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349

[만물상] 세븐 사인

[만물상] 세븐 사인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2.11.14 03:08 미국의 10월 물가 상승률이 7.7%라는 발표가 지난주 나왔다. 금융시장에서 ‘세븐 사인’이라고 부르며 환호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뉴욕 증시가 연이틀 상승하고 11일 우리나라 주가도 급등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루 만에 60원 가까이 뚝 떨어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AP 연합뉴스 ▶‘세븐 사인’(The Seventh Sign)은 데미 무어 주연의 1988년작 영화 제목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성경의 요한계시록을 토대로, 인류가 멸망하는 심판의 날이 다가오면서 7가지 불길한 전조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상황을 그렸다. 만삭의 임산부로 등..

만물상 2022.11.14

[만물상] 11월 11일 11시

[만물상] 11월 11일 11시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2.11.12 05:15 1951년 4월 24일 영연방군에 배속된 캐나다 부대는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중공군과 1박 2일간 백병전을 벌였다. 450명이 서울로 진격하는 중공군 5000명의 남하를 저지했다. 여기서 중공군을 막아내며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줬다. 캐나다 하원이 참전을 결정하자 전국에서 자원 입대자가 밀려들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청년들이 2주 넘게 기차를 타고 미국 시애틀에 온 뒤 다시 2주 가까이 미군 수송선을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총 2만6791명이 참전했다. 당시 캐나다 전체 병력의 절반이었다. ▶국제사회에서 6·25 전쟁은 한동안 ‘잊힌 전쟁’이었다. 미국의 6·25 영웅 웨버 대령은 6·25를 ‘다섯 ..

만물상 2022.11.14

[만물상] ‘내게 고마워하라’는 文

[만물상] ‘내게 고마워하라’는 文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2.11.11 03:18 사람들은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진심일 때도 있고 의례적이거나 정치적 수사로 쓸 때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고맙다’라는 말을 특이하게 쓴다. 그는 과거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안철수 의원과 후보 단일화 회동을 한 이후 “OOO라는 식당 이름이 얼마나 예쁘냐. 그 이름을 써서 참 고맙다”고 했다. 뭐가 고마운지 설명은 없었지만 회동 이후 본인이 단일 후보가 된 것이 좋다는 뜻처럼 들렸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팽목항의 세월호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미안..

만물상 2022.11.11

[만물상] 청담동 첼로 연주자의 ‘핸드싱크’

[만물상] 청담동 첼로 연주자의 ‘핸드싱크’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2.11.10 03:18 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학가 축제에 초청받은 아이돌그룹에 비난이 쏟아졌다. 무대에서 노래한 4곡 모두 ‘립싱크’였기 때문이다. 다른 가수들은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성의를 보였는데, 비싼 출연료 받고 와서는 립싱크 무대만 선보이고 다른 학교 축제로 횅하니 가버려 비난받았다. /일러스트=박상훈 ▶미리 녹음한 노래를 틀면서 무대 위에서는 노래 부르는 것처럼 입 모양만 맞추는 것을 ‘립(lip)싱크’라 한다. 마찬가지로 미리 녹음한 연주에 맞춰 무대 위에서 악기 연주하는 시늉을 내는 것을 ‘핸드(hand)싱크’라 한다. 한 록밴드는 지방 공연을 갔는데 드럼을 안 챙겨갔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급하게 야간 업소에서 드럼 ..

만물상 2022.11.10

[만물상] 돈 없다고 키우던 개 쫓아내는 前 대통령

[만물상] 돈 없다고 키우던 개 쫓아내는 前 대통령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2.11.08 03:08 /일러스트=박상훈 2만년 전 들소 사냥에서 낙오한 원시 소년이 상처입은 늑대와 만난다. 소년은 늑대를 치료해 주고 먹을 것도 나눠준다. 늑대는 그런 소년을 믿고 따른다. 둘은 함께 사냥하고 추위 속에 체온을 나눈다. 맹수의 공격에 맞서 싸우며 일심동체가 된다. 이렇게 인간과 개의 관계가 시작된다. 영화 ‘알파: 위대한 여정’의 스토리다. ▶서구에서 개는 권력자의 벗이자 상징이었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는 개 기르는 것을 전통으로 여겼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도 개 수십 마리를 길렀다. 왕족의 초상화에 애완견을 넣는 일도 유행했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자기 개의 초상화를 그렸다..

만물상 2022.11.08

[만물상] 커피믹스

[만물상] 커피믹스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11.07 03:18 1990년대 동구권에서 사업하던 한인 교포가 카자흐스탄의 거래처를 방문했다.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내놨는데 반응이 시큰둥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다음에 올 때는 커피믹스를 부탁한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는 거였다. 커피를 자본주의 퇴폐 문화의 상징으로 배격하는 북한도 뒤로는 커피를 즐긴다. 특히 커피믹스는 외교관이나 외화벌이 일꾼 귀국 가방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고위층에 바치는 선물 목록에도 들어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커피믹스의 원조 격인 인스턴트 커피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술 대신 지급하기 시작한 보급품에서 비롯됐다. 처음엔 액상 커피에 연유를 섞어 응고시켰다. 1차 대전 이후 열건조 커피와 냉..

만물상 2022.11.08

[만물상] 복귀하는 권력자들

[만물상] 복귀하는 권력자들 황대진 기자 입력 2022.11.05 03:08 /일러스트=박상훈 사상 최고의 대(對)테러 작전으로 엔테베 작전이 꼽힌다. 1976년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자국민이 타고 있던 여객기가 테러범에게 납치되자 4000여㎞를 날아가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인질 103명을 구조했다. 1분 45초 만에 테러범 7명과 우간다군 30명을 사살했다. 이스라엘에선 현장 지휘관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만 숨졌다. 그는 영웅이 됐지만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에서 하버드대 박사과정에 다니던 동생 베냐민 네타냐후는 학업을 중단했다. ▶20년 후 베냐민은 엔테베 작전 당시 국방장관이던 시몬 페레스를 꺾고 이스라엘 총리가 됐다. 3년 뒤 총선 패배로 물러났지만 2009년 다시 총리에 올라 12년을 집..

만물상 2022.11.08

[만물상] ‘영끌’ 예금

[만물상] ‘영끌’ 예금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2.11.04 03:08 지난주 한 저축은행에서 연 6.5% 금리를 주는 정기 예금 특판 상품을 내놓자 문 열기 전부터 북새통을 이루는 ‘오픈 런’이 벌어졌다. 영업 시작과 동시에 입장했는데 10시간 기다려 특판 예금에 가입한 사람도 있었다. ‘샤테크(샤넬+재테크)’하려고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 밤새 기다리는 ‘오픈 런’이 있었는데 금리 상승기가 되니 ‘예테크(예금+재테크)’하려고 금융기관 앞에서 오픈 런이 벌어진다. ▶젊은 네티즌이 ‘영끌 예금’으로 예대 마진을 챙긴 사연을 적어 놨다. 자신이 가진 연 금리 1.8%짜리 주택청약저축을 담보로 연 금리 2.79%에 은행 대출을 받아서 연 금리 4.55%의 정기 예금에 돈을 넣었다고 자랑했다. 자신이 가입..

만물상 2022.11.08

[만물상] ‘과밀’에 익숙한 사회

[만물상] ‘과밀’에 익숙한 사회 최원규 논설위원 입력 2022.11.03 03:18 1970년대 서울에서 등굣길 만원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들에겐 특유의 기법이 있었다. 이른바 ‘욱여넣기 회전’이다. 버스 중간에만 출입구가 있고,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성이 버스 차장을 할 때 얘기다. 버스 차장이 출입구 손잡이를 잡은 채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출발시키면 기사는 안쪽 차선으로 들어가 20~30m쯤 가다가 갑자기 핸들을 오른쪽으로 홱 돌려버린다. 그러면 출입구 쪽에 몰려 있던 승객들이 버스 안쪽으로 쑥 들어가게 되고, 공간을 확보한 버스 차장은 그제야 문을 닫는다. 아침 등굣길 일상이었다. /일러스트=박상훈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지하철엔 ‘푸시맨’이 있었다. 만원 전철 문이 닫히도록 승객을..

만물상 2022.11.08

[만물상] 세월호 겪은 세대, 이태원 참사까지

[만물상] 세월호 겪은 세대, 이태원 참사까지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11.02 03:18 코호트(cohort)는 300~600명 단위로 묶인 부대를 일컫는 고대 로마의 군사용어였다. 전우애로 뭉쳐 강한 결속감을 보였다고 한다. 오늘날엔 다양한 분야로 쓰임이 확대됐다. 1980년대 이후 출생해 컴퓨터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Y세대’는 출생 코호트에 따른 분류인 셈이다. 코로나 감염자와 의료진을 병원 단위로 격리하는 것은 ‘코호트 격리’다. 재난을 함께 겪은 이들은 ‘재난 관련자 코호트’로 묶는다. ▶8년 전 세월호 희생 학생들은 1997년생이었다. 그 또래는 올해 25세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150여 명 희생자 중 그들 또래인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 청년은 소셜 미디어에 “세월..

만물상 202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