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바벨의 탑 무상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바벨탑이 이라크의 전화(戰禍) 속에
있어 그 유적의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구약성서시대 바벨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세상을 지배했다고 생각하고 그 끝이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내려본 신은 천국에의 도전이요, 불손으로
간주하고 천벌을 내려 부수고 대혼란을 야기시켰다. 영어로 퍼펙트 바벨,
바벨 사운드ㅡ하면 대혼란이나 대소음을 의미한 것도 이에서 비롯됐다.
바빌론이란 말도 이 바벨에서 비롯됐다 한다. 전쟁은 악이지만 최초의
세계 대제국인 바빌론의 계승국으로 자처하는 이라크가 지금 공습에 의한
바벨 사운드 속에 퍼펙트 바벨에 빠져있으니 3000년 만의 바벨탑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라 무상하기만 하다.
「탑의 사상」의 저자 알렉산다는 탑을 쌓는 인간 의지를
고소충동(高所衝動)으로 파악했다. 인간이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하늘 높이 비약시키려는 의지를 내재시키고 있으며 그지없는 권력의
의지를 자제하지 못할 때 통치자는 하늘높이 탑을 쌓았다고 했다. 그래서
서양의 탑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尖塔)인 이유가 이에 있으며 탑
안?에 나선형의 계단이 있는 것도 천국이나 지옥에 들기 위한
초월계단(超越階段)이라 했다. 바벨탑의 설계도에 보면 탑신에 나산형
계단이 둘러있었음이며 단테의 「신곡(神曲)」에서 지옥에 하강하는 길도
나선형으로 돼있음도 같은 맥락이다.
바벨탑을 쌓고 그속에서 여생을 산 기인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
고소충동을 가눌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이 공통되고 있다. 시인 바이런이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귀공자라 지칭했던 18세기 작가 벡포드는 10여년간
자칭 바벨탑을 쌓아올리면서 그 탑 속에서 고독하게 죽어갔다.후세인도
그지없는 권력의지로 바벨탑 옛터에서 탑을 올려쌓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나는 돌고 있다/ 원시적 탑 둘레를/ 몇백년 동안이나/ 나는 모른다.
내가 독수리인지/ 또는 회오리 바람인지/ 내가 도는지 시인의 노래가
도는지를ㅡ.」마리아 릴케는 시 「바벨의 탑」에서 그의 고소충동을
이렇게 읊었다. 이렇게 읊은 지 얼마 후에 릴케는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음의 길을 더듬는다. 누군가 읊은 이 시인의 조시(弔詩)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장미 가시는 고소충동에 내린 바벨의 저주(詛呪)라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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