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의 비밀] 올바름과 정당(正當)

[漢字의 비밀] 올바름과 정당(正當)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9 00:24 한자 1/29 편견 없는 세상이란 가능한 것일까? 불가능에 가까운 듯 보이는 이 명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기도 하는 사회적 운동도 그중 하나이다. 이 ‘정치적 올바름’이란 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언어적 표현이나 문화적 관습에 반대하고 그것의 개선을 지향하는 사회적 운동을 가리킬 때 쓰이곤 한다. 이것은 영어의 Political Correctness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사실 영어에서도 1980년대에 들어서야 앞서 설명한 뜻을 갖게 됐고, 운동의 양상과 말뜻은 지금도 변화하는 중이다. 이렇게 의미가 가변적인 표현은 원어를 고스란히 직역하거나, ..

漢字의 비밀 2022.01.29

[漢字의 비밀] 진실(眞實)의 종아 울려라

[漢字의 비밀] 진실(眞實)의 종아 울려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15 00:24 한자 1/15 “어젯밤에 눈이 왔어”라는 문장과 “어젯밤에 눈이 오더라”라는 문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문장 모두 어떤 사실에 관해 서술하고 있지만, “눈이 왔어”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도 쓸 수 있지만, “눈이 오더라”는 경험한 사실에만 쓸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어젯밤에 눈이 왔대”가 되면 다른 사람의 얻은 정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라는 내용이 함축돼 있으며, “어젯밤에 눈이 왔나 봐”는 간접적인 단서를 통해 추론한 정보라는 사실이 들어 있다. 이처럼 우리말은 정보의 출처와 습득 방식을 문장의 끝에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몇 달째 정치의 시절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사실처럼..

漢字의 비밀 2022.01.15

猫鼠同處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의미는? 아듀 신축년, 웰컴 임인년 2021년 전국의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를 선정했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추천위원단 추천과 예비심사단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사자성어 중 2개씩을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한 결과, 1760표 가운데 약 30%인 514표를 받은 ‘묘서동처’가 뽑혔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했는데 고양이와 쥐가 한데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은유한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뒤엉켜 오직 이익을 탐하는 데만 몰두했다는 이야기다. 고양이와 쥐가 한 편이었던 2021년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

漢字의 비밀 2022.01.02

[漢字의 비밀] 메타버스(metaverse)와 원우주(元宇宙)

[漢字의 비밀] 메타버스(metaverse)와 원우주(元宇宙)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01 00:24 한자비밀 1/1 한 해의 시작, 원단(元旦)에 한 해를 달굴 화제를 그려 본다. 메타버스는 분명 그중 하나일 것이다.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다. 중국에서는 이를 원우주(元宇宙)라 옮겼고, 지난해 10대 유행어의 하나가 됐다. 최근 페이스북 사명을 Meta로 변경한 저크 버그의 말처럼, 세상은 메타버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지도 모른다. 우주(宇宙)는 『장자』에서부터 등장하는 아주 오래된 어휘다. 우(宇)는 ‘처마’를 뜻하여 무한히 확장하는 ‘공간’을 상징하고, 주(宙)는 ‘극점까지 무한 왕복하는 것’을 말해 ‘시간’을 뜻한다. 이 둘이 합쳐져 우주가 됐다. ..

漢字의 비밀 2022.01.01

상하이는 미인계의 발상지

상하이는 미인계의 발상지 중앙일보 중국 역사상 절세의 용모로 이름을 떨친 미인은 800명쯤 된다. 그중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4대 미인’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겐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침어(沈魚)의 주인공은 춘추시대 말기 월(越)나라의 서시(西施). 그의 미소에 연못 속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잊고 가라앉았다. 낙안(落雁)은 한(漢)나라 왕소군(王昭君)을 일컫는다. 그가 뜯는 처량한 비파 음색에 기러기마저 시름에 잠겨 내려앉았다. 폐월(閉月)은 후한의 초선(貂蟬)을 가리킨다. 밤하늘의 달조차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한다. 수화(羞花)는 당(唐) 현종(玄宗)을 녹인 양귀비(楊貴妃)가 주인공. 꽃 또한 그가 내미는 손을 잡기가 수줍어 고개..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세상을 말하다] 백성을 위로하고 폭군을 징벌하다

[漢字,세상을 말하다] 백성을 위로하고 폭군을 징벌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1.03.28 07:36 업데이트 2011.03.28 10:49 “무릇 군사를 동원하는 데 종과 북을 울리는 것을 정벌(伐), 그렇지 않은 경우를 침공(侵)이라고 한다(凡師有鍾鼓曰伐, 無曰侵).” 『춘추(春秋)』에 보이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어진 이를 해치고 백성을 해롭게 하면 정벌하고, 험하고 견고함에 의지해 복종하지 않으면 침공한다(賊賢害人則伐之, 負固不服則侵之).” 『주례(周禮)』의 9가지 정벌의 법(九伐之法)에 보이는 벌(伐)과 침(侵)의 구분법이다. 당(唐)대 문장가 유종원(柳宗元)은 『변침벌론(辨侵伐論)』에서 정벌의 성공 조건을 말한다. “백성의 재산을 축내고 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며 어진 이를 해치는 자가 있..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나이 40에 66억원은 모아야?

[漢字, 세상을 말하다] 나이 40에 66억원은 모아야? 중앙선데이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예기(禮記) 곡례(曲禮) 편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10년 단위로 나눠 이름을 붙였다. 사람이 나서 10년간을 유(幼)라 하고 이때부터 글을 배운다. 스물은 약(弱)이라 하여 갓을 쓰고, 서른은 장(壯)으로서 집을 갖는다. 마흔은 강(强)으로서 벼슬을 하며 쉰은 애(艾)로서 나라의 큰 일인 관정(官政)을 맡는다. 예순은 기(耆)라고 하며 늙었으므로 일을 남에게 시켜도 된다. 일흔은 노(老)로서 일을 후배에 맡기고 여든과 아흔은 기력이 다했으므로 모()라고 한다. 옛날엔 잦은 전란과 역병 등으로 쉰을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았다. 당(唐)나라의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그래서 ‘인생칠십고래희(..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모양만 중시하다간 일 그르치리라

[漢字, 세상을 말하다] 모양만 중시하다간 일 그르치리라 중앙일보 ‘갈등’. 칡덩굴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의미하는 등(藤)이 어우러진 말이다. 이 단어가 ‘서로 어긋나 싸운다(Conflict)’는 뜻으로 발전한 것 역시 두 나무의 속성과 관계 있다. 칡덩굴은 나무를 탈 때 오른쪽으로 감아 오르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는다. 두 나무가 같이 있다면 필경 어긋나고 싸울 수밖에 없다. 나무의 속성에서 인간사 이치를 간파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중국어 ‘葛藤(거텅)’엔 어긋나고 싸운다는 뜻이 없다. 칡뿌리와 등나무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어의 갈등에 가까운 중국어는 ‘모순(矛盾)’이다. 창(矛)과 방패(盾)가 합해진 이 단어는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였던 한비(韓非)가 쓴 한비자(韓非子)의 난일(難..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귀신이 맷돌 돌리는 이유

[漢字, 세상을 말하다] 귀신이 맷돌 돌리는 이유 중앙일보 돈다발이 장안의 화제였던 한 주였다. ‘돈꿰미는 북두칠성보다 높게 쌓이고 쌀은 창고에서 썩는다(錢過北斗 米爛成倉)’라는 말처럼 5만원권 22만1455장, 110억원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이 전북 김제의 마늘 밭에서 쏟아져 나왔다. 중국인들은 종종 ‘돈만 있으면 귀신에게도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고 말한다. 돈은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전가통신(錢可通神)이란 성어처럼 예나 지금이나 돈은 신(神) 대접을 받았다. 돈은 궁한 자도 통달하게 하고, 부자도 온화하게 만들고, 가난한 자도 용맹하게 만든다. 재물 없는 군주에겐 선비가 모이지 않고, 상을 내리지 않는 군주에겐 선비가 오지 않는다. 중국 진(晉)나라의 은자(隱者) 노포(..

漢字의 비밀 2021.12.16

눈동자 색깔에 담긴 감정

눈동자 색깔에 담긴 감정 중앙선데이 썩은 세상을 버리고 은둔했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에 완적(阮籍)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 위진(魏晉) 시기 시인이다. 어느 날 그가 모친상을 당했다. 상주였던 그는 문상객들에게 평소 품어오던 자신의 감정을 각각 표현했다. 방법은 눈동자였다. 예절이 바르고 올바른 사람은 검정 눈동자(靑眼)로 보고, 무례하고 그릇된 사람은 흰 눈동자(白眼)로 흘겨 보았다. 또 다른 죽림칠현인 혜강(康)을 검정 눈동자로 봤지만,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그의 동생 혜희(喜)를 흰 눈동자로 쳐다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안(白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연유다. ‘남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흘겨본다’는 뜻의 ‘백안시(白眼視)’는 여기서 유래됐다. 거꾸로 ‘청안시(靑眼視)’는 ‘따뜻하..

漢字의 비밀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