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고려 靑磁
고려자기에서 나는 청색을 비색(翡色)이라 한다. 중국 청자의 푸른색과
차별화하기 위해 얻은 이름이다. 미술사가 최순우씨는 「고려인의 근심과
염원과 애환을 섞은 듯한 푸른색, 뽐낼 줄도 깔볼 줄도 모르는ㅡ 그리고
때로는 미소짓고 때로는 속삭이듯, 때로는 상념에 묻히듯한 고독한
색」으로 비색을 보았다. 그래서 비색은 청자의 본향인 송나라에서도
색의 일종이 아니라 어느 지경의 마음이 녹아흐르지 않으면 못내는
색으로 소문나 있었다. 송나라 학자 태평노인의 「유중금(釉中錦)」에
천하제일의 유약 가운데 하나로 비색을 들었으며 중국사신 서긍(徐兢)의
「고려도경」에도 청자의 아름다움에 홀리고 있음을 본다.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인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는 다기(茶器) 수집으로
유명한데 명품 38개 가운데 으뜸으로 고려청자를 신주 모시듯 했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도 당시 천하제일의 다인(茶人)
지도시(千利休)를 다도의 스승으로 모셨는데 이 스승으로 하여금
할복자살케 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유는 도요토미의 조선 출병을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는데 그와 더불어 일한 도공 가운데
송경(宋慶)이라는 조선사람이 있었고 그만한 도예(陶藝)가 있는 나라에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펴다가 죽음을 당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일본 민예학자 야나기(柳宗悅)도 「조선박물관의 고려실(청자)을
보고 나온 사람이면 그 민족에게 칼날을 들이대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안 앞바다의 세기적 대발굴에서 건져낸 7000여점의 주종은 청자였다.
건져 낸 그 유물을 보러온 학자들에게 공통되게 주의를 끌고 탄성을
올렸던 매병(梅甁)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몇 점 섞여나온 고려청자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이 고려청자의 가장 많은 수집가는 일본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던 영국인 존 가스비로 물건 하나 나왔다하면 비행기를
대절해가는 맹렬 수집으로 유명하다. 일본 군부가 세력을 잡자 가스비는
한국의 젊고 애국적인 수집가 전형필(全鎣弼)을 불러들여 1937년 당시
50만원으로 팔아넘기고 일본을 떠났다.하마터면 사라졌을 뻔한
고려청자가 고국의 품에 안긴 것이다. 지금 군산 앞바다 해저에서
고려청자가 대량으로 출토되고 있어 그 희귀함이며 아름다움의 역사
궤적을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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