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木魚
어젯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진행된 월드컵 전야제에서
한국의 알려지지 않았던 상징물로 목어(木魚)가 눈길을 끌었다. 거대한
타악기로서 목어가 등장하게 된 연유가 뭣일까. 송광사에 가면
종고루(鐘鼓樓) 다락 아래를 거쳐 절마당에 든다. 통도사 사역에 들어 맨
먼저 맞는 것이 범종각(梵鐘閣)이듯이 산문 입구에는 종과 북을 걸어놓은
다락이 있게 마련이다. 종과 북과 더불어 구름무늬를 새긴 운판(雲板)과
나무에 고기를 새긴 목어(木魚)도 걸려 있다. 이 네 가지 소리 내는
기구들은 불전사물(佛前四物)이라 하여 범종은 저승에 가 있는 중생에게,
북은 축생의 무리에게, 운판은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목어는 물속을
헤엄치는 고기들에게 불음(佛音)을 전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사의
상징뿐 아니라 한국의 상징적 조형으로도 이따금 등장했던 목어가
월드컵에서 부각된 셈이다.
절의 의식이나 식사 시간을 알려 스님들을 모이게 할 때 치는 목어가 왜
고기모양을 하게 됐는지는 불경에 따라 설이 구구하다. 물고기는 밤낮
없이 잠을 자지 않기에 이를 쳐 스님들로 하여금 수도에 게으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고래가 일격을 가하면 겁을 먹고 큰 소리를
지른다는 포뢰(蒲牢)라는 바다짐승이 있는데, 포뢰가 한 번 울면 바다
밑바닥이 용솟음치고 소리에 놀란 파도가 해일을 일으키며 육지의
바위산들이 굴러떨어진다 한다. 그 천지를 진동시키는 큰 소리를 얻고자
고래를 친다는 뜻에서 고기 모양이 됐다는 설도 있다. 옛날 한 스님이
스승의 말을 듣지 않아 죽어서 고기모양으로 변신했는데 그 고기 등에서
나무 한 그루 자라 바람만 불면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다. 이에 스승은
재를 지내 어신(魚身)을 탈피케 했으며 그 어수(魚樹)를 베어 목어를
만들어 스님들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 목어의 시작이라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평평한 고기모양의 목판이었던 것을 명나라 때 입체화했으며
이를 둥글게 압축시켜 목탁으로 쓰기도 했다. 다시 목어의 머리를 여의주
물린 용머리로 바꿨는데 고기가 용으로 둔갑한다는 말에 따라 목어의
소리를 보다 성스럽게 하고자 용머리로 바꾼 것이라 한다. 이 월드컵
목어에 축구공 모양의 여의주를 물려 골이 터질 때마다 포뢰의 소리를
지르고 여의주를 뱉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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