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2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3] 주원장이 明을 세운 힘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경솔함을 눌러 채비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도록 이끈 주승(朱升)이다. 주원장이 주변의 군벌들과 거친 전쟁을 치르며 왕조 창업을 위해 다가가던 무렵이었다. 초야에 숨어 있던 주승을 찾아간 주원장은 먼저 천하 통일을 위한 방책을 물었다. 주승은 짤막한 권유를 건넨다. "성을 높이 쌓고, 식량을 널리 모으며, 왕을 서둘러 칭하지 말라(高築墻, 廣積糧, 緩稱王)." 왕조 건업에 혈안이었으나 영리했던 주원장은 재빨리 이 말의 요체를 알아들었다. 그에 따라 자신의 근기(根基)를 튼튼히 다지고, 전쟁 수행을 위한 경제력 확보에 나서면서 창업 시점을 앞당기고자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명 왕조의 건국자로 우뚝 선다. 현대 중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도..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2] 광둥과 홍콩의 人文

우링(五嶺)이라는 험준한 산지(山地)를 남쪽으로 넘으면 중국의 끝자락 광둥(廣東)이다. 다른 말로는 영남(嶺南)이라고 적는다. 이 지역 인문(人文)이 지니는 특색의 키워드는 일탈과 자유, 그리고 변혁이다. 중국 당국이 개혁·개방을 펼치면서 가장 주목받던 곳도 광둥이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쳐 내놓은 중앙정부의 '정책(政策)'은 늘 이곳 '대책(對策)'의 맞바람에 흔들렸다. "위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마련한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가장 유행했던 곳이 광둥이다. 정부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제 편의대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만큼 광둥은 '중앙'에서 거리상으로 멀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지방'이다. 일탈을 꿈꾸는 인물도 많았다. 우선 중국 3000년 왕조 역사..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1] 중국의 '착하게 살자'

서방 언론들이 '디지털 레닌주의'로 표현한 중국의 사회 공공 신용 체계(社會公共信用體系)가 신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면밀한 감시망을 구성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주요 도시별로 현지 상징물을 앞세운 새 '도덕 지표'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쑤저우(蘇州)는 '계수나무 꽃 점수(桂花分)', 항저우(杭州)는 '첸장 점수(錢江分)', 푸저우(福州)는 '백로 점수(白鷺分)' 등이다. 개인의 준법성을 점수로 따지는 시스템이다. 교통과 쓰레기 분리 배출 등의 준법 여부, 개인의 채무 불이행, 정부 방침에 저항하는 행위 등을 점검한다. 당국이 권장하는 항목을 실천에 옮기면 좋은 점수를 얻어 혜택을 누린다. 최근 통계로는 중국인 9억90..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0] 중국인이 사랑하는 꽃

중국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꽃, 국화(國花)가 아직 없다. 이제야 나라꽃을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초 중국 화훼협회가 앞장섰다. 일반인 33만2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우선은 모란꽃이 가장 유력하다. 한자로는 목단(牧丹)이다. 부귀(富貴)의 상징이어서 현세적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인 기호에 딱 맞는다. 크고 듬직하며 색깔도 화려해 '꽃의 왕[花中王]'이라고도 부른다. 화훼협회 여론조사에서 거의 80%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였다. 그다음으로 꼽힌 꽃은 매화(梅花)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겨낸 뒤 먼저 망울을 터뜨리는 꽃이다. 삶의 고달픔을 이겨내는 의지의 상징이다. 모란 못지않게 중국인 심성에 어울리지만 매화는 이미 대만 국화라서 12%를 조금 웃도는 지지에 그쳤다. 난초꽃은 3위에 꼽혔다. 부드럽..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9] 중국인, 華人 그리고 唐人

중국인을 지칭하는 말은 여럿이다. 우선은 한인(漢人)이다. 초기에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한(漢) 왕조의 신하와 백성을 가리켰다. 현대 중국의 주류를 이룬 '한족(漢族)'이라는 호칭의 토대다. 화인(華人)이라는 이름도 있다. 주변의 여러 민족과 견줘 스스로를 더 우아하게 부르는 말이다. 자신을 세계의 중심, 주위 사람을 오랑캐로 치부하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설정이다. 더 고풍스러운 표현은 '화하(華夏)민족'이다. 옛 중국 정통성의 한 갈래인 하(夏)를 덧붙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통칭은 화교(華僑)다. 화민(華民)으로도 적는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는 화상(華商)이다. 출신 지역에 따르는 경우도 있다. 광둥(廣東) 출신은 월인(粤人), 푸젠(福建) 출신 일부는 민인(閩人)이다..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8] 중국의 黑社會

건달이나 깡패 등을 일컫는 중국 단어는 유맹(流氓)이다. 본래는 전란이나 재난 등에 쫓겨 정처 없이 떠도는[流] 백성[氓]을 가리켰다. 따라서 유민(流民)이라 적어도 무방하다. 조직을 갖춘 폭력배는 흑사회(黑社會)로 적는다. 현대에 들어와 생긴 조어(造語)다. 전통적 개념은 방회(幫會)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스스로 무장해 각종 위험에 대응해야 했던 상인 그룹, 즉 상방(商幫)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청(淸)대에 대운하에서 조운(漕運)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조직했던 청방(靑幫)이라는 집단이 아주 유명하다. 지금도 대만에서 명맥을 유지한다. 한때 중국을 다스렸던 장제스(蔣介石)도 이들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홍방(紅幫)이라고도 적는 홍문(洪門)도 그렇다. 백련교(白蓮敎), 대도회(大刀會), 가로..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7] 싼샤댐과 人定勝天

자연에 감응하는 사람, 그래서 하늘과 인간이 하나를 이룬다는 뜻의 성어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녹아 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자연을 어떻게 보느냐를 말할 때 흔히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전해진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있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다. 여기서 '인정(人定)'은 사람의 사고나 행위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환경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의 '천인합일'은 주로 관념적인 흐름이다. 유가(儒家)와 불가(佛家), 도가(道家) 등 종교철학 영역에서 각자 깊은 해석을 시도했다. 촘촘한 사유의 체계를 지녀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중국인의 자연관을 대표했다고 보기 힘들다. 여성의 발을 칭칭 묶어 끔찍한 변형을 이끌어내는 전족(纏足..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6] 현대 중국인의 民生苦 셋

2000년대 들어 도시의 중국인에게 유행했던 '세 마리 뱀' 이야기가 있다. 검은 뱀인 흑사(黑蛇), 하얀 뱀 백사(白蛇), 안경을 걸친 듯한 안경사(眼鏡蛇)다. 도시의 중국인을 괴롭히는 세 존재다. 검은 뱀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다. 경찰을 비롯해 철거 및 단속을 집행하는 도시 관리 공무원이다. 거리에서 상업 행위 등을 하는 일반인에게 가장 무섭다. 돈을 상납받는 관행이 있어서 '뱀'으로 꼽혔다. 하얀 뱀은 흰 가운을 걸친 의사나 간호사다. 입원, 진료, 수술 등을 할 때 '촌지'를 밝혔던 의료 종사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안경사'는 실제 코브라의 지칭인데 눈 주위의 무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 민간이 가리켰던 대상은 학교 선생님이다. 역시 촌지를 탐해서 뱀 취급 받았다. 요즘 중국 민생을 괴롭..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5] 자금성 붉은 담 위의 난초꽃

베이징(北京)의 큰 상징은 자금성(紫禁城)이다. 명(明)과 청(淸) 두 왕조의 황제(皇帝)가 머물렀던 황궁(皇宮)이다. 1925년 이후 고궁(故宮)으로 불렀지만 원래 명칭은 그렇다. 자금(紫禁) 두 글자는 따로 떼서 이해해야 좋다. 앞 글자는 중국 천문(天文)에서 가장 높은 별자리, 자미성(紫微星)을 가리킨다. 뭇 별을 거느리는 최고 별이다. 중국의 전통 천문은 땅 위의 권력을 그대로 투영했다. 지상(地上) 최고 권력자인 황제(皇帝)와 그 주변에 있는 대신(大臣)의 역할 등을 하늘의 별자리로 옮겨 설명한다. 그 복판이자 가장 높은 곳의 별 자미성은 곧 황제의 상징이다. 둘째 글자 금(禁)은 새김 그대로다. 사람의 통행을 제한하는 행위다. 문의 출입을 막았던 문금(門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자..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4] 진화 vs 天演

'evolution'이라는 영어를 진화(進化)라고 옮기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러나 한자 문화권에서 이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그런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메이지(明治) 때 일본은 이를 '진화'로 옮겼지만, 청말(淸末)의 중국은 '천연(天演)'이라고 적었다.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Evolution and Ethics)'라는 책에 자신의 관점을 곁들여 '천연론(天演論)'으로 번역한 엄복(嚴復·1854~1921)이 주인공이다. 그는 생명체들의 경쟁을 물경(物競), 자연의 선택을 천택(天擇)으로 적었다. 그리고 다툼 끝에 살아남는 일을 최적자존(最適者存)으로 적었다. 생존경쟁(生存競爭), 자연도태(自然淘汰), 적자생존(適者生存) 등 일본이 옮겨 지금 우리가..

차이나別曲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