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善惡 선악

[漢字, 세상을 말하다] 善惡 선악 중앙일보 입력 고대 중국에서 양(羊)은 신성한 동물이었다. 재판할 때 원고와 피고가 양 앞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신(神)에게는 진실만을 고(告)해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善(선)’은 이를 형상화한 글자다. 글자 ‘羊(양)’의 아랫부분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言(언)’을 더해 만들어졌다. ‘양 앞에서 서로 말을 한다’는 뜻이다. 신 앞에서 인간은 깨끗하고 순결해야 하는 법이다. 여기에서 ‘善’은 좋은 것, 착한 것, 길(吉)한 것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선의 반대말 ‘악(惡)’은 황실의 무덤과 관계 있는 글자다. ‘亞(아)’는 무덤의 관을 넣는 ‘현실(玄室)’ 모양이다. 현실은 사각형으로 짜여졌고, 그 양옆에 물품을 놓아두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亞’에 ‘心(마음)..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秋 추

[漢字, 세상을 말하다] 秋 추 중앙일보 “한낮엔 덥기가 한여름 같은데 밤이 되니 차갑기가 노추(老秋)와 같구나(白晝炎炎若盛夏 半夜凄凄如老秋).” 송(宋)대 진순(陳淳)이 읊은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낮엔 덥다가도 해만 떨어지면 으스스하다. ‘노추’는 노쇠해 한 과정이 거의 끝나가는 가을이라는 뜻에서 음력 9월을 말한다. ‘다했다’는 의미를 가진 궁(窮)을 써 궁추(窮秋), ‘저물어 간다’는 뜻의 모(暮)를 앞에 붙여 모추(暮秋)라 부르기도 한다.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내리는 비는 그리운 고향을 떠오르게 하고, 강가에 부는 바람은 저무는 가을을 막네(蓬雨延鄕夢 江風阻暮秋)”라 했다. 음력 9월의 저물어 가는 가을은 모상(暮商)이나 계상(季商)으로 일컫기도 한다. 상(商)은 궁상각치우..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好好先生 예스맨

[漢字, 세상을 말하다] 好好先生 예스맨 중앙일보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무대가 된 동한(東漢) 말엽. 황건적의 난으로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자 군사를 일으킨 유비(劉備)가 수경선생(水鏡先生) 사마휘(司馬徽)를 만났다. 수경선생은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유비에게 엎드린 용(臥龍) 제갈량(諸葛亮)과 봉황의 새끼(鳳雛) 방통(龐統)을 추천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사마휘가 지인과 마주쳤다. 지인이 사마휘에게 “건강하십니까?”라고 묻자 “좋다(好)”고 말했다. 하루는 옛 친구가 아들의 죽음을 알려 왔다. 그는 또 “좋다”고 말했다. 아내가 너무 심하다며 책망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무슨 말이라도 다 합니다. 자식을 잃어서 애..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殺鷄儆<7334> 살계경후

[漢字, 세상을 말하다]殺鷄儆 살계경후 중앙일보 한 노인이 원숭이를 키우고 있었다. 원숭이는 제법 묘기를 부릴 줄 알았다. 곡예를 가르치면 잘 따라 했다. 노인은 원숭이를 저잣거리로 데리고 나가 돈을 벌기로 했다. 원숭이 곡예판을 여니 금방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원숭이는 주변 사람들을 멀거니 쳐다볼 뿐 재롱을 떨지 않았다. 아무리 다그쳐도 움직임이 없었다. 노인이 꾀를 생각해 냈다. 원숭이는 피를 싫어한다는 속설을 떠올린 그는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닭의 목을 자른 것이다. 피가 쏟아졌다. 공포에 질린 원숭이는 그제야 징소리에 따라 재주넘기·뒷구르기 등 곡예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바로 ‘살계경후(殺鷄儆)’다. 한 사람을 벌해 다른 사람에게 경고한다는 뜻이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中山 중산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中山 중산 중앙일보 이달 초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오페라 ‘중산(中山)·일선(逸仙)’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홍콩 정부가 돈을 댄 이 오페라는 작곡에만 4년을 들인 대작이다. 내용은 제목인 중산 또는 일선을 알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두 2133년의 ‘황제 체제’를 끝장낸 신해혁명(辛亥革命)의 주역인 쑨원(孫文)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취소된 건 오페라 내용을 중국 당국이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페라 제목인 중산과 일선은 어떻게 나온 말들일까. 먼저 쑨원의 다른 이름인 중산을 보자. 쑨원은 1894년 청나라의 실력자 이홍장(李鴻章)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혁명의 길로 나선다.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面牆 면장

[漢字, 세상을 말하다] 面牆 면장 중앙일보 “홍문관(弘文館)에 올라온 상소에 신(臣)이 배우지 않아 장면(牆面)하고, 나이가 적어 경험이 적고 물정에 어둡다고 합니다. 이 말이 공론이라면 사직하기를 청합니다.” 연산(燕山) 6년(1500) 우부승지 신수영(愼守英·?~1506)이 주위의 흉흉한 평판에 분개해 왕에게 하소연했다. “비록 학술이 있더라도 장면한 사람만 못한 사람도 많다. 사직하지 말라.” 왕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연산군일기의 한 부분이다. 여기 나온 ‘장면’은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선 것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견문이 좁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의 ‘면장(面牆)’과 같은 말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배운 사람은 곡식과 벼와 같고, 배우지 않은 자는 쑥대와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遊客·游客·旅客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遊客·游客·旅客 중앙일보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에 백아(伯牙)라는 사람이 있었다. 유명한 악기 연주자였다. 어느 날 그가 포파(匏巴)라는 친구를 만나 비파 연주 시합을 했다. 포파가 먼저 연주를 끝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옆에서 풀을 뜯던 말이 돌아볼 정도였다. 이번에는 백아의 차례. 백아의 선율은 더 매혹적이었다. 옆 개울 물에서 헤엄치던 고기가 밖으로 뛰쳐나와 들을 정도였다. 순자(荀子)의 ‘권학(勸學)’편에 나오는 고사다. 여기서 ‘고기가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와 들을 정도의 아름다운 선율’을 뜻하는 ‘유어출청(游魚出聽)’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이 성어는 ‘遊(유)’자를 써 ‘遊魚出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游’가 맞을까, 아니면 ‘遊’가 맞을 까? 정..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婚 혼

[漢字, 세상을 말하다] 婚 혼 중앙일보 혼(婚)이란 글자는 여자(女)와 어두울 때(昏)로 이뤄져 있다. 처음엔 저녁 무렵의 신부의 집이란 뜻이었다가 나중에 ‘혼인(婚姻)’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인(姻)은 여자(女)가 의지하는(因) 집으로, 신랑이 사는 집을 말한다. 혼(婚)이란 글자가 시사하듯 혼례는 해가 저문 뒤 신부의 집에서 신랑을 맞아 치러졌다. 신부가 음(陰)에 속하므로 혼례를 저녁 때 치른다는 해석도 있다. 주(周)나라 예의범절을 기록한 의례(儀禮)에 따르면 결혼 절차는 크게 여섯 단계다. 먼저 남자 집안에서 중매쟁이를 통해 여자 측에 청혼의 뜻을 전달하는데 이를 납채(納采)라 했다. 이때 중매쟁이는 기러기를 가지고 간다. 기러기가 ‘음지와 양지를 오가는 철새’이기에 남녀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寅吃卯糧 공짜 점심은 없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寅吃卯糧 공짜 점심은 없다 중앙일보 미국 주부와 중국 주부가 천당에 함께 갔다. 중국 주부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고생하고 저축만 하다가 이제 막 집 한 채를 샀는데 천당에 와 버렸다”는 푸념이었다. 그러자 미국 주부가 “나는 평생 좋은 집에서 지냈지만 한평생 빚만 갚다 보니 어느새 천당에 왔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에 회자(膾炙)되던 이야기다. 미국인처럼 돈을 미리 앞당겨 쓰는 것을 중국에서는 ‘인흘묘량(寅吃卯糧)’이라고 한다. 토끼해에 먹을 양식을 한 해 앞선 호랑이해에 미리 먹어치운다는 뜻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상석하대(上石下臺)와 같은 말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미국의 국가부채에 대한 비아냥과 더불어 중국식 의로움(義)이 강조되기..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逢山開道 봉산개도

[漢字, 세상을 말하다] 逢山開道 봉산개도 중앙일보 미국과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5월 9일 워싱턴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제3회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서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 이때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마디 한다. “중국에는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번 협상에서도 그 정신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자.” 그가 인용한 말이 바로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다. 우수가교에서 ‘가’ 대신 ‘물건을 첩첩이 쌓는다’는 뜻의 ‘첩(疊)’을 쓰기도 한다. 이 말의 뿌리는 중국 원(元)나라의 희곡 작가인 관한경(關漢卿)이 쓴 '곡존효(哭存孝)'에서 찾을 수 있다. 곡존효 제2절에 “3000명의 흑무사(鴉兵)들이 선봉에 서니 산을..

漢字의 비밀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