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遊客·游客·旅客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에 백아(伯牙)라는 사람이 있었다. 유명한 악기 연주자였다. 어느 날 그가 포파(匏巴)라는 친구를 만나 비파 연주 시합을 했다. 포파가 먼저 연주를 끝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옆에서 풀을 뜯던 말이 돌아볼 정도였다. 이번에는 백아의 차례. 백아의 선율은 더 매혹적이었다. 옆 개울 물에서 헤엄치던 고기가 밖으로 뛰쳐나와 들을 정도였다. 순자(荀子)의 ‘권학(勸學)’편에 나오는 고사다. 여기서 ‘고기가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와 들을 정도의 아름다운 선율’을 뜻하는 ‘유어출청(游魚出聽)’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이 성어는 ‘遊(유)’자를 써 ‘遊魚出聽’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游’가 맞을까, 아니면 ‘遊’가 맞을 까? 정답은 ‘游’다. ‘游’는 원래 ‘고기가 물속에서 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婚 혼

혼(婚)이란 글자는 여자(女)와 어두울 때(昏)로 이뤄져 있다. 처음엔 저녁 무렵의 신부의 집이란 뜻이었다가 나중에 ‘혼인(婚姻)’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인(姻)은 여자(女)가 의지하는(因) 집으로, 신랑이 사는 집을 말한다. 혼(婚)이란 글자가 시사하듯 혼례는 해가 저문 뒤 신부의 집에서 신랑을 맞아 치러졌다. 신부가 음(陰)에 속하므로 혼례를 저녁 때 치른다는 해석도 있다. 주(周)나라 예의범절을 기록한 의례(儀禮)에 따르면 결혼 절차는 크게 여섯 단계다. 먼저 남자 집안에서 중매쟁이를 통해 여자 측에 청혼의 뜻을 전달하는데 이를 납채(納采)라 했다. 이때 중매쟁이는 기러기를 가지고 간다. 기러기가 ‘음지와 양지를 오가는 철새’이기에 남녀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신부가 될 사람의 어..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寅吃卯糧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주부와 중국 주부가 천당에 함께 갔다. 중국 주부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고생하고 저축만 하다가 이제 막 집 한 채를 샀는데 천당에 와 버렸다”는 푸념이었다. 그러자 미국 주부가 “나는 평생 좋은 집에서 지냈지만 한평생 빚만 갚다 보니 어느새 천당에 왔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에 회자(膾炙)되던 이야기다. 미국인처럼 돈을 미리 앞당겨 쓰는 것을 중국에서는 ‘인흘묘량(寅吃卯糧)’이라고 한다. 토끼해에 먹을 양식을 한 해 앞선 호랑이해에 미리 먹어치운다는 뜻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상석하대(上石下臺)와 같은 말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미국의 국가부채에 대한 비아냥과 더불어 중국식 의로움(義)이 강조되기도 했다. 복숭아를 받으면 자두로 답례하듯 작은 은혜도 통 크..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逢山開道 봉산개도

미국과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5월 9일 워싱턴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제3회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서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 이때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마디 한다. “중국에는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번 협상에서도 그 정신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자.” 그가 인용한 말이 바로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다. 우수가교에서 ‘가’ 대신 ‘물건을 첩첩이 쌓는다’는 뜻의 ‘첩(疊)’을 쓰기도 한다. 이 말의 뿌리는 중국 원(元)나라의 희곡 작가인 관한경(關漢卿)이 쓴 '곡존효(哭存孝)'에서 찾을 수 있다. 곡존효 제2절에 “3000명의 흑무사(鴉兵)들이 선봉에 서니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앞으..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어느 더운 여름 날, 길 가던 김삿갓(金笠)의 눈에 개를 잡아 안주로 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 선비들의 모습이 띄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슬며시 자리에 끼어 앉았다. 그러나 선비들의 눈에 행색이 초라한 김삿갓이 들어올 리 없었다. 술 한 잔 권하지 않고 시(詩)를 짓는 데만 열중하자 김삿갓은 부아가 치밀었다. “구상유취로군.” 한마디 던지고 나서는데 발끈한 선비들이 “뭐?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라 했는가” 하며 몰매를 안길 형세다. 김삿갓이 답한다. “오해입니다. 내가 말한 건 ‘개 초상에 선비가 모였다’는 뜻의 ‘구상유취(狗喪儒聚)’입니다”라고. 재치 있는 말 한마디로 위기를 멋지게 넘긴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말..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忘憂物 망우물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 계절이 돌아왔다. 송년모임의 백미(白眉)는 지기(知己)와 나누는 한 잔의 술이다. “술이란 하늘이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제왕은 술로 천하를 양생했고, 제사를 지내 복을 빌고, 쇠약한 자를 돕고 질병을 치료했다. 예를 갖추는 모든 모임에 술이 없으면 안 된다.” 중국의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에 나오는 술에 대한 해설이다.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은 “소금이 음식의 장수(將)라면, 술은 백약의 으뜸(百藥之長)”이라고 치켜세운 뒤 술을 국가 전매품으로 만들었다.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시 ‘음주(飮酒)’ 제7수에서 “가을 국화는 빛깔도 아름답네(秋菊有佳色), 이슬 머금은 그 꽃을 따(露其英), 이 시름 잊게 하는 물건에 띄우니(汎此忘憂物), 속세 버린 나의 정..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無分錢 수무푼전

중국 상고시대에는 쇠(金)로 만든 농기구가 교역의 매개였다. 그런데 교역 물품과 거래 관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뭔가 기준이 될 물건이 필요했다. 거래되던 농기구 중 얇게() 깎은 쇠가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긴 게 바로 ‘錢(전)’이다. 고대 한자사전인 국어·주어(國語·周語)는 “글자 ‘錢’은 쇠로 된 돈(金幣)이다”고 했다. 돈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 ‘폐(幣)’는 직물(布綿)과 관계 있다.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을 때 직물을 사용했고, 이것이 화폐로 발전한 것이다. 자전 설문(說文)은 “글자 ‘幣’는 ‘綿(면)’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貝(패)’도 물자 교환의 수단이었다. 금속화폐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조개껍데기가 돈으로 활용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이미 제조 화폐가 사용됐다. 중원..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黑龍 흑룡

동물과 관련된 많은 한자는 그 동물의 생김새를 본떴다. 토(兎)는 귀가 쫑긋한 토끼 모습을 본뜬 것이다. 귀(龜)에는 거북이의 발과 등딱지 모양새가 녹아 있다. 소 우(牛)는 소머리를, 양(羊)은 양머리를 본떠 만들었다. 물고기 어(魚)는 물고기의 머리와 몸통의 비늘, 그리고 꼬리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생김새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글자다. 상상 속의 동물인 용(龍) 역시 상상 속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왼쪽의 입(立)과 월(月)은 용머리 부분을, 나머지 오른쪽 부분은 꿈틀대는 몸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문헌에서 용의 모습은 아홉 가지 다른 동물의 생김새를 닮았다고 한다. 머리(頭)는 낙타(駝)와 비슷하고, 뿔(角)은 사슴(鹿)을 닮았으며, 눈(眼)은 토끼(兎)와 흡사하다. 그런가 하면 귀(..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吊? 조언

“군자는 끝맺었다고 하고 소인은 죽었다고 한다(君子曰終, 小人曰死).” 『예기(禮記)』 '단궁(檀弓)'편의 한 구절이다. 후세 사람들은 “종(終)이라는 것은 그 시작을 완성했다는 말이고, 사(死)라는 것은 사멸하여 남은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急死)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중국은 4대 권력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북한에 언전(?電·조전)을 보냈다. ‘조상(弔喪)의 뜻을 표시하는 전보’를 한국은 조전(弔電), 중국은 언전(?電)이라 한다. 조(弔)는 사람(人)이 활(弓)을 등에 진 모양새다. 고대에는 장례에 관(棺)을 쓰지 않았다. 금수가 사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조문하는 사람이 활로 금수를..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臨事而懼 임사이구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자로(子路)와 안연(顔淵)은 성격이 크게 달랐다. 자로는 직선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이었다. 이에 비해 안연은 부드럽고, 학문을 좋아해 군자적 면모가 풍겼다. 공자는 개인적으로 안연을 가장 아꼈다. 하루는 공자가 안연에게 이르기를 “쓰이면 행하고, 버려지면 감춰지는 도(道)를 알고 있는 이는 오직 나와 너(안연)뿐이다(用之則行,舍之則藏, 維我與爾, 有是夫)”라고 했다. 안연을 자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며 크게 칭찬한 것이다. 이를 듣고 있던 자로가 시기심이 발동해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님께서 삼군의 군대를 행하신다면 누구와 더불어 하겠습니까(子行三軍則誰與)”라고 했다. 자기의 용맹을 드러내기 위해 한 말이다. 그러나 공자는 자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을 했다. “호랑이를 때려잡..

한 週 漢字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