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함의로 칠 때 중국인들이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山)이 있다. 양산(梁山)이라는 곳이다. 지금의 산둥(山東) 서남쪽에 어엿한 행정구역 명칭으로 남아 있다.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무대인 양산박(梁山泊)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다. 소설 내용처럼 이곳에 오른 두령 108명은 관(官)에 쫓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도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대개는 행정적 수탈과 압박을 피해 살던 곳을 뜬 이들이다. 이들의 사정을 전하는 성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양산에 올랐다[逼上梁山]'는 말이다. 이는 때로 백성이 일으키는 민란(民亂)을 가리킨다. 권력을 앞세워 가혹하게 나오는 관, 그에 처절하게 맞서는 민(民)의 구도다. 왕조 교체가 아주 빈번했던 중국에서는 자주 번졌던 풍경이다. 권력에 쫓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