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150세 시대
'타임'지 최근호는 세계적 생명과학자 10명에게 물어 앞으로 50년
후에는 150세까지 사는 것이 상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민화(民話)에 조물주가 동물을 만들 때 생명을 30년으로 똑같이 정했다
한다. 한데 나귀가 생각하길 짐만 지어 나르는 고된 생을 그렇게 오래 살
것에 겁을 먹고 읍소를 하여 18년을 감수(減壽)받았고 이어 개도 늙어
눈치만 보고 사는 여생이 지겨워 12년을 감수받았으며 원숭이도
놀림감이나 우스갯거리로 사는 것이 싫어 10년을 감수받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욕심 많은 인간은 이 감수한 나이들을 모조리 구걸하여 도합
70세의 생명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본래의 30세만을 사람답게 살고
나머지 18년은 나귀처럼 고역을 치르고 살다가, 다시 이빨 빠진 늙은
개처럼 눈치만 살피고 살다가는 원숭이처럼 놀림감으로 소외받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고령화 사회인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80세가 더 연장된 150세 시대는 진시황 아니고는 공포로 다가온다.
소인국 대인국을 거친 걸리버는 불사인간들이 사는 라그나그국을
들른다. 각기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불사인간이 됐기로 말도
통하지 않고 생각이며 관습이 같은 것이 없어 사는 것이 지겹기만 하다.
권태롭기 그지없어 죽으려 해도 불사의 숙명 때문에 죽을 수도 없다.
사르트르의 「타인의 방」에는 정치평론가와 우편국 직원, 유부녀 세
사람이 불사의 공간에 떨어져 있음을 상정한 것인데 그 공간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눈동자 때문에 고통받는 정신 지옥이다. 죽을 수
없는ㅡ침대도 거울도 없는 밀실에서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불사의 상황을 재현시킨 것이다.
그렇게 150년 살기보다 10년 살더라도 기력이 있고 건강하게 활동하며
개처럼 눈치 먹고 원숭이처럼 우스갯거리 되지 않게 사는 것을 원할
것이다.옛날 섬에 회갑 지낸 한 노인이 커다란 어망틀을 장치해 놓고
조석으로 어망을 짜는 일로 세월을 보내는데 어망이 섬을 덮도록 그리고
백세가 넘도록 장수했다 한다. 이를 목숨을 연장시켰다 하여 연수
망(延壽網)이라 하는데 뭣인가 노후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에 집착하여
개나 원숭이 수명을 빌려 살지 않는 지혜를 촉박하게 하는 150세 시대의
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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