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구나 98

[정재학 칼럼] 낙화, 그대 떠난 자리

시인 정재학 무성한 봄꽃들이 지고, 봄농삿일에 정신이 없는 사이 꽃피던 날이 잊혀져 가고 있다. 산과 들녘에 왕성한 풀들이 자라면서, 그동안 봄하늘을 가득 채우던 빛도 향기도 사라지고 없다. 가장 늦게 피는 것은 모과꽃이었다. 그 꽃마저 가고 난 자리에 남은 세속의 풍경은 허망뿐이다. 그러나 매화도 앵두꽃도 아무도 떠나야 할 때에 대해 저항한 흔적이 없다. 하늘공간에서 추락한 꽃잎들은 걸어서 나무뿌리 속으로 갔다. 살다 간 기억마져 거두어 간 맑고 깨끗한 떠남이었다. 곧 문재인이 보내는 결별이 있을 것이다. 발버둥 치는 몸짓이 느껴진다. 청와대로부터 물결처럼 번지는 파문(波紋)에서, 흔한 들꽃들보다 못한 추한 몸부림을 보고 있다. 결코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다. 장부는 가야 할 때를 안다. 그러나 소인배는..

아 그렇구나 2022.04.30

[윤희영의 News English] 걷기 운동, 하루에 1만보 꼭 채워야 하나?

[윤희영의 News English] 걷기 운동, 하루에 1만보 꼭 채워야 하나?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2.04.28 03:00 직설적으로 얘기해서(bluntly speaking) 운동하는 이유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live longer and healthier lives) 싶어서다. 그중 가장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인 것이 걷기 운동이다. 그런데 하루에 1만보는 걸어야 효과가 있다고(be effective) 한다. 그럼 9900보밖에 못 걸었다면 그날은 헛수고한(work in vain)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건강 증진을 위해 매일 걸어야 하는(need to walk each day in order to improve your health) 걸음수가 1만보로 규정됐다. 누가 그리 정한 것인지도 모르..

아 그렇구나 2022.04.29

“누구냐, 넌?”

“누구냐, 넌?” 중앙일보 입력 2022.04.26 00:27 최명원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누구냐, 넌?” 영화 ‘올드 보이’에서 유명해진 대사 한마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오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소크라테스가 당대에 가장 우월한 지식인으로 손꼽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스로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현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기는 쉬워도 그 뜻을 헤아리기는 너무도 어렵다. 언어와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래저래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고 할 때가 있다. 그 대화에서 자신들의 언어가 어떤 다양성으로 표현되는지 살펴보라는 요구와 함께. 영화 ‘올드 보이’의 유명한 대사 상황·상대에 따..

아 그렇구나 2022.04.26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8] 마기꾼, 마실감, 마르소나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8] 마기꾼, 마실감, 마르소나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2.04.20 03:00 로버트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느낌이 이상했다. 뭔가 새로웠으며 그 새로움 때문인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쾌했다. 몸이 더 젊고 더 가볍고 더 행복해진 느낌이었다. 그 안에 통제할 수 없이 무모해진 내가 있었다.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마구 얽힌 채 머릿속을 급류처럼 흘러갔다. 의무감은 녹아내렸으며, 영혼은 낯설고 순수하지 않은 자유를 갈구했다. 마치 와인을 마실 때처럼 나는 쾌감을 느꼈다. - 로버트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중에서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지만 마스크 쓰기는 계속된다. 사실 한적한 실외에서 마스크가 의무였던 적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산한 등산로나 산책길..

아 그렇구나 2022.04.20

[만물상] 대통령 호칭

[만물상] 대통령 호칭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2.04.13 03:18 조선 시대 궁궐엔 건물에도 품계가 있었다. 왕이 업무를 보던 전(殿), 왕족이나 정승이 쓰던 합(閤), 판서급이 쓰던 각(閣) 등이다. 임금이 묵던 전과 ‘그 아래 엎드려 아뢴다(下)’는 말을 합쳐 ‘전하(殿下)’라고 불렀다. 황제를 뜻하는 ‘폐하(陛下)’는 궁전 ‘섬돌(陛)’ 층계 아래에서 우러러 본다는 뜻이다. ‘합하(閤下)’는 왕족이나 정승을, ‘각하(閣下)’는 판서 이상 대신을 지칭했다. ▶일본 메이지 시대엔 고위급 군 장성을 각하라고 했다. 일제 때는 총독을 ‘갓카’라고 불렀다. 이승만 정부에선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도록 했다. 한때 부통령, 총리, 고위 장성까지 각하로 불러 각하 호칭 폐지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

아 그렇구나 2022.04.13

職業에 관한 士· 師· 事 漢字表記 方法 !

안종운 한자신문 사람이 살아 가는데에는 수만 가지의 職業이 있다. 그 중에도 예나 지금이나 ‘사’字로 끝나는 職業을 가진 사람이 新郞감으로 人氣가 좋은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그들은 專門職으로서 富와 貴를 함께 가질수 있다는 것때문 일 것이다 . 그러나 한글로 쓰면 똑같은 ‘사’ 字 이지만 漢字로 쓸 境遇에는 전혀 다른자로 그 區分도 確實하게 다르게 表現하고 있다. 먼저 漢字를 파자를 해보면 선비사 士는 허신의 說文解字에 “士 事也라. 數始於一, 終於十. 从一十. 孔子曰, 推十合一爲士 . 凡士之屬皆从士”라 하였다. 이를 풀이하면 ‘士’는 일을 맡는 다는 뜻이다. 數는 一에서 始作하여 十에서 끝난다. 一과 十으로 구성되었다. 孔子는 열가지(十)사항을 整理하여 한가지(一)로 歸納하면 士가된다고 하였다.士부..

아 그렇구나 2022.04.09

神이 내린 글 千字文. 東洋哲學 人文 綜合敎養書

안종운 한자뉴스 省躬譏誡 하고 寵增抗極 하라. 胎辱近恥 하면 林皐幸卽 하라. 兩疎見機 하니 解組誰逼 이리요. 성궁기계 하고 총증항극 하라. 태욕근치 하면 임고행즉 하라. 양소견기 하니 해조수핍 이리요. 千字文中 89句節에서 91句節 까지 나오는 官吏로서의 姿勢 卽 進退之節 나라의 官吏로서 지켜야할 德目과 姿勢에 對해 擧論 하고 있는 文章中의 一部이며, 儒學의 基本精神인 仁義, 節槪와 志操, 中庸등을 한시라도 잊지 않토록 忠告 하고 있는 대목이다 또한 늘 謙遜 하고 삼가는 姿勢로 일을 하되 작은일 하나 라도 疏忽히 하지 않고 徹底 하게 處理하고 官吏로서 물러 날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물러 날줄 아는 進退之節의 勇斷을 暗示 하고 있는 대목 이기도 하며 姿勢한 解釋은 後尾에 다시 하기로 한다 ‘千字文’은 ..

아 그렇구나 2022.04.09

文人 으로서 圃隱 先生을 말하다

高麗末의 代表的인 문인이요, 정치외교가, 동방 성리학의 조종, 충절의 표상 등 수많은 수식어가 말해주듯 포은 정몽주 선생은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선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있어서 충절(忠節)의 상징으로만 강조되어온 탓에 시문학 분야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즉 고려 말의 대표적인 정치외교가이면서 성리학자라는 위상이 그의 시문학을 가려 세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 중기의 문신인 노수신(盧守愼) 선생이 『포은선생집』 서(序)에서 밝힌 바와 같이 포은 선생은 302편의 훌륭한 시작품을 남기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선생을 회유하기 위해 ‘하여가(何如歌)’를 지어 보이자 선생은 고려 왕조에 대한 굳은 절의를 ‘단심가..

아 그렇구나 2022.04.09

[정재학 칼럼] 뻐꾸기는 왜 지금 우는가

[정재학 칼럼] 뻐꾸기는 왜 지금 우는가 용산으로 천도(遷都) 배경은? 아침을 열다가,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는다. 집 뒤란 감나무에서 들린다. 저것이 어디 개개비나 굴뚝새 같은 어린 새둥지를 노리나보다. 매화가 피면서부터 작은새들이 쌍을 이루면서 분주하게 나는 것을 보았다. 뻐꾸기만큼 문학적인 새도 없다. 짝이 그리워 피를 토하면서 운다는 새다. 미당은 시 '귀촉도'에서 자기 피에 취해 '귀촉도 귀촉도' 운다고 하였다. 님을 찾아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도 멀었는가 싶다. 그러나 현실의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는 탁란(托卵)을 하는 위험한 새다. 즉 자기 새끼의 양육을 다른 새에게 맡긴다는 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잔인한 새도 없다. 더 잔인한 것은 새끼 뻐꾸기다. 새둥지 안의 다른 새보..

아 그렇구나 2022.04.06

[고전 속 정치이야기] 조아지신(爪牙之臣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조아지신은 큰 공을 세웠지만 그저 심부름이나 하는 신하로 만족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권력을 노리는 자가 조아지신에 만족할 리는 없다. 남송 광종(光宗) 시기의 조여우(趙汝愚)는 외척 한탁주(韓侂冑)와 결탁해 고종황후 오(吳)씨에게 광종이 태상황을 핍박한다고 밀고해 조확(趙擴)을 영종으로 옹립했다. 송의 먼 종실이었던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불철주야 학문에 매진해 마침내 진사가 됐다. 관운도 좋아서 승진을 거듭해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여유정(呂留正)과 함께 정권을 잡았지만, 곧바로 궁정의 정변에 휘말렸다. 한탁주가 황제를 옹립한 공을 앞세워 고관이 되려고 하자 조여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종친이고 그대는 외척이 아니오? 우리가 무슨 공로를 세웠다고 자부하겠소? 조아지신..

아 그렇구나 202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