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아빠 育兒
북극 동물인 펭귄은 알을 낳을 때 얼음바닥 아닌 곳이 없기에 아빠
펭귄의 두 발 위에 낳아놓는다. 아빠는 부화할 때까지 날개로 알을 덮어
움직이지 못하고 몇 주일을 꼬박 굶주린다. 새끼가 부화하면 양식을
마련하러 먼 바다에 나갔던 엄마 펭귄이 돌아온다. 아빠 펭귄에게 양식을
나눠줌직한데도 도외시당한 아빠는 비틀비틀 먹이 찾아 나가다가 쓰러져
죽게 마련이다. 동물에 있어 아빠와 육아와의 원초적 형태를 펭귄이
대변해주고 있다. 태어나는 아기를 둔 인간 아빠의 고행(苦行)은
쿠바드라는 습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록영화 「몬도가네」에서 보듯
아프리카에서 아내가 진통하는 동안 남편은 물속에 들어가 익사시늉을
거듭해야 했고, 중국 장족의 아빠들은 40일 동안 아내의 출산고통을
더불어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쿠바드 습속이 없지 않았다. 평안도 박천지방에서
지붕지랄이라 하여 아내가 진통이 시작되면 남편은 지붕 위에 올라가
용마름을 붙들고 나딩굴며 비명을 질러야 했다. 아내가 진통을 하면
남편은 상투머리를 문구멍으로 밀어넣어 아내로 하여금 상투를 부여잡고
힘을 쓰게 했다. 산모 상투머리 휘어잡고 「이잉 이잉 힘쓰면서 /애를
쓰며 당기더니 /상투꼬리 쑥 빠지면서 /당콩 같은 빨간 아기 /말똥말똥
빠져났네」 하는 민요까지 있다. 곧 아이 낳는 일부터 엄마 아빠가
더불어 하는 것이 남성위주의 문화지배 이전에는 상식이었다.
캐나다 북변에 사는 헤어인디언은 아기의 젖먹이는 일 이외의 육아는
아빠 담당이다. 아빠가 길러야만이 네댓 살부터 썰매 타고 도끼 끌을
들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추운 고위도 지방일수록
육아나 가사의 남녀 공동부담이 상식으로 돼있음은 중국 연변지역의
한민족 아빠들 부엌 나들이가 자연스러운 것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이미
1980년대에 30대의 스웨덴 노동장관 페르 알마크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자 기자들이 찾아갔더니 앞치마 두르고 나타나 학교 다니는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직급의 고하를
막론하고 스웨덴에서는 두 사람에 한 사람꼴로 아빠들이 육아휴가를 얻고
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조선일보사가 시작한 엄마 아빠의 아기 함께
키우기 운동은 남성 독존의 남방문화로부터 북방문화로의 소급이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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