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헐리우드 액션
이번 월드컵은 4강 진출 말고도 각계각층에 교훈을 주었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가 있다. 회사 단체들에는 리더십을, 대학에는 소홀했던
기초과학을, 행정계에는 소홀했던 장기 계획 등등 모든 분야에서 성공의
저류에는 월드컵이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물론
정치인을 향한 교훈도 없지 않았다. 경기 진행 중 숱한 경고의 대상이
되었던 할리우드 액션은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내려진 노랗고 빨간
딱지였다. 높은 자리에 올랐거나 오르려 한 분은 지하철을 타고 승객과
환담하는 장면을 보도케 하여 서민임을 연기한다. 전철을 내리면
대기했던 고급승용차 옮겨타고 빠져나간다. 장터를 누비며 장사꾼들 손을
잡고 후진 국밥집에서 국을 뜨는 척 사진 찍는ㅡ 서민역을 잘도
연기한다. 종교 행사장들에는 이 배우들을 위해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 관례가 돼 있고ㅡ. 유세장에서 대기시켜 놓은 어린이 번쩍 안아들고
미래를 생각하고 사랑을 베푼다는 이미지 연기도 일품이다.
1924년 영국 보수당수요 거부인 글란트가 뜻하지 않게 밤에 지하철을
탔다. 손잡이 붙들고 흔들리고 있는 60전후의 한 노인이 당시 노동당
당수요 대영제국의 총리인 맥도널드와 너무나 닮아 혹시 총리가 아니냐고
물었다. 총리임을 확인하고 차가 있을 텐데 밤 늦게ㅡ 하고 묻자 차는
있지만 그것은 관청 것이라면서 출퇴근은 사적인 일인지라 지하철을
이용한다 했다. 국가대사에 시달리는데 자가용으로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하자 「하지만 나쁜 일의 거의는 미명(美名)에 숨어서
저질러지는 것이라ㅡ」 했다. 우리 정치인들의 할리우드 액션에 쏘는
직격탄이랄 수 있다. 세종때 정승들인 황희(黃喜)나 맹사성(孟思誠)은
사사로운 일에는 봇짐 둘러메고 짚으로 바지목을 묶는 서민 차림으로 들
밥 얻어먹고 주막방 가장자리에서 잠을 얻어잠으로써 어느 누구도
정승임을 몰랐다 한다.
미국의 포드 대통령은 백악관 이전부터 미국의 서민이 타는 대중차
포드만을 타고 다녔다. 선거에서 그에게 표를 몰리게 한 것은 「나는
포드지 링컨은 아니다」는 선거구호였다. 링컨은 대통령 이름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고급차 이름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액션을 진실로 믿을
것이라는 한국 정치인의 착각에 일침을 놓는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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