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魚群 대이동

bindol 2022. 11. 27. 16:04

[이규태 코너] 魚群 대이동

조선일보
입력 2002.03.03 18:36
 
 
 
 


한(漢)나라 때는 우리나라를 첩역( 域)이라 불렀고 한반도의 근해를
첩해( 海)라 불렀다. 첩이란 생선 가자미를 뜻한다. 중국 옛 사전인
「설문(說文)」을 보면 낙랑(樂浪) 근해에 사는 고기 이름이라 한다.
얼마나 가자미가 많이 잡혔기로 나라 이름으로까지 삼았을까 싶다.
이처럼 역사가 흐르는 동안 바다의 수온과 먹이의 질에 따라 어군이
대이동을 거듭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어류학자 정문기(鄭文基)
박사는 일제 때 한국 어류의 전통 이름을 찾아 맞추는 일을 해왔는데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다는 행어(行魚)의 정체를 찾아 무척 고심했다.

어촌을 돌아다니며 마을사람 모아놓고 약장사가 떠벌리듯 행어가 무슨
고기인지 묻고 다니다가 모슬포에서야 멸치를 그렇게 불렀다는 노인을
찾아냈다. 해안을 무리지어 다니면서 제물에 육지까지 뛰어올라, 잡는
것이 아니라 주우러 다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50여년 전까지 그렇게
많던 멸치가 그 무렵에는 한 마리도 잡히질 않아 고기 이름마저
섬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멸치는 난류성 어종이기에
바다의 수온 상승에 따라 북상해온 어종이다.

일제 말기인 1939년 동해 어장에서 120만톤의 정어리가 잡혀, 단일
어종으로 세계적 기록을 세운 적이 있었다. 당시 항공 어군탐지를 했던
우리나라 항공업의 개척자 신용욱(愼鏞頊) 조종사가 청진으로
돌아오는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발견하고 저공비행해 보니 정어리
어군이 섬을 이루고 있었다 한다. 그러하던 정어리가 잡히지 않은 지
반세기가 지났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丁若銓)이 지은 「자산어보」를
보면 고등어는 목포 근해에서 1750년부터 1805년까지 대풍어였다고
기록돼 있는데 지금은 북상하고 없다.

어류는 한류성 고기와 난류성 고기로 대별하는데 한류·난류가 부딪치는
한국 근해는 고기 살기가 좋았다. 더욱이 동해 독도 인근에서는 한·난
저류에서 물살이 부딪쳐 바닥의 진흙을 솟구치게 하여 생선들의 먹이를
양산해주고 있다. 일본이 독도 땅에 미련을 못 버리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보도된 바로 지난 80년 동안 한국 근해의 수온이
섭씨 0.6도에서 0.8도까지 올라 꽁치·정어리 같은 한류성 어족은 아예
북상해버리고 멸치·고등어 등 난류성 어족은 북으로의 이동 현상이
두드러져 어민의 희비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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