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명의 졸개를 거느린 대도(大盜)인 도척(盜)이 자신을 교화시키겠다며 찾아온 공자(孔子)에게 따져 물었다. “지금 당신은 문(文)왕과 무(武)왕의 도를 닦고,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후세 사람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두르고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부귀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도둑 치고 당신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세상 사람들은 어찌 당신을 도구(盜丘, 공자를 깎아내려 이르는 말로 구(丘)는 공자의 이름)라 부르지 않고,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장자(莊子) ‘도척’편에 실린 허구의 이야기다. 도적(盜賊)의 애초 뜻은 도둑이 아니었다. 도(盜)를 파자(破字)하면 ‘물 수()’와 ‘하품할 흠(欠)’, ‘그릇 명(皿)’이 된다. 흠(欠)은 입을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