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구나 98

[천지일보 시론] “거룩한 자를 아는 것이 명철(明哲)”

이상면 편집인 오늘날 많은 지식인들이 나름의 자기 지식을 뽐낸다. 흔히 이르기를 이 시대를 표면적이든 이면적이든 ‘말세’ 또는 ‘종말’이란 말을 쉽게들 하고 있다. 인류 세계사를 보더라도 어느 시대고 이처럼 혼란한 상태는 늘 있어 왔으며, 그럴 때마다 많은 것을 연구해온 지식인들 즉, 정치 사회 종교 문화 등 그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자기 분야에서 많은 것을 연구해 온 소위 최고라고 하는 식자들 간의 치열한 논쟁은 항시 뜨거웠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많은 노력의 대가라는 부분에선 인정해 줄 수 있지만, 그 논리가 진리(眞理)가 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 의한 다른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여지를 항시 안고 있기에 진리 대신 ‘론(論)’과 ‘설(說)’이라 평가절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아 그렇구나 2022.04.04

[고전 속 정치이야기] 인이행지(仁以行之)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주역 건괘 문언전에서 학문(學問)의 방법론을 ‘학이취지(學以聚之), 문이변지(問以辨之), 관이거지(寬以居之), 인이행지(仁以行之)’라는 4단계로 설명했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우선 배워서 견문을 넓히고, 이렇게 얻은 식견의 타당성을 분별하기 위해 훌륭한 스승을 찾아가 질문해야 한다. 그 다음 나와 다른 견해를 널리 포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배우고 물어서 얻은 지식을 연구하여 자기화하고, 깊은 사고로 얻은 통찰을 객관화하는 것은 진리에 이르는 길이다. 공자가 중요시한 것은 무엇보다 배운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그는 ‘군자는 말은 어눌하지만 행동에 옮길 때는 재빠르다’라고 하여 말보다 솔선수범을 중시했다. 남의 잘못을 본 인..

아 그렇구나 2022.04.03

[고전 속 정치이야기] 태산관법(泰山觀法)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중국의 태산은 우리에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라는 시조로 친숙하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가보는 것이 낫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대륙을 차지한 후부터 개방하기까지는 그저 상상의 산이었다. 내가 본 태산은 높다고 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지리산과 어딘가 닮은 느낌이었다. 이 시조는 경제개발시대에 노력하면 된다는 정부의 구호를 뒷받침하며 침체된 국민의지를 자극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의 핵심이자, 중공군의 최고사령관이었던 주덕(朱德)도 태산을 날아서 넘는다(飛過泰山)는 제목의 시를 지었다. 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자기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호기를 담았다. 우리 시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남 출신으로 풍옥상(馮玉祥)의 참모장과 중일전쟁 때는 국민당군사위원회 중장을 역임..

아 그렇구나 2022.03.31

[고전 이야기]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는 두 사람… 인생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죠

[고전 이야기]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는 두 사람… 인생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죠 고도를 기다리며 ▲ 극중 디디랑 고고가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1973년). /위키피디아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1952년 출간된 사뮈엘 베케트(1906~1989)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20세기 후반 서구 연극사의 방향을 돌려놓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에요. 출간 직후 프랑스 파리에서 300회 이상 장기 공연을 했고, 주요 국가의 연극 무대에 올랐어요.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고요. 사뮈엘 베케트는 이 작품으로 196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많은 후배 극작가들에게 영향을 줬어요...

아 그렇구나 2022.03.31

[고전 속 정치이야기] 포정해우(庖丁解牛)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돈을 벌려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를 해도 반드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부자가 되는 일을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를 이용해 강자가 되려고 해도 강해지지 않는다. 강자가 되는 방법을 알아야 강자가 될 수 있다. 강자라고 반드시 모든 적을 이길 수는 없다. 이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겼다고 반드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와 어떻게 이득을 나누는지를 알아야 완벽하게 제압을 할 수가 있다.” 관자 제분에 있는 말이다. 모든 일은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처리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지피지기란 어떤 상황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정해우는 장자 양생주에 등장하는 유명한 우화로 장자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다. 포정이 혜문공을 위해 소를..

아 그렇구나 2022.03.30

[고전 속 정치이야기] 구자소고(苟字小考)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구(苟)라는 글자에는 상반된 뜻이 있다. 첫째는 대학에서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즉 진실로 새로울 수 있다면 나날이 새로워야 하고 또 나날이 새로워야 한다고 말한 경우처럼 진실한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둘째는 구차하다, 임시방편으로 그럭저럭 행동하다는 부정적인 뜻이 있다. 제갈량이 출사표에서 ‘구차하게 난세에 성명을 온전히 하려고 하지 않았다(苟全性命於亂世)’라고 한 경우이다. 구록(苟祿)은 권력과 후한 녹봉에 유달리 애착이 많아서 어떤 구차스러운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어떤 경우는 집착도 긍정적인 노력이고 어떤 경우는 구차함이 된다. 집착의 목적이 선악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높은 자리나 권세를 차지한 후에 자신의 ..

아 그렇구나 2022.03.30

[다시 읽는 삼국지] 절세미인 초선 1

박종윤 소설가 적장 황조를 유표에게 돌려보낸 손책은 아버지 손견의 시체를 넘겨받아 장례를 치르고 몸을 굽혀 전국의 선비와 영웅호걸을 맞아 들였다. 한편 동탁은 어린 손책이 나이가 어린 것을 안심하여 더욱 오만 방자해 호화별장을 짓고 미소년과 소녀를 뽑아 황금과 보옥으로 사치의 극을 이루었다. 동탁은 이처럼 미오 별장 공사를 극치하게 완성한 후에 장안으로 왕래하니 어느 때는 한 달에 한 번이요, 어느 때는 반 달에 한 번 꼴이었다. 동탁이 장안과 미오 사이를 들고 날 때마다 만조백관들은 장안 동편에 있는 황문 밖으로 나가 전송하고 맞이하기에 바빴다. 황문 밖에는 언제나 장막을 길가에 치고 만조백관들을 맞이하고 전송하는 잔치가 베풀어졌다. 어느 날 동탁이 황문 밖으로 나가니 만조백관들은 동탁을 전송하며 전과..

아 그렇구나 2022.03.28

[고전 속 정치이야기] 천화동인(天火同人)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신년 초하루, 친구들과 올해의 국운을 가늠하는 괘를 뽑아보았다. 역경 13번째 괘인 천화동인 구오효가 나왔다. 하늘의 태양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형상이다. 괘의 전체 상황을 설명하는 괘사에서는 ‘동인우야(同人于野), 형(亨). 이섭대천(利涉大川), 이군자정(利君子貞)’이라고 했으며, 구오효의 효사에서는 ‘동인선호(同人先號), 도이후소(咷而後笑). 대사극상우(大師克相遇)’라고 했다. 동인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가리킨다. 요체는 ‘인(人)’에 있다. 동인의 인은 타자를 가리킨다. 자기를 가리킬 때는 기(己), 아(我), 오(吾), 자(自)를 사용한다. 역경의 표현은 매우 정교하다. 동인의 주체인 자기는 감추고, 대상으로 타자인 인을 지적한다. 동인의 형식은 자기중심적이 아니..

아 그렇구나 2022.03.27

[역사이야기] 다산의 원목(原牧)과 원정(原政)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코로나로 자발적 유배 1개월째다. 다산 정약용의 ‘원목’과 ‘원정’을 읽었다. 원목은 ‘목(牧)이란 무엇인가?’를 캐묻는 글이다. “목민자(牧民者)가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자를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쌀을 생산하여 목민자를 섬기고, 고혈을 짜내어 목민자를 살찌우고 있으니 백성이 목민자를 위하여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아니다. 목민자가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다.” 목민자인 이정, 당정, 주장(州長), 제후, 왕은 모두 추대된 자들이다. 그런데 후세에 어떤 이가 스스로 왕이 된 다음 친인척과 가신을 제후로 봉하고, 제후들은 측근을 주장으로 세우고, 주장은 측근을 당정·이정으로 임명했다. 왕이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으니, 왕은 높고 백..

아 그렇구나 2022.03.27

[환경칼럼] 자연에서 ‘추미지심(追美之心)’을 기르자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다. 온갖 자연은 이렇듯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만 공연히 소란스럽구나.” ‘소창청기’라는 옛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자연은 저마다 있을 자리에 있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뤄 고요하고 평화로운데 사람들은 마음 편할 날이 없고 몸담고 사는 세상 또한 소란스럽다. 세상이 시끄럽다는 것은 세상 그 자체가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 즉 인간사가 시끄럽다는 뜻 아니겠는가. 성실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도 기회는 공평하지 않고 과정이나 결과 또한 특권과 반칙이 앞서게 되면 평범한 시민이 잘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듯 살기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하면 삶이 행복할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자연은 인간세상과는..

아 그렇구나 2022.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