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2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3] '水滸傳' 양산박과 홍콩

문화적 함의로 칠 때 중국인들이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山)이 있다. 양산(梁山)이라는 곳이다. 지금의 산둥(山東) 서남쪽에 어엿한 행정구역 명칭으로 남아 있다.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무대인 양산박(梁山泊)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다. 소설 내용처럼 이곳에 오른 두령 108명은 관(官)에 쫓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도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대개는 행정적 수탈과 압박을 피해 살던 곳을 뜬 이들이다. 이들의 사정을 전하는 성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양산에 올랐다[逼上梁山]'는 말이다. 이는 때로 백성이 일으키는 민란(民亂)을 가리킨다. 권력을 앞세워 가혹하게 나오는 관, 그에 처절하게 맞서는 민(民)의 구도다. 왕조 교체가 아주 빈번했던 중국에서는 자주 번졌던 풍경이다. 권력에 쫓긴 이..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2] 중국의 幕後

공자(孔子)가 제자 자로(子路)를 평가한 말이 유명하다. "당(堂)에는 올랐지만 실(室)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높은 경지에 오르다'는 뜻의 승당입실(升堂入室)이라는 성어가 탄생한 유래다. 중국의 고대 주요 건축은 대개 '당실(堂室) 구조'다. 앞의 '당'은 외부를 향해 열려 있는 장소다. 제사와 외빈 접견 등 공개적인 의례(儀禮)가 열린다. 그에 비해 '실'은 내밀(內密)하면서 개인적인 공간이다. 집채의 주인이 여기서 생활한다. 내실(內室) 또는 침실(寢室)이라 적어도 좋다. 외부에 공개하는 '당'과 주인이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는 '실'은 따라서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둘 다 중요한 건축이지만 바깥과 안쪽이 갈리는 경계다. 공자의 제자 자로는 악기를 잘 다뤘다. 강렬한 음조를 잘 냈다고 한..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1] 2000년 이어지는 經學의 시대

본래는 옷감 짜는 베틀의 세로와 가로 선을 일컫는 말이 경위(經緯)다. 그로부터 이 글자들은 더 나아가 남북(南北)을 잇는 길, 동서(東西)로 난 도로를 각각 지칭했다. 이는 나중에 지구의 좌표(座標)를 표현하는 서양 단어의 번역에도 등장한다. longitude는 동서로 떨어진 거리를 가리키는 단위다. 동양은 이를 경도(經度)로 옮겼다. 남북을 잇는 선이 일정한 사이로 떨어져 있음을 표현한다. 이른바 종축(縱軸)이다. 옆으로 이어지면서 남북으로 떨어진 간격을 표현하면 위도(緯度)다. 횡축(橫軸), latitude의 번역어다. 동양에서는 그 앞뒤를 따진다. 경위(經緯)라고 적어 남북 종축을 먼저 세우고, 동서의 횡축을 뒤에 붙인다. 남북의 종축은 존비(尊卑) 개념이 강하다. 누가 먼저라거나 높다는 점을 강..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0] 중국 부자들의 운명

재물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다. 현실성은 없으나 사람들이 늘 바라면서 기다리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재물이 저절로 가득 차는 그릇 이야기가 전해진다. 취보분(聚寶盆)이다. 우리의 '화수분' 또는 '보물단지' 격이다. 중국인들이 이 신비한 그릇의 소유자였으리라 추정하는 역사 속 인물이 심만삼(沈萬三)이다. 명(明)나라 초반 지금의 동남부 장쑤(江蘇)에 실재했던 사람이다. 그는 중국 역대 부자 중에서도 가장 이름이 높다. 명나라를 세웠던 주원장(朱元璋)이 도읍을 건설할 때 돈이 없어 그에게 난징(南京) 성곽의 절반을 짓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렇듯 대단한 부자였지만 비운(悲運)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재산 때문에 최고 권력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9] 담 안에 또 담

중국 옛 왕조의 바깥을 두르는 크고 긴 담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었을 테다. 그 담을 넘어 다시 중국 수도에 들어서려면 베이징성(城)의 견고한 벽을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또 중국의 권력 중심에 진입하려면 자금성(紫禁城)의 높은 담과 마주친다. 개인 집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 집채가 모두 안쪽 뜰을 향해 있는 대표적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 역시 완연한 성채의 모습이다. 그 문에 들어서면 안팎을 가르는 조그만 벽이 또 발길을 가로막는다. 소장(蕭墻)이라고도 적고, 또 조벽(照壁)으로도 부르는 '담 안의 담'이다. 그래서 중국과 제대로 교류하려면 국가의 울타리, 왕궁의 벽, 개인의 담을 다 넘어서야 우선 가능하다. 또 중국인의 울타리 안에 확실하게 몸을 들이려면 '소장'이나 '..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8] 고자질 문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리는 화살이 있다. 무방비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는 암기(暗器)다. 그런 행위를 암전상인(暗箭傷人)이라고 적는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어 상대를 해친다. 소리장도(笑裏藏刀)다. 중국에서는 이런 성어가 참 많이도 발달했다. 정상적 방법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대개는 남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로를 따른다. 비겁함, 졸렬함, 부당함의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그렇게 남을 해치는 행위 하나가 '고자질'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고밀(告密)이라고 적는다. 대상의 약점을 캐서 다른 이에게 알리는 행위다. 은밀하게 벌이는 '남 뒤통수 때리기'다. 소보고(小報告)로도 적는다. 정식으로 정해진 체계가 아니라 몰래, 비정상적 계통을 따르는 보고다. 역시 남..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7] 더 굳어지는 중국의 얼굴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늘 무겁다. 도시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광장이 특히 그렇다. 옛 황궁(皇宮)인 자금성(紫禁城)의 붉은 담이 우선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광장 복판으로는 과거 최고 권력자만이 거닐던 황도(皇道)의 축선이 지난다. 현대 중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을 비롯해 건국 영웅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와 그 시신이 놓인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불만을 지닌 사람이 시위를 할라치면 편복(便服) 경찰이 순식간에 나타나 즉각 제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산당 최고 권력의 선율(旋律), 옛 황제 권력의 기운이 그대로 살아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예부터 '천자의 발밑[天子脚下]'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백..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6] 호리병박과 중국 국경일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식물 중 하나는 호로(葫蘆)다. 우리는 보통 호리병박이라고 부른다. 줄기가 여럿 감기며 올라가는 덩굴성이며 씨앗도 많다. 중국인이 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호로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복록(福祿)이다. 행복, 출세해서 얻는 높은 샐러리의 뜻이 담겨있다. 게다가 호로가 지닌 복잡한 덩굴과 풍부한 씨앗은 번영(繁榮)에 다산(多産)까지 의미한다. 색깔까지 황금색이다. 커다란 박을 몇 개 엮으면 물에서도 뜬다. 부(富)를 상징하고, 홍수에서도 사람 목숨 건지는 구명(救命)의 용도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그런 호리병박에 장수(長壽)의 기원까지 곁들이면 최고다. 그래서 진짜 호리병박을 말려 그 위에 장수를 축원하는 글귀를 새겨 선물하는 습속이 발달했다. 행..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5] 중국 '큰 형님'들의 쓸쓸한 퇴장

부형(父兄)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어다. 아버지와 형을 동렬에 놓았다는 점이 특색이다. 혈연을 바탕으로 적장자(嫡長子) 중심의 가족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국의 오랜 전통, 종법(宗法)과 관련이 있다. 종법의 체계에서 가부장(家父長)인 아버지의 역할은 퍽 크다. 집단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사라졌을 때 자리를 물려받는 존재가 형이다. 따라서 중국은 '형님'을 믿고 따르는 문화가 꽤 발달했다. 문헌에서는 형장(兄長)이라는 말을 잘 쓴다. 그러나 입말에서는 '다거(大哥)'가 훨씬 일반적이다. 우리식으로 옮기자면 '큰 형님'이다.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자주 나와 친숙한 말이다. 대형(大兄)이라는 표현도 있다. '다거'와 같은 맥락이다. 노형(老兄)은 그를 더 높인 호칭이다. 동년배의 친구를 높여 부..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4] 돼지고기와 중국인

집에 돼지를 키운다? '집'의 한자 가(家)의 풀이다. 주거용으로 지은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꼴이다.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중국인들의 돼지 사랑은 아주 유명하다. 4대 기서(奇書)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하나는 저팔계(豬八戒)다. 돼지 형상으로 맹활약을 하는 캐릭터다. 아울러 한자 가(家)의 예에서 보듯이 돼지를 일찌감치 재산으로 다룬 흔적이 있다. 중국에서 돼지는 또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한다. 오랜 농경(農耕)의 습속 때문에 돼지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던 요인이 한몫했다. 따라서 돼지는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육류다. ..

차이나別曲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