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미국속의 이스라엘

bindol 2022. 11. 26. 08:35

[이규태 코너] 미국속의 이스라엘

조선일보
입력 2002.04.23 19:24
 
 
 
 


애틀랜타에서는 봄마다 세계 굴지의 오페라를 초빙하여 공연을 갖는데 그
전야에 에드몬트 클럽 주최의 대무도회를 열어왔다. 이 클럽은 영국계
신교도들로 미국 속의 귀족을 자처하는 와스프(WASP)의 모임으로
선민의식이 대단하다. 의당히 오페라 출연 가수들을 초대하는 것이
관례인데, 연전에 오페라 「토스카」의 주인공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초대에서 제외당한 일이 있었다. 프라이스가 유태인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런 차별을 받고 공연할 수 없다 하여 철수했는데 미국에서
유태인의 위상을 가늠케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유태인 파워는 막강하다.

유태인이 500명 이상 있는 나라가 세상에 70개국에 이르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나라가 600만명인 미국으로 이스라엘 인구의 갑절이 된다. 유태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도 250만명의 뉴욕이다. 1974년 당시 미국
합참의장인 브라운 대장은 유태인이었다. 한 강연회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에 방대한 무기원조를 요청했기에 의회에 그만한 요구를
지지시키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더니 「걱정말라, 의회는 우리가
책임진다」고 자신있게 말을 해서 파동이 일어났었다. 이는 미국 의회에
잠재된 유태 파워의 과시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스라엘을 지킨다」고
공약하는 것은 상식이다. 정계뿐 아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가인 월가의
겉은 WASP가 지배하고 있지만 속은 유태인 것이라는 건 상식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신문인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그리고
3대 텔레비전 네트워크도 유태계다.

지금 이스라엘의 핵폭탄과 팔레스타인의 인간폭탄이 싸우고 있으며, 그
이스라엘이 테러는 응징해야 한다는 미국의 명분에 편승하기까지 하여,
중재하러 간 파월 미 국무장관을 머쓱하게 돌아가게 했다. 거기에 그
막강한 유태인들이 대집회를 열어 미국 속의 이스라엘의 위상을
과시했다. 울포위츠 국방차관이 대독하는 부시 대통령의 인사말에서
「대통령은 당신들과 단결하고 있다」고 하자 대환성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하자 불만의 함성이 교차되기도
했다. 미국을 다시 한번 머쓱하게 한 대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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