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물소
20년 전 대구에서 코끼리가 저를 먹여 길러주던 사육사를 코로 감아
죽인 일이 있었다. 태종 때 사복사(司僕寺)에서 일본에서 보내온
코끼리를 기르는데 구경꾼 하나가 추하다고 비웃으며 침을 뱉었더니 성나
짓밟아 죽이는 일이 있었다. 이때 병조판서 유정현이 동물 재판을 열어
사람을 죽인 자는 죽임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법조를 적용, 사형을
언도했으나 임금이 감일등하여 전라도 노루섬에 유배시키고 있다. 엊그제
연휴에 서울대공원에서 격리장치를 넘어간 10세 초등학생이 물소에
떠받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물소는 달려드는 늑대나 사자를 역습,
격퇴시킬 만큼 무서우나 인도에서는 사람과 짐승의 중간 존재로
우러름받는다. 불교에서도 자비와 인내의 상징으로 「법화경(法華經)」에
나오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의 전신이다. 보살은 비난과
중상·박해·오물 세례를 받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성불의 진리를
설파했다.그렇다면 뭣이 대공원의 물소로 하여금 그 인내와 자비를
망각케했는지 모를 일이다.
열대지방 동물인 물소가 처음 들어온 것은 고구려 광개토대왕때였으니
역사도 유구하다. 남연(南燕)과 교류하면서 살아 있는 곰을 보내자 말을
하는 새와 물소로 보답했던 것이다. 그 후 조선조 초에 국교를 원하는
태국 사신 진원상(陳元祥)에게 물소를 부탁, 태종 5년에 싣고 오다가
군산 앞바다에서 해적에게 빼앗긴 일이 있었다. 조정에서 물소를 간절히
원했던 것은 물소 뿔이 활에 불가결의 부품이었기 때문이요, 명나라에서
이 물소 무역을 금했던 것도 그것이 군수품이기 때문이다.
세조 때 일본에서 들여왔을 때는 「수우경(水牛經)」을 바탕으로 꽤
번식시켰으나 쓸모에 대한 회의가 문헌에 남아 있다. 밭을 갈려 보았으나
어찌나 거칠게 달리던지 엉망이 되고 논을 갈렸더니 물 속에 누워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산군이 힘이 세니 짐 나르는 수레를 끌게 해보라
시켰더니 소처럼 점잖지 않아 불퉁불퉁 타고 있는 사람이나 짐을
날려버린다 했다. 대만에서처럼 쟁기에 사람을 앉혀 물소로 땅갈이 하는
것을 알았던들 농경이나 운반에 이용하는 가축으로 널리 보급됐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쓸모 없던 이 열대의 둥물을 60년 동안
한데에서 길러낸 조상들의 정성이 대단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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