이 절을 가르치는 절할머니가 있었다. 이 절문화의 전통을 잇는
콘테스트가 있었다기에 한국 절의 위상을 잡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