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盜賊 도적

9000명의 졸개를 거느린 대도(大盜)인 도척(盜)이 자신을 교화시키겠다며 찾아온 공자(孔子)에게 따져 물었다. “지금 당신은 문(文)왕과 무(武)왕의 도를 닦고,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후세 사람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두르고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부귀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도둑 치고 당신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세상 사람들은 어찌 당신을 도구(盜丘, 공자를 깎아내려 이르는 말로 구(丘)는 공자의 이름)라 부르지 않고,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장자(莊子) ‘도척’편에 실린 허구의 이야기다. 도적(盜賊)의 애초 뜻은 도둑이 아니었다. 도(盜)를 파자(破字)하면 ‘물 수()’와 ‘하품할 흠(欠)’, ‘그릇 명(皿)’이 된다. 흠(欠)은 입을 벌..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分裂 분열

“천하 대세를 논하자면,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話說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나관중(羅貫中)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이렇게 시작된다. 진(秦)나라가 무너진 뒤 통일왕조를 구축했던 한(漢)나라가 다시 분열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축약한 말이다. 위(魏)·오(吳)·촉(蜀), 삼국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한자 ‘分(분)’은 ‘八’과 ‘刀(도)’가 합쳐진 글자다. 중국의 한자 자전인 설문(說文)에 따르면 ‘八’은 물건이 서로 나눠져 있는 모습(二物相離)을 형상한 글자다. ‘八, 離也’라 했다. 그 밑에 칼을 뜻하는 ‘刀’을 붙여 만든 글자 ‘分’은 결국 ‘칼로써 물건을 베어 서로 떨어져 있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分’과 함께 흔히 쓰는 ‘열..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暴虎馮河 포호빙하

호(虎)는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어슬렁거리며 걷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상대한다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또 황하(黃河)를 큰 배를 타지 않고 걸어서 건너겠다는 건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이런 뜻의 성어가 포호빙하(暴虎馮河)다.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치고(暴), 황하를 걸어서 건넌다(馮)는 뜻인데 무모한 용기를 가리킨다. 공자가 제자인 자로(子路)의 만용(蠻勇)을 꾸짖을 때 사용했다. “나는 맨손으로 범을 잡으려 하고 맨발로 황하를 건너려다가 죽어도 후회함이 없는 자와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일을 하는 데 있어 두려운 생각을 가지고 꾀를 쓰기를 좋아해 일을 성공시키는 사람과 함께할 것이다(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 모든 일이 용기만으로 되는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成均 성균

SNS 공유 및 댓글SNS 클릭 수0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SNS 공유 더보기 핀터레스트URL 복사SNS 공유 더보기 닫기 중국에서도 고대 원시사회가 발전하면서 계급이 형성됐고, 부족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족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야 했고, 또 가르쳐야 할 일이 생겼다. 지도자는 부족 사람을 광장으로 모아 집회를 갖고 제례(祭禮)·훈육(訓育) 등을 실시했다. 요순(堯舜)시대에 들어 국가의 틀이 잡히면서 이 같은 ‘광장 활동’은 교육으로 발전했고, 이를 일컬어 ‘성균(成均)’이라 했다. ‘성균’은 중국 고대의 학교였던 셈이다. 이는 주(周)나라 왕실의 제도를 담은 주례(周禮)에서 확인된다. 이 책의 ‘춘관(春官)·대사악(大司樂)’편에는 “대사악은 ‘성균의 법(成均之法)’을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講信修睦 강신수목

대도(大道)가 행해지면 천하에 공의가 구현될 것이다(天下爲公). 현자(賢者)를 뽑아 위정자로 삼고 능력 있는 자에게 관직을 부여하며(選賢與能), 서로 믿음을 가르치고 화목한 사회를 구현한다(講信修睦).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어버이만 어버이로 알지 않고 자기 자식만 자식으로 알지 않게 된다. 노인(老人)으로 하여금 편안한 여생을 보내게 한다. 젊은이는 일할 조건이 보장되고, 어린이는 길러주는 사람이 있으며, 의지할 곳이 없는 과부나 홀아비를 돌보며, 폐질자(廢疾者)도 모두 부양받게 된다. 남자는 적령이 되면 결혼할 상대가 주어지고, 여자도 시집갈 곳이 있다. 재화(財貨)가 땅에 버려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반드시 자기가 사적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노동하는 걸 싫어하지 않지만, 반드시 자기만을 위..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人生如朝露 인생여조로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인생사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갑작스러운 몰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는 올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정치 스타였다. 태자당 출신인 데다 미모의 부인을 두고, 국무원 상무부장 역임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올가을엔 중국의 최고지도부인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유력했었다. 그러다 심복의 배신과 부인의 외국인 독살 혐의가 불거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신세가 ‘외로운 성의 지는 해(孤城落日)’와 같다고나 할까. 그로서는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다(人生如朝露)’고 읊조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생이라는 게 해가 뜨면 곧 스러지는 아침 이슬과 같이 덧없다는 것이다. 당(唐)대의 백낙천(白樂天)은 일찍이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다음과 같이 노..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天高皇帝遠 천고황제원 |

중국 원(元)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제(順帝·1333~1367년 재위) 때의 일이다. 13세기 초 중국 대륙으로 거점을 옮긴 원나라는 순제에 들어서면서 멸망의 기운이 뚜렷했다. 몽골인들의 가혹한 정치로 민심은 흉흉했고,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절강(浙江)성 태주(台州)·온주(溫州)에서도 일부 한족이 민병을 조직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반원(反元)의 기치를 내걸며 이렇게 외쳤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으니(天高皇帝遠), 백성들은 적은데 관리들은 많다(民少相公多). 하루에도 세 차례씩 두들겨 맞으니(一日三遍打), 어찌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기다리겠는가(不反待如何)”라는 내용이었다. 순제를 비롯한 몽골 집권세력들은 결국 반란세력에 쫓겨 다시 몽골 초원으로 돌아가야 했다. ‘중앙 권력이 미치지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潛龍 잠룡

올해는 용(龍)의 해다. 용은 비늘이 있는 짐승의 우두머리이자, 신출귀몰하고 변화무쌍하며 춘분(春分)에 하늘에 올라 추분(秋分)에 연못에 잠긴다고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풀이했다. 또 다른 자전 광아(廣雅)는 용의 구분법을 제시했다. 비늘 달린 용을 교룡, 날개 달린 것은 응룡, 뿔이 있으면 규룡, 뿔이 없으면 이룡, 승천하지 못한 것을 반룡으로 나눴다. 용은 발톱[爪] 숫자로 등급이 나뉜다. 다섯 발톱을 가진 오조룡(五爪龍)은 천자, 네 개는 제후, 셋은 대부를 뜻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이치가 담겼다는 주역(周易)은 건(乾)괘로 시작한다. 건(乾)은 하늘이다. 하늘에는 용이 산다. 건괘는 다양한 용을 이야기한다. 연못 아래 숨어 있는 잠룡(潛龍), 밭[田]에 모습을 드러낸 현룡(見龍), 하늘로 날아..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夏冬 하동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인 봄은 따스한 햇볕을 떠올리게 한다. 봄 춘(春)은 바로 풀(艸)이 따스한 햇볕(日)을 받아 땅에서 어렵게(屯) 돋아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 한다. 가녀린 새싹이 꽁꽁 얼었던 땅을 어렵사리 비집고 올라오는 모습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마저 갖게 한다. 여름 하(夏)는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을 추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라 한다. 글자를 보면 몸통과 팔은 사라졌지만 머리(頁)와 춤추는 발()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무당은 왜 춤을 추는 것일까.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뭄이 자주 들었다. 이렇다 할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고대인들로서는 무당을 앞세워 기우제(祈雨祭)를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뭄은 언제 드는가. 타는 듯한 햇볕이 내리쬐..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革新 혁신

옛날 짐승의 가죽은 귀했다. 옷을 짜고 그릇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됐다. 짐승을 잡아 털을 벗겨내고 껍질만 칼로 떠낸 것이 바로 가죽이다. 가죽을 말리기 위해 양지에 펼쳐 널면 가운데는 원형 몸통이, 위에는 머리가, 아래에는 다리와 꼬리가 붙어있게 된다. 이를 상형으로 표시한 글자가 바로 가죽이라는 뜻의 ‘革(혁)’이다. 가죽은 전쟁용 방패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편에는 ‘국가를 공고히 함에 위험한 지형에 의지하지 말고(固國不以山溪之險), 천하에 위엄을 떨칠 때 군사와 병기에 의존하지 말라(威天下不以兵革之利)’고 했다. 여기에 나오는 ‘革’이 바로 가죽으로 만든 방패였다. ‘革’에는 ‘바꾼다’는 뜻도 있다. 고대 한자 사전인 옥편(玉篇)에선 ‘革, 改也’라고 했다. ..

한 週 漢字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