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포로 대우

bindol 2022. 11. 7. 07:43

[이규태 코너] 포로 대우

조선일보
입력 2003.03.26 20:27
 
 
 
 


이라크 방송에 의해 연일 전 세계에 공개된 미군 포로와 시체에 대한
학대 광경을 두고 미국에서는 폭력과 위협 모욕과 호기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포로 대우에 대한 협약 위반으로 보고 전후에
전범(戰犯)으로 다루겠다고 나섰다. 1949년에 만들어진 이 제네바협약
이전에도 포로에 대한 인도적 대우는 기원 전부터의 상식이었다. 기원 전
인도의 「마누법전」에는 도망가다가 합장(合掌)하는 자, 아무 것도 갖지
않았다고 팔을 펴보이는 자는 나의 친족처럼 보살피라 했으니 이미
3000년 전에 제네바협약은 성문화돼 있었다는 것이 된다.

중국에서도 포로로 잡힌 이릉(李陵)이 항복하여 부귀를 누리고
소무(蘇武)가 절개를 굽히지 않아 짐승만도 못하게 고생했듯이 굴복한
포로는 응분의 대접을 해주었다. 불경( 子所說經)에도 「적은 가급적
생포하고 죽이지 말고서 무력을 약화시켜야 한다」하고, 전쟁일지라도
살생은 악과(惡果)로 응보받는다 했다. 신라 화랑정신에 살생유택(殺生有
)이 있어 포로를 무고히 죽여서는 안 된다 했으며, 임진왜란 때 기록인
강항(姜沆)의 「간양록(看羊錄)」에 보면 우리나라는 강왜(降倭) 곧,
왜군 포로를 대우하길 극진히 하여 의복과 음식을 장관(將官)과 같게
했으며, 학덕이 있으면 삼품(三品) 벼슬까지 내렸기로 못먹고 가난하게
살았던 강왜들은 감탄하여 귀순을 원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했다. 이에
비해 왜(倭)나 청나라는 노동력 있고 생식력 있는 포로를 데려다
노예시장에서 팔고 전과를 과시하고자 포로들의 코와 귀를 베어 보냈기로
지금도 일본에 그 코무덤, 귀무덤이 민족 감정을 덧드리고 있다.

사막 종교인 「코란」에도 신이 너희(포로)마음 속에 어딘가 좋은 것이
있다고 알면 너희들을 너그러히 대할 것이다 했고, 마호메트의 후계자인
아부 바클은 시리아에 출전하는 장군들에게 포로에 대해 자비심을 갖고
대할 것을 훈령했다. 이라크의 영웅 살라딘이 십자군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포로들에게 복수를 하지 않았고 포로가 된 그리스도교의
왕을 곁에 앉혀 귀중품인 얼음이 든 물을 대접했다. 지금 이라크
병사들은 가공할 미국의 무력에 적개심이 충천해 있을 것이요, 그것이
약자인 포로한테 퍼부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적개심으로부터
인도(人道)를 지켜낼 때 세상 인심은 그 편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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