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중에 한 모스크바 시민이 미국의 싱징인 자유의 여신상처럼 분장하고 횃불 대신 닭다리를 들고 시위를 한 사진이 보도되었다. 이 닭다리를 둔 해석이 구구하다. 러시아에서는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했고, 이를 둔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있어왔으며, 그 마찰로 피해본 사람들의 항의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부시 방문을 반대하는 거센 반미 운동이 일었던 것과 연관시켜 미국의 치부를 닭다리로 상징한 반미 시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서양에서는 사람의 다리를 성감대라하여 치부로 여기고 20세기 초까지 치마 속에 가두고 살았다. 라틴말로 여자를 뜻하는 Femina는 허벅지를 뜻하는 Femur에서 비롯됐을 만큼 다리는 여자의 상징이었다. 중국에서 전족(纏足)을 제2의 성기로 여겼음도 같은 이치다. 소설 「금병매(金甁梅)」에서 서문경은 금련의 진분홍 신발을 벗겨 발끝을 감았던 베를 풀고 발과 다리를 애무하고 있다. 이미 고대 희랍 로마에서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허벅지를 주무르는 다리 마사지로 성적 흥분을 유도했으며, 로마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양발톱으로 여인의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조각을 볼 수 있음도 그같은 풍습의 유구함을 말해주고 있다. 베룬할트 슈테른의 유명한 「공공 풍속사」에 18세기 초 러시아의 안나 이바노프 여왕은 궁에 발과 다리 주무르는 궁직(宮職)을 두었으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도 규방에 많은 발 마사지 여인을 거느렸다고 그 책이 적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 다리 노출은 유방 노출에 못지않은 수치였다. 사람 다리뿐 아니다. 피아노 다리도 상스럽다하여 양말을 신겼으며 1차대전 때까지만 해도 비행기 바퀴 다리에도 스타킹을 신겨 놓았었다. 품위있는 가문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숙녀 앞에 닭다리 내놓는 것은 에티켓에 위배되며 굳이 내놓을 때면 은박지에 싸서 내놓아야 했다. 그래선지 다리라는 말을 입에 담지않는 것이 신사의 조건이 돼있기도 하다. 희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털 벗긴 닭다리 들고 가 플라톤을 야유한 것은 야유 이상의 모욕이 내포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스크바 미국대사관 앞에서의 닭다리 시위에도 그만한 계산이 내포된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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