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 세상을 말하다] 큰 지혜와 어리석음은 하나

[漢字, 세상을 말하다] 큰 지혜와 어리석음은 하나 중앙일보 중국에 ‘양주팔괴(揚州八怪)’라는 말이 있다. 청나라 때 강소(江蘇)성 양주를 무대로 활약한 8인의 화가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화법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괴짜’라는 말을 듣게 된 연유다. 그중 대나무와 난 그림에 뛰어났던 정판교(鄭板橋)가 있다. 그는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능한 삼절(三絶)로서, 특히 대나무(竹)를 잘 그렸다. ‘(대나무는) 푸른 산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네(咬定靑山不放) 뿌리가 깨진 바위틈 사이에 박혀 있구나(立根原在破巖中) 비바람이 천번 만번 불어닥쳐도 굳건하니(千磨萬擊還堅勁) 동서남북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든 불고 싶은 대로 불려무나(任爾東西南北風)’ 그의 시 ‘죽석..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효, 나무와 바람의 사랑

[漢字, 세상을 말하다]효, 나무와 바람의 사랑 중앙일보 어버이 잘 섬김을 효(孝)라 하고 성인이 만든 글을 경(經)이라 한다. 효경언해(孝經諺解)의 첫 문장이다. 자식(子)이 노인(耂)을 잘 모시는 것이 효다. 효경 첫 장에서 공자는 “선왕들은 가장 아름다운 품덕과 가장 간명한 도리(至德要道)를 가지고 천하 백성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어 ‘효는 모든 덕의 근본이며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이 효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하루는 길을 가던 공자가 베옷을 입고 애달피 우는 고어(皋魚)와 마주쳤다. “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슬피 울고 있소?” 공자가 물었다. “세 가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는 배움이 좋아 제후들을 찾아 다니느라..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한자 성어로 전개된 미·중 덕담

[漢字, 세상을 말하다]한자 성어로 전개된 미·중 덕담 중앙일보 중국 지도자를 만나려면 한자 성어(成語) 서너 개쯤은 챙겨야 하는 세상이다.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중 경제전략대화의 만찬장 풍경이 그랬다. 가장 먼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단상에 올라섰다. 그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환영사를 시작했다. 논어 첫 구절이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그의 중국어 발음에 환호했다. ‘유복동향 유난동당(有福同享 有難同當)’이라는 말도 했다. ‘복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헤쳐나가자’는 뜻. 청(淸)나라 문장가인 황소배(黃小配)가 쓴 입재번화몽(載繁華夢)에 뿌리를 둔 말이다. 원전은..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楓橋夜泊

[漢字, 세상을 말하다] 楓橋夜泊 중앙일보 중국 장쑤성 쑤저우(蘇州)에 한산사(寒山寺)라는 절이 있다. 당(唐)대의 기인(奇人) 한산(寒山)의 이름을 딴 사찰이다. 한산은 시(詩)와 선(禪)을 일치시켜 당시(唐詩)의 독특한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0년대 미국 비트 제너레이션이 우상으로 받든 인물이기도 하다. 한산은 원래 부잣집 출신이었다. 그러나 한평생 저장성 천태산(天台山)의 한암(寒岩)에 숨어 살며 세상을 등졌다. 과거 시험에 계속 떨어진 게 ‘죄’였다. 가족 볼 낯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아픔과 번민을 삭이고 삭인 끝에 세속을 초탈한 그만의 시풍을 남겼다. 그 절 안에 청(淸) 말의 저명 학자인 유월(兪)의 필치로 쓰여진 시비(詩碑)가 있다. ‘달 지고 까마귀 울며 하늘엔 서리 ..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六無·六和(육무·육화)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六無·六和(육무·육화) 중앙일보 중국은 지금 잔칫집이다. 김정일이 찾아와서가 아니다. 오는 7월 1일로 7799만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90번째 생일이 다가와서다. 아흔 살 생일은 졸수(卒壽)라 부른다. 졸(卒)을 아홉 구(九)자 밑에 열 십(十)자를 붙여 졸(卆)로 줄여 쓰기 때문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얼마 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여섯 가지 없음[六無]에 관한 기사를 실어 화제다. 첫째, 저우 총리는 사망 후 유골을 남기지 않았다. 사불유회(死不留灰)다. 둘째, 살아서 후손을 두지 않았다. 생이무후(生而無後)다. 셋째, 관직에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관이부현(官而不顯)이다. 넷째, 당을 조직했어도 사조직은 꾸리지 않았다. 당이불사(黨而不私)다. 다섯째, 고생..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세상을 말하다]大義滅親 대의멸친

[漢字,세상을 말하다]大義滅親 대의멸친 중앙일보 춘추시대 위나라 장공(衛庄公·BC 757~BC 737)은 세 아들을 뒀다. 그중 막내아들 주우(州)를 유독 사랑했다. 너무 귀여워한 나머지 버릇 없이 키웠다. 재상 석작(石)이 위장공에게 아들을 엄격히 다루라고 간언했지만 허사였다. 주우는 오히려 석작의 아들 석후(石厚)를 꾀어내 함께 방탕한 생활을 했다. 위장공이 죽고 장남 희완(嬉完)이 즉위하니 그가 위환공(衛桓公)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주우는 형의 왕위 세습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석후와 함께 형을 죽인 뒤 왕위에 올랐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주우는 민심 수습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 옛 충신 석작을 불러 등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석작은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錦衣還鄕 금의환향

[漢字, 세상을 말하다] 錦衣還鄕 금의환향 중앙일보 은행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 금융인은 성어 두 개로 답한다. 설중송탄(雪中送炭)은 안 되며 금상첨화(錦上添花)여야 한다고.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탄(炭)을 보내듯 곤경에 처한 이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곤란하단다. 떼일 염려 때문이다. 대신 비단에 꽃을 보태 더 아름답게 하듯이 우량 기업에 자금을 빌려줘 원금 안전도 지키고 이자도 챙기는 게 상책이란 이야기다. 농반진반(弄半眞半) 말 속에 팍팍한 삶의 논리가 담겼다. 금상첨화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하나로 꼽히는 왕안석(王安石)의 칠언율시(七言律詩)인 즉시(卽詩·즉흥시)에 나오는 글귀다. ‘…좋은 모임에 잔 속의 술을 비우려는데(嘉招欲覆盃中) 고운 노래는 비단 위에 꽃..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大學之道 대학지도

[漢字, 세상을 말하다]大學之道 대학지도 중앙일보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힘에 있고, 백성과 친함에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전통시대 지식인들의 필독서 대학(大學)의 첫 구절이다. 대학의 세 가지 강령(三綱領)이자 배움의 취지를 밝힌 총론이다. 옛 선비들은 천자문을 떼고 난 뒤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순서대로 ‘사서(四書)’를 외우듯 공부했다. 대학은 총론에 이어 여덟 가지 공부의 조목(八條目)을 말한다. 즉 “사물의 이치에 이른 뒤에 지식이 지극해지고 지식이 지극해진 뒤에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루어지고, 마음이 바루어진 뒤에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진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며 집안이 가지런한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 領袖 영수

[漢字, 세상을 말하다] 領袖 영수 중앙일보 ‘거느리다’라는 뜻을 가진 ‘領(령)’의 원래 의미는 ‘목(neck)’이었다. 이를 파자(破字)하면, 남에게 무엇을 시킨다는 뜻의 ‘令(령)’과 머리를 지칭하는 ‘頁(혈)’로 나뉜다. 머리가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통로, 즉 목이 되는 것이다. 옷이 목에 닿는 부분, 즉 옷깃을 의미하는 ‘의령(衣領)’이라는 말에 그 뜻이 온전히 살아 있다. 중국인은 넥타이를 ‘領帶(링다이)’라고 한다. 지도자를 뜻하는 ‘영수(領袖)’라는 말 역시 ‘목’과 관계 있다. 고대 중국인들은 옷을 만들 때 신체 접촉이 많은 옷깃(領)과 소매(袖) 부분을 특수 옷감으로 만들었다. 쉽게 닳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고관대작의 경우에는 금(金)을 덧대기도 했다. 옷깃과 소매가 화려하다는 것은 ..

漢字의 비밀 2021.12.16

[漢字, 세상을 말하다]淡 담

[漢字, 세상을 말하다]淡 담 중앙일보 수(水)는 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가운데 큰 물줄기가 흐르고 양쪽으로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모습이다. 보통 강(江)이나 하(河)의 지류를 일컫는다. 한수(漢水)가 그런 쓰임새다. 수(水)보다 작은 건 천(川)이다. 양쪽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를 말한다. 우리말에서는 ‘내’라고 한다. 수보다 큰 물줄기인 강과 하는 물 수(水) 변에 붙은 글자에 의해 의미가 구분된다. 강(江)에는 ‘반듯하다’는 뜻의 ‘공(工)’자가 붙어 물줄기가 비교적 곧은 것을 말한다. 양자강(揚子江)이 그렇다. 하(河)엔 ‘가(可)’자가 따른다. ‘가’에는 굽는다는 뜻이 있다. 가(柯)는 굽은 나뭇가지다. 그런 굽은 물줄기의 대표적 예가 황하(黃河)다. 공자(孔子)가 ‘만 번을 ..

漢字의 비밀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