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가 多情歌 이조년 (1269-1343)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못 이뤄 하노라 -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는 새해 은하수가 흐르는 자정 무렵, 달빛에 비친 배꽃이 희다. 목에서 피가 나도록 슬피 우는 두견새가 나의 이 한 가닥 연심(戀心)을 알겠느냐마는 이렇게 잠 못 들어 하니 다정도 병인가 한다. 고려 충혜왕 때의 문신 이조년(李兆年)이 쓴 연시다. 시조의 초창기 때 사대부가 이런 사랑의 시를 썼다는 것이 놀랍다. 그야말로 연애시의 백미(白眉)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안향(安珦)의 제자로 벼슬이 예문관대제학에 이르렀던 그는 충혜왕의 황음(荒淫)을 여러 차례 충간하다 왕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