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349

[만물상] 다른 행성 같은 中 코로나 봉쇄

[만물상] 다른 행성 같은 中 코로나 봉쇄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29 03:18 중국에선 방역요원을 다바이(大白)라 부른다. 상하의 일체형의 흰색 방호복을 입기 때문인데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봉쇄 정책에 대한 거부감과 조롱을 담은 신조어다. 얼마 전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중계 화면과 함께 “카타르의 코로나 상황이 비관적인가 봐요. 관중석이 온통 ‘다바이’네요”란 글을 적었다. 화면에 잡힌 관중석엔 방역요원이 아니라 중동 전통 복장인 흰색 토브 차림의 남성들이 앉아 있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이 노마스크 월드컵을 지켜보며 느낀 박탈감을 각종 풍자 게시물에 담아내고 있다. 관중 수만명이 노마스크로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스크 쓰세요” “P..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존귀하신 자제분’

오피니언만물상 [만물상] ‘존귀하신 자제분’ 황대진 기자 입력 2022.11.28 03:08 공포정치의 주역 중에 ‘딸 바보’가 적지 않다. 나치 독일의 헤르만 괴링은 자기 딸 모습이 담긴 우편엽서를 전국 문방구에서 팔도록 했다. SS친위대 대장 힘러는 유태인을 처형하던 강제수용소 인근 허브 밭에 딸을 데려가 다정한 아버지 모습을 연출했다. 1000만명 넘는 국민을 학살한 소련 독재자 스탈린은 외동딸 스베틀라나를 ‘작은 참새’라 부르며 아꼈다. 북한 김정일도 생전에 김여정을 ‘여정 공주’라고 불렀다. ▶2018년 4월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다. 김정은은 ‘핵 포기 의지가 있느냐’고 묻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내 아이들이 평생 핵무기를 짊어지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

만물상 2022.12.11

[만물상] 일본인의 청소 본능

[만물상] 일본인의 청소 본능 선우정 논설위원 입력 2022.11.26 03:18 미국 야구가 일본과 다른 점은? 일본의 야구 영웅 이치로가 답했다. 야구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과 달리 미국 더그아웃은 너무 더럽다.” 이치로는 야구 실력만큼 청소광으로 유명하다. 신발 밑창 흙을 쇠솔로 긁어내고 유니폼 잔털을 소형 가위로 제거한 다음 필드에 나갔다. “깨끗한 글러브로 훈련해야 몸에 새겨진다. 더러우면 남지 않는다.” 이러니 선수들이 침과 해바라기 씨를 쉴 새 없이 뱉는 미국 더그아웃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본에 도착하면 많은 외국인이 깨끗하다는 첫인상을 받는다. 먼저 도로가 깨끗하다.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깨끗하다. 화물차, 공사 트럭까지 깨끗하다. 심지어 청소차인데 광..

만물상 2022.11.26

[만물상] 비닐봉투여 안녕!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2.11.25 03:18 푸른색 비닐봉지에 온몸이 갇혀버린 황새(왼쪽). 코에 12㎝ 길이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신음하는 바다거북(오른쪽). 국내 최초 테이크아웃 커피 매장은 1998년 서울 강남역 지하에 문을 연 할리스커피였다. 그 이듬해 스타벅스가 첫 점포를 열었고, 서울 이화여대 앞이었다(홍수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을 고른 것은 젊은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그 후 일회용 컵 커피 문화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2015년 8월 미국 해양생물학 연구팀이 코스타리카 앞바다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을 구조했다. 연구팀이 집게로 빨대를 빼내는 동안 바다거북은 입을 벌리면..

만물상 2022.11.25

[만물상] 천덕꾸러기 된 종이책

[만물상] 천덕꾸러기 된 종이책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11.23 03:18 /일러스트=박상훈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장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를 수 없는 소유욕이 있어야 진짜 장서가다.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살던 집은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이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냐?”고 물으면 “다 읽은 책을 뭣 하려고 집에 두나? 여기 있는 책은 지금부터 읽을 것들”이란 말로 기를 죽였다. 소설가 김영하는 “책이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사 놓은 것 중에 읽는 것”이란 말로 장서가들의 책 욕심을 표현했다. ▶종이가 없던 시절, 양피지로 300쪽짜리 책 한 권 만들려면 양 100마리가 필요했다. 필경사의 작업도 더뎌서 1년에 2권 정도 필사했다. 15세기 영국 케임브리지..

만물상 2022.11.23

[만물상] 어느 核가족의 경사

[만물상] 어느 核가족의 경사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22 03:18 2009년 4월 27일 북한 TV를 보던 정보 당국자들이 눈을 의심했다. 김정일의 원산농업대학 시찰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놀라운’ 사진이 방송을 탔다. 나머지 32장엔 김정일이 등장했는데 이 사진에만 그가 없었다. 대신 젊은 남녀 3명과 노인이 서 있었다. 김정일의 세 자녀 정철·정은·여정이 김기남 선전비서와 찍은 사진이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 뒤 김정은이 공식 등장했다. ▶”조선인민군에게 영광 있으라.” 1992년 4월 25일 김정일의 열병식 연설로 외부에 공개된 유일한 육성이다. 김정일의 비밀주의·신비주의는 강박에 가까웠다. 후계자로 내정된 게 1974년인데 1980년 공식 등장 때까지 ‘당중앙’이란 별칭으로만 ..

만물상 2022.11.22

[만물상] 슬리퍼 신은 기자

[만물상] 슬리퍼 신은 기자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21 03:18 대학 시절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다. 대입 관문을 뚫었다는 만족감에다 집을 벗어난 해방감이 더해 나태와 방종이 일상이 된 학생이 많았다. 늦잠 자다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 신고 헐레벌떡 강의실에 뛰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교수는 못 본 체했지만 깐깐한 교수들은 “신성한 강의실을 모독하는 차림”이라며 내쫓았다. /일러스트=박상훈 ▶직장에서도 슬리퍼는 요주의 대상이다. 기업 컨설턴트들은 외부 손님이 가장 안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되는 경우를 ‘직원들이 슬리퍼 신고 로비나 엘리베이터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볼 때’라고 한다. 자기 자리에서 슬리퍼 신고 업무를 보더라도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다른 부서에 갈 때는 정장 신발로 갈아 신는 ..

만물상 2022.11.21

[만물상] 카타르의 두 번째 ‘네이션 빌딩’

[만물상] 카타르의 두 번째 ‘네이션 빌딩’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11.19 03:08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은 16~17세기 페르시아만(灣) 일대를 150여 년 지배했다. 그런데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땅”이라며 정복을 포기한 곳이 있다. 지금의 카타르다. 카타르는 여름 기온이 최고 50℃까지 오른다. 습도도 문제다. 다른 사막은 낮은 습도 덕에 밤엔 견딜 만하지만, 경기도만 한 땅 거의 전체가 바다에 둘러싸인 카타르는 밤낮없이 한증막이다. 그늘에 앉아 있어도 땀이 솟는다. ▶카타르는 아랍어로 ‘국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까지 국가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땅이었다. 산업도 없고 농사도 못 지었다. 오래도록 진주조개잡이가 생계 수단이었다. 그마저 20..

만물상 2022.11.21

[만물상] “돈 없어 결혼 못해”

[만물상] “돈 없어 결혼 못해”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2.11.18 03:08 “아침에는 편의점 빵을 먹고 점심은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밤에도 가게 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내 몸 대부분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일본 여류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36세 독신 여성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 ‘편의점 인간’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 ▶밀양의 오래된 아파트에 홀로 사는 47세 유튜버 ‘독거 노총각’은 짠한 일상의 동영상으로 구독자 17만명인 유명 인사다. 프랑스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촬영까지 나왔다. 새벽에 혼자 라면 끓여 먹으며 “삶은 라면입니다. 삶이 다 이런 거..

만물상 2022.11.18

[만물상] 대법원장다웠던 대법원장 윤관

[만물상] 대법원장다웠던 대법원장 윤관 선우정 논설위원 입력 2022.11.15 03:18 전남 해남은 한반도의 남서쪽 끝에 자리한다. 6·25 발발 직후 국군이 남동쪽 낙동강 전선으로 밀려갈 때 지킬 사람이 없던 해남군에서 남은 주민들이 뭉쳐 진지를 구축하고 북한군을 향해 총을 들었다. 중무장한 적군을 당해낼 수는 없었지만 의미 있는 호국 역사를 만들었다. 이때 주민을 이끌었다가 북한군에 끌려가 희생된 현산면장의 장남이 훗날 대한민국 대법원장이 됐다. 어제 작고한 12대 대법원장 윤관이다. ▶그의 어머니는 미역을 팔아 6남매를 홀로 키웠다. 두 아들은 모두 판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명예 이상의 풍요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의 말씀을 이렇게 회고했다. “설마 나라에서 판사를 굶어 죽게 하겠느냐. ..

만물상 20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