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桃夭村 이야기

bindol 2022. 11. 25. 17:25

[이규태 코너] 桃夭村 이야기

조선일보
입력 2002.05.10 19:33
 
 
 
 


중국 민화에 도요촌(桃夭村)이라는 섬나라 이야기가 있다. 이 섬에서는
해마다 미녀 선발을 해서 등급을 매기고 천재 선발을 해서 등급을 매겨
1등은 1등끼리 꼴찌는 꼴찌끼리 짝지어 우성(優性)인간을 번창시키고
열성(劣性)인간을 도태시켰다. 이렇게 짝지어 사는 이 섬나라가 번성할
줄 알았던 것과는 반대로 잘난 소수에 대한 못난 다수의
이간·불화·갈등으로 멸망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중국문헌「자불어(子不語)」에 나온다. 지금 미국의 경영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우성(優性)지향의 '경영 도요촌'이라
해도 대과가 없다. 그러하려면 이윤이 일찍 드러나지 않는 장기업적보다
단기업적에 치중하게 되고 부품비용을 줄이다 보면 제품의 질이
나빠진다. 인사나 급료도 타산에 민감하게 잘라버리고 차별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도요촌처럼 1등인간 이외에는 불만과 불성실과 반감으로
임하게 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영은 MBA경영이라는 말도 있듯이 경영대학원에서 새 경영기법을
익힌 사람을 중용함으로써 실제와 이론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경영윤리의
파탄을 초래하여 반성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개척시대의 이민들은
의존해 사는 전통이 없는 데다 인디언과 대자연의 가혹한 위협과
싸워나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에 의존하고 자립·자존·자조하면서 서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위협이 사라진 지금 미국은 미이즘, 곧
자기위주가 되어 무슨 문제가 생겨도 "I dont know", 책임은 "Thats
your problem", 난처하게 됐어도 "I dont care"ㅡ무관심 무책임으로
일관된 토대 위에 경영이라는 허우대 좋은 집을 짓고 있다.

경영윤리에 반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을 내는 데 무자비해야 한다는 「게임즈 맨」의 저자 맥코비는
시대가 바뀌어 자기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대승적 차원의 인간 중시
경영윤리를 대망하는 「리더」를 저술했다. 얀케로비치는 미이즘은
끝났다 하고 깊은 인간관계와 집단적 생존만이 기업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뉴 룰' 윤리를 주장, 미국 경영이 배제해온 인간 호혜 윤리경영시대를
예고했다. 전경련에서는 경영윤리 시찰단을 미국에 보냈는데 사람을
배려하는 새 윤리가 어떻게 착지하고 있는가 보고 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