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5백년만에 핀 연꽃

bindol 2022. 11. 27. 16:00

[이규태코너] 5백년만에 핀 연꽃

조선일보
입력 2002.03.05 18:40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쿠시나갈의 열반탑(涅槃塔)에서 시오리쯤 남으로
내려가면 불신(佛身)을 화장한 다비처(茶毘處)가 나온다. 벽돌의
대탑이었던 것이 지금은 헐리어 붉은 흙이 노출된 야산이 돼 있었다.
열반 1000여년 후인 혜초 시절만해도 그 회탄(灰炭)이 섞인 거무스레한
다비토가 섞여있어 사리를 찾는 도굴꾼이 끊이질 않았다 한다. 지금도
순례자들이 성스러운 흙이라 하여 파가는 바람에 장옷을 걸친 노인 한
분이 장대를 들고 순찰하고 있었다. 불교 성지에서 성적(聖蹟)으로
순례자들이 갖고자 하는 것은 다비토뿐 아니다. 부다가야의 성도(成道)
성지 그 아래에서 득도했다는 보리수 잎을 줍고자 이른 새벽에 줄지어
서있는 것도 보았다. 티베트 신도들 간에서는 성도 보리수 한닢이 양 한
마리 값이라면서 새벽 3시쯤 나가면 주을 수 있다고 방가로우 주인이
귀띔해주었다. 그 인근 가게에서 은밀히 매매되기도 하는데 진품여부를
두고 갈등이 잦다고도 들었다.

성도 후 석가모니는 굶어 죽어가는 한 천한 여인이 입었던 옷을
헌납받는다. 그 옷을 빨아 입고자 인근 못을 향해 걸어가자 발자국 마다
연꽃이 피어났다 해서 지금 그 자리에 연꽃 석대(石臺)가 놓여있으며
못에 이르러 옷을 빨자 연꽃이 피어났다 했다. 그 못이 불성지(佛聖池)며
혜초 시절만해도 그 빨랫돌이 남아있었다 한다. 스님들은 이 불성지에서
가사(袈裟)를 그 물에 적셔 입고 연꽃 씨앗을 얻어가는 것이 순례의
절차였다. 순례 유학승들에 의해 이 불성지의 연꽃 씨앗이 운반되어
중국과 한반도에 뿌려졌을 것이며 아시아의 연꽃 족보를 거슬러 오르면
이 불성지 연꽃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보도된 바로 미국 과학자들이 중국 동북부 500년 된 연못 바닥에서
출토된 연꽃씨앗을 처리, 붉은 꽃봉오리를 피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한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이 묵은 씨앗에서 생명을 재생시키기란
처음이며 바로 이 연꽃도 한 순례자에 의해 옮겨졌을 불성지의 몇 십대
후손 홍련(紅蓮)일 것이다. 흙탕속에 피어난 홍련은 인간 고해에서
청순함을 잊은 적 없는 보살의 상징인지라 500년 동안을 어떻게 그 붉은
빛이며 청순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어진다. 아마도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대꾸가 나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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