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황금 수의
금은 영원 불변하다. 그 불변한 옷을 입고 영생하고 싶은 생각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기원전 1350년 이집트의 지배자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던 워드 카터는 마지막 재실을 발견했을 때를 이렇게 적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등불의 불꽃을 흔들었다. 눈이 내부의 어둠에 길들면서부터
으스름 안개 속에 묘실 안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한쪽이
환하게 떠올랐는데 분명히 황금에서 반사되는 빛이었다.」 관은 금으로
되어 있었고 가슴팍에서 머리 위까지는 황금 마스크로 덮여있었다.
역사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상은 바로 이 무덤에서
발굴된 임금님의 상반신 수의였다 할 수 있다.
1968년 중국 하북성에서 기원전 서한(西漢)시대의 중산왕(中山王)
독관부인이 황금실로 꿰맨 옥(玉) 수의를 입은 채로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산왕은 경제(景帝)의 아들로 한무제(漢武帝)의 서형이다.
금루옥의(金縷玉衣)로 불리는 이 수의는 얇게 만든 옥 조각 2498개를
체형에 알맞게 1200돈의 황금 실로 여미어 만든 반옥반금(半玉半金)의
수의라 할 수 있다. 신분에 따라 금루(金縷) 은루(銀縷) 동루(銅縷)로
구별했으며, 황제 아래 제후(諸侯)가 금루옥의라면 황제는
금루금의(金縷金衣)일 것이나 도굴이 심해서인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금이나 옥으로 시신을 싸면 원형대로 보존된다 해서 썼을 것이나
금루옥의의 독관부인 시신은 뼈 하나 남지 않았으니 영생은 한낱 춘몽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이다.
지금 안동포 삼베에 순도 99.9%의 황금을 입혀 만든 안동포 황금수의가
개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산 삼베가 들어와 실추된 안동삼베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개발된 이 황금 수의는 시가가
4000만~5000만원이라니 영생한다는 황금 신앙을 가진 분이나 돈 많은
효자 아니고는 넘나볼 수 없는 죽음에로의 여장(旅裝)이다.
금가루 탄 술로 반주하고 금가루 뿌린 굴비며 금가루 김밥 먹고 금반지
금노리개 차고 살다가 금가루 칠한 수의 입고 저승에 가면, 뇌물
좋아하고 금이면 사죽을 못쓴다는 저승 문지기 우두나찰(牛頭羅刹)
마두나찰(馬頭羅刹) 무척이나 반가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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