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히딩크 경영학
한국축구를 단시일에 발전시켜 국제적 위상을 높여 놓은 히딩크 감독의
경영 수법이 축구 이외의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재벌 업체들이 그의
리더십을 경영에 접목하려 들고 그의 경영에 관한 단행본과 보고서가
나왔으며, 앞으로도 그를 둔 다각도의 조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구식 사고방식의 소유자로서 한국적 인간 경영을 성공적으로 해낸
숙원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히딩크의 인간 관리로는 3대 원칙을 들 수 있다. 그 하나는 소질이나
재간 이전에 기초체력을 다지는 소위 펀더멘털리즘이다. 기초과학 없이
과학발달을 기할 수 없다는 논리의 원용이다. 개척시대 미국의
정신지도자 프랭클린은 미국에 이민하고 싶은 유럽사람에게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유럽사회에서 얻은 신분이나
학벌·문벌·금벌·권벌은 신대륙에서는 무력하며 실력위주로 인적
가치체계를 재구성했듯이, 히딩크는 과거 한국팀의 고질이었던 명성이나
인맥·학맥 배경을 외국인이라는 위상에서 척결하고 실력위주로
인적관리를 해냈음이 그 둘째 원칙이다.
셋째, 선수들에게 스타플레이로 돌출하기보다 모자이크 정신에 의한
팀워크를 우선시켰다. 어린이들이 그림 맞추기를 하듯이 조직 속에 내가
들어가 꼭 맞아들 위상에 투철토록 한 것이다. 각자로 하여금 「둥근
구멍에 모난 촉꽂이」가 되지 않게 했다. 모자이크 정신에 위배되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소속팀에 복귀시켜 선수로서 미래에 불안을 갖게
했다.
명종 때 정승 상진(尙震) 대감이 발을 저는 사람을 보면 「허, 그 사람
한 다리가 좀 길구먼」 했다듯이 짧은 다리를 보지 않고 긴 다리를
봄으로써 그 사람의 잠재된 가능성을 끌어내어 자부심을 갖게 한
히딩크요, 세조가 쿠데타 후 지리멸렬된 조정의 인화를 해학으로
결집시켰다듯이 히딩크도 유머와 인간적인 한마디로 조직 간의 괴리를
끈끈하게 하기도 했다.
금년 초 연전연패로 히딩크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에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장기계획대로 꾸준히 수행했던 그였다. 단기 이익에
눈이 어두운 한국 최고경영자에게 시사한 바 큰 대목이다. 이렇게 하여
험한 산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고 있는 ―(이길경우) 히딩크 만만세다.
-(질경우) 히딩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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