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今是昨非 지금이 옳고 지난날은 그르다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으니, 앞으로 바른 길을 좇는 것이 옳음을 깨달았다.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 그리 멀어진 건 아니니, 이제야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悟以往之不諫,知來者之可追,實迷途其未遠,覺今是而昨非).’ 1992년 9월 장쩌민(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만나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인용해 한·중 수교의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에 과거의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가자며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화답했다. 다섯 달 앞선 1992년 4월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이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총회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 리펑(李鵬) 당시 총리는 이 장관..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福祉 복지

福(복)’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사랑받는 글자다. 인생 최고의 가치는 행복(幸福)이요, 돼지꿈 꾸고 당첨되는 건 복권(福券)이었다. 웃는 집 대문으로 들어오는 것 역시 복이다(笑門萬福來). 중국인들은 지금도 집집마다 ‘福’자를 거꾸로 달아 놓고는 ‘복이 왔다(福到了)’고 외친다. 글자 ‘福’의 오른쪽 ‘부()’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사람의 배(아래의 口)에 십(十)자가 들어 있다. 이는 무엇인가를 많이 먹어 배가 잔뜩 부른 사람을 표현한다. 여기에 부수 시(示)를 붙여 ‘순탄하고, 행운이 찾아온다’는 뜻의 ‘福’자가 만들어졌다. 부자를 뜻하는 ‘富(부)’ 역시 집에 배부른 사람이 있는 형상이다. ‘배불리 먹는 것’이 곧 복의 근원이었던 셈이다. 한비자(韓非子)에 ‘사람이 천수를 누리고..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素志 소지

간번지쟁(簡繁之爭)은 한자의 번잡한 획수를 줄인 간체자(簡體字)와 원래 획수를 그대로 살린 번체자(繁體字) 간의 한자 정통성 논쟁을 말한다. 대만·홍콩을 제외한 중국 대륙에서 1956년부터 간체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계속되는 다툼이다. 이 싸움에서 번체자 사용을 주장하는 이가 간체자 옹호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자주 활용하는 한자 하나가 있다. 사랑 애(愛)자다. 이를 간체자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가운데 마음 심(心)자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랑을 뜻하는 글자를 쓰는데 ‘마음’이 빠져 있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음에 적지 않은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심(心)은 심장의 모양을 본뜬 글자다. 이 마음 위에 선비 사(士)자가 오면 뜻 지(志)가 된다. 자칫 ‘선비의 마음’으로 해..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嘉俳 가배

“갠 날씨에 시골 마을 즐거워 떠들썩하네/ 가을 동산의 풍미는 과시할 만하구나/ 지붕엔 넝쿨 말라서 박통이 드러났고/ 언덕의 병든 잎새 사이사이 밤송이가 떡 벌어졌네/ 술잔만 부딪치며 좋은 잔치 맞이하고/ 시구는 전혀 없어도 이웃집에 모이는구나/ 슬퍼라, 늙고 병들어 밤 뱃놀이 못하니/ 달빛 아래 금빛 물결을 구경 못해 아쉽구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추석날 술잔을 나누며 지은 ‘추석에 시골 마을의 풍속을 기록하다(秋夕鄕村紀俗)’라는 제목의 한시(漢詩)다. 명절을 맞아 북적거리는 시골의 모습이 정겹다. 음력 8월 보름을 한국은 추석(秋夕), 중국은 중추절(仲秋節)이라 부른다. 중추절은 맹추(孟秋)·중추(仲秋)·계추(季秋)로 나뉜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명절이란 뜻이다. 우리말로는 한가위다. ‘7..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善惡 선악

입력 고대 중국에서 양(羊)은 신성한 동물이었다. 재판할 때 원고와 피고가 양 앞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신(神)에게는 진실만을 고(告)해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善(선)’은 이를 형상화한 글자다. 글자 ‘羊(양)’의 아랫부분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言(언)’을 더해 만들어졌다. ‘양 앞에서 서로 말을 한다’는 뜻이다. 신 앞에서 인간은 깨끗하고 순결해야 하는 법이다. 여기에서 ‘善’은 좋은 것, 착한 것, 길(吉)한 것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선의 반대말 ‘악(惡)’은 황실의 무덤과 관계 있는 글자다. ‘亞(아)’는 무덤의 관을 넣는 ‘현실(玄室)’ 모양이다. 현실은 사각형으로 짜여졌고, 그 양옆에 물품을 놓아두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亞’에 ‘心(마음)’이 붙어 ‘惡’이 된 것이다. 황제가 무덤으..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秋 추

“한낮엔 덥기가 한여름 같은데 밤이 되니 차갑기가 노추(老秋)와 같구나(白晝炎炎若盛夏 半夜凄凄如老秋).” 송(宋)대 진순(陳淳)이 읊은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낮엔 덥다가도 해만 떨어지면 으스스하다. ‘노추’는 노쇠해 한 과정이 거의 끝나가는 가을이라는 뜻에서 음력 9월을 말한다. ‘다했다’는 의미를 가진 궁(窮)을 써 궁추(窮秋), ‘저물어 간다’는 뜻의 모(暮)를 앞에 붙여 모추(暮秋)라 부르기도 한다.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내리는 비는 그리운 고향을 떠오르게 하고, 강가에 부는 바람은 저무는 가을을 막네(蓬雨延鄕夢 江風阻暮秋)”라 했다. 음력 9월의 저물어 가는 가을은 모상(暮商)이나 계상(季商)으로 일컫기도 한다. 상(商)은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오음(五音) 중 하나로 사계..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好好先生 예스맨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의 무대가 된 동한(東漢) 말엽. 황건적의 난으로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자 군사를 일으킨 유비(劉備)가 수경선생(水鏡先生) 사마휘(司馬徽)를 만났다. 수경선생은 “복룡(伏龍)과 봉추(鳳雛)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유비에게 엎드린 용(臥龍) 제갈량(諸葛亮)과 봉황의 새끼(鳳雛) 방통(龐統)을 추천했다. 어느 날 길을 가던 사마휘가 지인과 마주쳤다. 지인이 사마휘에게 “건강하십니까?”라고 묻자 “좋다(好)”고 말했다. 하루는 옛 친구가 아들의 죽음을 알려 왔다. 그는 또 “좋다”고 말했다. 아내가 너무 심하다며 책망했다. “사람들은 당신이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 무슨 말이라도 다 합니다. 자식을 잃어서 애절한 사람에게 ‘좋다’는 대체 무슨 말입니까?” 아..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殺鷄儆<7334> 살계경후

한 노인이 원숭이를 키우고 있었다. 원숭이는 제법 묘기를 부릴 줄 알았다. 곡예를 가르치면 잘 따라 했다. 노인은 원숭이를 저잣거리로 데리고 나가 돈을 벌기로 했다. 원숭이 곡예판을 여니 금방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원숭이는 주변 사람들을 멀거니 쳐다볼 뿐 재롱을 떨지 않았다. 아무리 다그쳐도 움직임이 없었다. 노인이 꾀를 생각해 냈다. 원숭이는 피를 싫어한다는 속설을 떠올린 그는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닭의 목을 자른 것이다. 피가 쏟아졌다. 공포에 질린 원숭이는 그제야 징소리에 따라 재주넘기·뒷구르기 등 곡예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고사에서 나온 말이 바로 ‘살계경후(殺鷄儆)’다. 한 사람을 벌해 다른 사람에게 경고한다는 뜻이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한자에는 같은 의미의 성어가 여럿 있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中山 중산

이달 초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오페라 ‘중산(中山)·일선(逸仙)’이 갑작스레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홍콩 정부가 돈을 댄 이 오페라는 작곡에만 4년을 들인 대작이다. 내용은 제목인 중산 또는 일선을 알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두 2133년의 ‘황제 체제’를 끝장낸 신해혁명(辛亥革命)의 주역인 쑨원(孫文)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취소된 건 오페라 내용을 중국 당국이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페라 제목인 중산과 일선은 어떻게 나온 말들일까. 먼저 쑨원의 다른 이름인 중산을 보자. 쑨원은 1894년 청나라의 실력자 이홍장(李鴻章)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혁명의 길로 나선다. 이듬해 광저우(廣州)에서 무장 봉기를 계획했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面牆 면장

“홍문관(弘文館)에 올라온 상소에 신(臣)이 배우지 않아 장면(牆面)하고, 나이가 적어 경험이 적고 물정에 어둡다고 합니다. 이 말이 공론이라면 사직하기를 청합니다.” 연산(燕山) 6년(1500) 우부승지 신수영(愼守英·?~1506)이 주위의 흉흉한 평판에 분개해 왕에게 하소연했다. “비록 학술이 있더라도 장면한 사람만 못한 사람도 많다. 사직하지 말라.” 왕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연산군일기의 한 부분이다. 여기 나온 ‘장면’은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선 것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견문이 좁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의 ‘면장(面牆)’과 같은 말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배운 사람은 곡식과 벼와 같고, 배우지 않은 자는 쑥대와 잡초 같다. 곡식이여, 벼여! 나라의 좋은 양..

한 週 漢字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