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중심의 번화가인 알 라시드 거리가 폭격으로 화염에 싸이고
남녀의 시체가 나뒹군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비련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뉴스가 별나게 와닿을 것이다. 교주인 알
라시드는 누이동생을 사랑하여 곁에 살려두고 싶었고 한편으로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 자파아르와도 떨어지기 싫었다. 남남인 미혼
남녀가 한지붕 아래 같이 산다는 것은 이슬람 관례상 허락되지 않는지라
두 남녀를 편법을 써 결혼을 시키고 동침하는 것을 엄하게 금했다. 한데
서로가 사랑하여 은밀히 사내아이를 낳은 것을 알자 알 라시드는
누이동생 모자를 죽여 궁전 지하에 매장하고 친구 자파아르는
참수(斬首)했다. 바그다드의 알 라시드 거리는 바로 이 비련의 현장으로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무덤과 더불어 유럽 연인들이 찾아가
사랑의 힘을 보강받는다는 순례지 가운데 하나가 돼 내렸다.
바그다드란 바그(神)+다드(건설)로 신에 의해 건설된 도시란 뜻이요
본명은 2대 교주 만스루가 762년에 이 수도에 초석을 놓을 때 명명한
디나트 앗사람ㅡ 곧 편안한 도읍이란 뜻이다. 이 신이 건설한 편안한
도시가 편안하지 않기란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티그리스강의 범람으로
왕궁이나 왕성이 쓸려내리기를 수십차례 한 것은 고사하자. 1219년
칭기즈칸과 세 아들들이 통솔한 4개 정예군단이 동서남북에서 협공, 마치
오늘의 바그다드 포위를 연상케 한다. 화염포로 바그다드를 불바다로
만들고 협공하자 바그다드 시민들은 총을 들고 시가전을 벌였다. 이렇게
하여 군민 160만명이 죽고 강경파 700명이 학살당했으며 교주의 가족
친척 3000명이 투항했다.
이때 후궁에 처첩 700명이나 있어 몽골 장병에게 전승의 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칭기즈칸의 이 바그다드 공격은 교주의 정예부대인 암살병력을
침투시켜 괴롭힌 데 대한 보복이었다 했으니 지금 이라크전쟁에서
자살폭탄의 공격은 바로 이 암살공격의 되풀이랄 수 있다. 카이로
이스탄불과 더불어 유라시아 3대 문명도시인 바그다드, 인류 문명의
유형무형 유적의 3분의 1이 집중돼 있다는 보고가 지금 타고 있는
것이다.
(李圭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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