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選賢與能 선현여능

목(目)은 앞을 보는 눈이다. 밑을 보는 눈을 가리키는 말은 신(臣)이다. 신하란 뜻이 나온 건 임금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 있기 때문이다. 현(賢)은 손(又)에 재물(貝)을 쥐고 잘 관찰한다(臣)는 데서 ‘어질다’는 뜻이 나왔다고 한다. 어느 사회건 절실히 요구되는 게 존현사능(尊賢使能)이다. 훌륭한 사람을 존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쓰는 일이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말이다. ‘현명한 이를 존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임용하여(尊賢使能) 뛰어난 인재가 제 자리에서 구실을 하면(俊傑在位) 천하의 선비가 모두 이를 기뻐하고(則天下之士皆悅) 그러한 나라에서 일하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而願立於其朝矣)’. 구당서(舊唐書) 식화지(食貨志)에선 ‘관직을 두어 직무를 나누고(設官分職) 어질고 유능한 이..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親舊 친구

벗을 뜻하는 한자는 한·중·일이 모두 다르다.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치(友達)다. 사귐에 대한 심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산과 물로 오랫동안 초대 받았으니, 내가 어찌 주저할 것인가. 다만 친한 옛 벗들 때문에 살 곳 찾아 가겠다고 차마 말을 못했다(山澤久見招, 胡事乃躊躇, 直爲親舊故, 未忍言索居).” 친구의 용례는 도연명(陶淵明)의 ‘유시상에게 화답하다(和劉柴桑)’란 시에 처음 보인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따라 우리 선조들은 시문(詩文)을 지을 때 벗을 붕우로 표현했지만 친구도 많이 사용했다. 벗 우(友)는 좌(左)·우(右)에서 손을 뜻하는 부분(ナ)과 손(又, 우)이 합쳐진 회의(會意) 자다. 손과 손이 한 방향을 향하는 모습이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刀頭(舌+添삼수변 빼기)血 도두첨혈

중국 청나라 말기 장사를 통해 거부(巨富)를 이뤘던 호설암(胡雪岩·1823~1885년)이란 인물이 있다. 관(官)과 밀착한 비즈니스를 했다는 의미로 ‘홍정상인(紅頂商人)’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소규모 은행인 전장(錢庄)을 운영하던 그에게 사업 기회가 찾아왔다. ‘태평천국의 난’이 발발한 것이다. 그는 관군과 태평천국군 진영을 오가며 군량미·군화·창(槍) 등 전쟁 물자를 팔았다.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 친구가 그에게 “이토록 위험이 높은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호설암의 답은 이랬다. “상인은 모름지기 이익(利)를 도모하는 사람들이다. 수지만 맞으면 뭐든지 한다. 돈이 된다면 칼에 묻은 피라도 핥을 수 있어야 한다(刀頭血).” 요즘 표현으로 ‘고위험, 고수익(High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雪 설

청말(淸末)의 계몽사상가 양계초(梁啓超)는 자신의 당호를 음빙실(飮氷室)이라 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마시듯(飮氷) 그 정신은 언제나 깨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다. 자신의 게으름을 경계하며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려 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빙(氷)은 빙()을 줄인 글자다. 빙()은 얼음덩이를 그린 상형자 빙()에 물(水)이 더해진 것이다. 물이 더해진 까닭은 얼음이 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얼음은 물로 만들어지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氷,水爲之而寒於水)’. 순자(荀子)의 말이다.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靑出於藍 靑於藍)’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얼음덩이()가 집()에 있으면 얼마나 추울까. 그래서 나온 글자가 ‘찰 한(寒)’이다. ‘비 우(雨)’는 구름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淸廉 청렴

나라에는 네 강령(四維)이 있다.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사라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세 개가 무너지면 근간이 뒤집어지고, 넷을 잃으면 망한다. 기울면 바로잡을 수 있고, 위태로운 것은 안정시킬 수 있고, 뒤집어지면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 망한 나라는 다시 일으킬 수 없다. 무엇을 네 가지 강령이라 부르는가? 첫째는 예(禮), 둘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치(恥)이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요, 의란 제멋대로 나아가지 않음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요,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패업(覇業)을 이룬 관중(管仲)이 지은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의 앞부분이다. 나라 기강을 세우는 데 예의염치가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習近平 습근평

중국인의 이름에선 종종 세월을 읽을 수 있다. 대표적 인물로 마오쩌둥(毛澤東)의 후계자 화궈펑(華國鋒)이 있다. 한때 중국의 1인자였던 그의 본명은 쑤주(蘇鑄)다. 성은 물론 이름도 바꾼 경우다. 계기는 1938년, 그가 항일운동에 몸을 바치기로 결심하면서다. ‘중화항일구국선봉대(中華抗日救國先鋒隊)’에서 ‘화국봉’ 석 자를 취했다. 화궈펑을 물리치고 대권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 역시 고친 이름이다. 아버지가 처음 지어준 이름은 덩셴성(鄧先聖). 성인에 앞서라는 거창한 뜻이 담겼다. 이에 마을 서당의 훈장이 훈수를 뒀다. 과한 것 아니냐고. 훈장은 대신 현자(賢)가 되기를 바란다(希)는 뜻의 시셴(希賢)이란 이름을 덩에게 주었다. 그러나 공산혁명을 하기엔 이 이름마저 과했다. 덩은 작고(小) 평범하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政者,正也 정자, 정야

공자(孔子)와 같은 시대의 노(魯)나라 재상으로 계강자(季康子)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막강한 권력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논어'에는 공자와 계강자가 정치를 놓고 나눴던 대화가 여러 차례 나온다.‘정치란 무엇이냐’는 계강자의 물음에 대해 공자의 첫 대답은 “정치란 곧 올바름이다(政者, 正也)”라는 것이었다. 공자는 “당신이 백성을 정도로 이끈다면, 누가 감히 정도를 걷지 않겠느냐(子帥以正, 孰敢不正)”라고 그 뜻을 설명했다. ‘올바름’이야말로 정치의 제일 덕목이라는 충고다. 계강자가 이번에는 “만일 도가 없는 사람을 죽여 도덕을 실현한다면 어떻습니까(如殺無道, 以就有道, 如何)”라고 물었다. 공자가 답하여 말하길 “그대가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어찌 살인을 말할 수 있는가(子爲政, 焉用殺)?”라고 크..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族刑 족형

공자는 “쉰 살이 돼 하늘의 뜻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고 했다. 지명(知命)은 나이 오십을 가리킨다. 한자 지(知)에는 화살(矢)이 들어 있다. 화살은 고대 중국에서 신성한 물건이었다. 화살에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행해지는 예포(禮砲) 발사도 같은 의미다. 화살을 꺾는 행위는 서약 의식이다. 지는 신에게 맹세하듯 분명히 알게 됐다는 뜻이다. 씨족을 의미하는 족(族)에도 화살이 있다. 화살(矢)을 제외한 부분은 바람에 흩날리는 깃대다. 조상이 같은 씨족의 기(旗)다. 족은 깃대 아래서 화살을 꺾어 동족의 일원임을 서약하는 모습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07년 대선에서 패한 뒤 “우리는 폐족(廢族)입니다”라고 했다. 폐족은 조상이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가문이다.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無信不立 무신불립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치국(治國)의 도를 물었다. 공자가 답하길 “음식이 풍족하고, 군비가 넉넉하며, 백성의 신임을 얻으면 된다(足食足兵,民信之矣)”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셋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먼저 군비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공자는 ‘음식을 버려서라도 믿음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백성들의 신임이 없다면 아무것도 존립할 수 없기 때문(民無信不立)”이라는 설명이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얘기다. 국가운영에 ‘믿음(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한 것이다. 한자 자전인 설문(說文)은 ‘信’을 ‘誠’이라 했다(信, 誠也). 글자 ‘誠’은 ‘말(言)한 바를 온전히 이룬다(成)’는 뜻을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公薦 공천

민주(民主)는 백성(民)이 주인(主)이 된다는 말이다. 민(民)은 예리한 칼에 눈이 찔린 모습이다. 남자 포로의 경우 노예로 삼기 위해 눈을 찔러 반항 능력을 약화시켰다. 민(民)의 원래 의미는 ‘노예’다. 후에 그 의미가 점차 확대돼 일반 사람을 뜻하게 됐다. 주(主)는 등잔불의 심지를 뜻하는 위의 점 하나, 그리고 등잔대를 나타내는 아랫부분으로 구분된다. 심지는 등잔불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중심’이란 의미를 갖게 됐고, 다시 주인(主人)에서처럼 사람(人) 중의 중심(主)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어느 한 사회가 민주적이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뽑을 수 있는가 여부다. 선거(選擧)가 필요한 것이다. 선(選)에는 제사장에게 바치는 제물(祭物)처..

한 週 漢字 2020.08.23