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 김태봉 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단풍은 곱긴 해도 꽃처럼 소생의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단풍은 아무리 고와도 쓸쓸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처럼 꽃의 생기가 아쉬운 가을에 피는 꽃이 있으니, 국화가 바로 그것이다. 국화는 예부터 은자(隱者)의 꽃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매화와 더불어 선비들이 애호하던 꽃이기도 하다. 조선(朝鮮)의 시인 권우(權遇)에게도 국화는 가을의 꽃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듯하다. 가을날(秋日) 竹分翠影侵書榻(죽분취영침서탑) 대 그림자 파랗게 책걸상에 앉고 菊送淸香滿客意(국송청향만객의) 국화는 맑은 향기를 보내 나그네 마음을 가득 채우네 落葉亦能生氣勢(낙엽역능생기세) 뜰 앞에 지는 잎 뭐가 좋은지 一庭風雨自飛飛(일정풍우자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